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로를 따라 사거리 귀퉁이에는 금남공원이 있다. 금남공원에 위치한 지하상가입구는 나무터널로 둘러싸여 있다. 이 나무터널은 지난 2011년 광주폴리Ⅰ에 선보인 ‘유동성 조절’(Flow Control) 작품이다.
유동성 조절이 위치한 금남공원은 금싸라기 땅을 과감히 시민들을 위한 녹색공간으로 탈바꿈 한 곳이다. 이곳은 예전에 한국은행 광주·전남지역본부가 있던 자리였다. 하지만 공원으로 바뀐 뒤로는 주말이면 늘 작은 문화행사와 공연이 펼쳐진다.
금남공원에 위치한 유동성조절은 금남로 지하상가의 입구 역할을 하고 있다. 나무터널 모양을 한 이 폴리에서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구불구불 이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폴리를 설계한 스페인 출신 알레한드로 자에라폴로 작가는 요코하마 국제여객터미널 설계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유동성을 조절한다는 기능적 의미와 한국의 태극기에서 영감을 받아 곡선으로 이 폴리를 디자인했다.
또한 금남로 사거리와 금남공원 사이에 존재하는 수직적, 수평적 장벽들을 해체시킴으로써 서로 다른 공간적 특성을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구조를 제시했다.
하지만 운전자 입장에서는 문화전당 방향으로 우회전 할 시 폴리로 인해 시야가 가려져 사고위험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남공원과 한데 어우러진 유동성 조절은 광장의 역할까지 포괄하고 있어 공원 벤치에 잠시 앉아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도시 안에서 주변 환경과 사람들과의 소통을 이끌어낸 폴리 중 가장 적절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단순히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문화활동과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위험요소에서 시민들을 보호하는 은신처를 만들고 싶다”며 “은신처의 컨셉을 가지고 공원과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고 제작의도를 밝혔다.
반면 이곳을 지나가는 몇몇 시민들에게 유동성 조절 폴리에 대해 묻자 “글쎄, 지하상가 들어가기 전에 비 막아 주려고 만든 게 아닌가요”라고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답변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