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57) 김종필 극단 연인(演人) 대표
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57) 김종필 극단 연인(演人) 대표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09.22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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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기(復碁)하듯 지난 정책 뒤돌아봤으면
제작지원 할 것 아니라 관객지원 해줘야
광주문화예술 사이트, 쿼터제 등 제안
더불어 사는 광주, 참여하는 자치도시를 지향하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시민의 소리>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100명의 시민에게 릴레이로 ‘시민의 소리’를 듣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광주의 발전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과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본다. /편집자 주

김종필 극단 연인(演人) 대표를 만나기 위해 운암동 광주문화예술회관 옆 카페를 찾았다.
그는 27년째 광주지역에서 배우로 살아왔다.
뿐만 아니라 심리치료 방법 중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심리극(사이코드라마)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광주에서 예술가로 살아오면서 느꼈던 생각들을 풀어놨다.
김 대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문화예술지원정책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했고, 광주지역 예술인들의 발전을 위한 정책들을 제언했다.
이번 100명과의 대화 쉰일곱 번째 순서는 김종필 대표와 만나 대화를 나눠봤다.

   
 
▲만약 당신이 광주광역시장이 된다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싶나.
-윤장현 시장이 취임 후 실시했던 500인 시민토론회 때도 참여했었습니다.
그때 제가 제안했던 것이 복기(復碁:바둑에서 한 번 두고 난 바둑의 판국을 비평하기 위해 두었던 대로 다시 처음부터 놓아 보는 것)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실행됐거나 실행되지 못한 정책들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죠.
어떤 정책이 제안됐을 때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고, 실패했을 때도 실패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윤장현 시장이 공직을 수행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일단 지나온 정책들을 되돌아보는 것이 가장 먼저라는 것이죠. 시민정책 제안이 해년마다 이뤄지고 있는데 그것이 어떤 의도에서 제안됐고, 또 왜 채택돼지 않았는지 정책을 제안한 사람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안했던 것이 왜 시행이 되지 않고 있는지, 시행이 됐으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문화예술지원정책에서 보면 현재 국가적 정책방향은 ‘선택과 집중’입니다. 수많은 문화단체들 중에서 될 성 싶은 단체만 골라서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죠. 하지만 끊임없이 특혜 시비 등 비판하는 사람이 많음에도 그 정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 정책은 문화예술가들을 무력화 시킵니다. 예를 들어 지원금이 있으면 작업하고 받지 못하면 작업을 못하거나 하지 않는 것이죠. 돈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이 문제가 처음부터 해결이 되려면 지원신청서를 내서 탈락한 사람에게 왜 탈락했는지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다음 년도에 보완을 해서 올 것 아니겠어요. 뭐가 부족해서 떨어졌는지 알아야 그걸 보강하면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술인의 입장에서 가장 문제되는 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공연 티켓을 돈 주고 사는 사람이 있는데 절반이 초대권을 들고 와버립니다. 좌석을 채우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할당해 파는 등 무차별 살포를 하는 것이죠. 아는 사람 통해서 초대권 받을 수 있는데 누가 돈 주고 공연을 보려는 생각을 하겠습니까. 또 초대권 받은 사람이 올 확률은 20%도 안 되지만, 자기 돈을 주고 사면 거의 100%가 보러옵니다.

실제로 제가 목격한 광경 중에 이런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매표소에서 티켓을 자기 돈을 주고 샀는데, 공연장 앞에서 지인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 지인이 ‘그걸 왜 돈 주고 샀어. 나한테 5장이나 있는데, 말을 하지’라고 말하더군요. 따라서 지원정책에 확실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작지원을 해줄 것이 아니라 관객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관객들이 찾아갈 수 있게끔 지원금이 써져야 합니다. 정부정책이기 때문에 쉽게 바뀌진 않겠지만, 문화재단이 본분에 맞게 제대로 한다면 바뀔 수 있습니다.
사실 시민들은 공연을 보고 싶어도 몰라서 못가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르니까요. 어떻게 홍보해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연 홍보에 지원금이 써져야 한다고 했는데, 광주시가 홍보 지원 정책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겠나.
-제가 전부터 주장해 온 것이 광주문화예술 사이트 개설과 문화예술쿼터제, 그리고 문화예술기획자 양성 과정의 개선입니다.
요즘 영화를 볼 때 영화관 사이트에 들어가면 몇 시에 무슨 영화가 하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예전엔 큰 거리 마다 영화게시판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게시판 시대는 지났고 온라인 시대가 됐잖아요.

예전에 각 극단에서 카페를 만들어 회원도 만들고 예매도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연극하는 후배 중에 카페를 잘 만들어놓은 후배가 있었어요. 그래서 극단대표들이 모여 이 카페에 예매나 공연홍보 등을 모아주자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공연 홍보하기도 편했습니다. 10년간 운영이 잘 되다가 유료화로 바뀌면서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 버렸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따라서 광주문화예술 정보를 한곳에 모은 사이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연극, 음악회, 미술 전시회, 무용, 출판기념회 등 한 사이트에 들어가면 일목요연하게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말이죠. 사이트를 관리할 수 있는 관리자 한 명만 있으면 됩니다. 예산이 많이 들지 않으면서 획기적으로 예술인들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정보는 극단이나 단체들이 각자 업데이트 하면 되고요.

그리고 대한민국에선 할리우드 대자본에 우리 영화를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 스크린 쿼터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문화예술분야에서도 쿼터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광주에서 치러지는 문화예술행사에 광주사람을 일정 비율 이상 쓰라는 것이죠.
큰 행사에서 외국인 예술가나 기획가들이 오면 보통 자기 스텝들을 다 데리고 옵니다. 통째로 와서 다 쓰고 나가버리면 광주엔 문화자산, 인적자산도 남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감독이나 조감독 정도는 광주사람을 쓰라는 것이죠.

순천 정원박람회 때 그쪽 예술감독이 강력히 주장한 것이 ‘순천의 예술가들에게 혜택 돌아가게 하겠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시내 일원에서 열리는 문화예술행사에 참가하는 사람 전원은 순천에서 3년 이상 활동한 경력이 있는 예술가로 한정한다고 고시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순천에 있는 많지 않은 문화예술단체들이 전부 투입된 것이죠. 그 안에는 동아리 수준의 작은 단체들도 있었지만 전부 무대에 올라 출연료를 받고 공연했습니다.

광주시에서 조례를 재정해 예산과 인력 둘 다 쿼터제를 실시해야 합니다. 한 개씩만 하면 법망을 피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했습니다. 비록 나라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광주에서 예산이 집행되잖아요. 따라서 쿼터제를 통해 광주에 문화자산, 인적자산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문화재단에서 하고 있는 문화예술기획자 양성과정의 개선인데요.
광주지역 예술인들 사이에선 기획자 양성과정을 속된 표현으로 ‘사기꾼 양성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문화예술기획은 예술을 알고, 현장에서 쌓은 경험들이 있어야 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아이디어만 내면, 현장에서 할 수 없는 기획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죠.
때문에 현장 경험이 있는 예술가들이 기획자 양성과정을 들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일자리 창출을 위한다는 이유로 청년들을 데려다가 기획하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그 청년들은 자신들이 기획자라거나 예술가로 착각하게 되는데 그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윤장현 시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민시장으로 추대가 돼 당선이 됐습니다. 하지만 본인은 행정에 대해 무지합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펼치는 측근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선됐을 때부터 자문단이니 뭐니 들어갔다고 목에 힘주고 다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죠.
이제 거기서, 그런 사람들에게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벌써 임기를 시작한지도 1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이제 측근들에게서 빠져나와 현장을 직접 다니며 공부를 해야 할 때가 됐습니다. 그래야 본인의 정책을 펼칠 수 있습니다. 민감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각 기관장들을 인선해서 문제가 많았었죠. 챙겨줄 것 다 챙겨줬으면 이제 그만하고 그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정책이나 행정에 대한 공부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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