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55) 박수연 광주뮤지컬단 다락 대표
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55) 박수연 광주뮤지컬단 다락 대표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09.10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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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극단이 공연할만한 공연장이 없다
장기적인 문화예술공연 끌고 나가야
상설로 돌릴 수 있는 공간·팀 꾸려졌으면
더불어 사는 광주, 참여하는 자치도시를 지향하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시민의 소리>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100명의 시민에게 릴레이로 ‘시민의 소리’를 듣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광주의 발전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과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본다. /편집자 주

광주뮤지컬단 다락을 이끌고 있는 박수연 대표를 만나기 위해 동명동의 한 카페를 찾았다. 박 대표는 앳돼 보이는 외모와 달리 당차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그녀는 기자에게 ‘뮤지컬’하면 어떤 것이 생각나는지 묻고는, 뮤지컬단 대표로서 그동안 겉으로 티낼 수 없었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그녀는 광주에 작은 극단들이 설 수 있는 공연장이 없다고 지적했고, 광주사람이 서는 광주공연을 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했다.
이번 100명과의 대화 쉰다섯 번째 순서는 박수연 대표와 대화를 나눠봤다.

   
 
▲뮤지컬단을 맡고 있는데, 현재 뮤지컬 공연과 관련해 광주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먼저 공연할만한 공연장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숙제죠.
그러다보니까 기존에 있는 공연장을 찾는다기보다는 카페나 문화공간 형식으로 만들어 놓은 공간들을 찾아서 공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벌써 4회차 공연을 하게 됐네요.

예술카페라고 해서 조대 후문에 카르페디엠이나 운암동의 카시오페아, 전대 후문에 에포케와 부드러운 직선 등에서 공연했습니다. 광주시 문화정책의 포커스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현재 광주의 문화브랜드 육성이라고 하면, 축제나 이벤트 등 일회성 행사만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죽고 있는 것은 국제영화제나 소극장열전 등 공연이나 콘텐츠가 제작되는 문화행사들이죠.
보여주기 식으로 쇼나 축제 등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직접적으로 인건이 들어가는 예술가들은 갈수록 먹고 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벤트나 행사는 보통 대형 기획사들이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의 프로그램 안에는 예술가들의 공연을 많이 넣지 못해요. 전부 다 돈이니까요.

예술가 여러 팀을 쓰는 것보다 서울의 연예인을 불러서 행사를 치루는 것이 사람들의 호응을 얻거나 홍보하는데 더 효과적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돈들이 서울에 편중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에요. 광주에서 공연하는 사람들은 허덕이게 되는 것이죠.

사실 광주에도 이름 있는 큰 공연장들이 있지만, 직접적으로 소극장에 대한 투자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돈이 없는 작은 극단들은 대형 공연장을 갈 수 없고, 소극장은 없다보니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것입니다.
사실 몇 개 있는 공연장마저도 극단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자기 극단을 무대에 세우기도 빠듯하고, 공연장을 보유하지 못한 팀들은 단발성 행사와도 같은 공연을 하게 될 수밖에 없어요.

▲지난해 4월 전남대학교 후문 문화공간 에포케에서 광주뮤지컬단 다락이 진행하고 있는 뮤지컬콘서트 '사랑하세요?사랑하세요!' 2회 공연이 열렸다.
▲광주에 작은 극단들이 공연할 만한 공연장이 얼마나 부족하나.
-광주에 있는 작은 공연장이라고 하면 보통 극단이 소유하고 있거나 학원에서 학원생들을 공연 올리기 위한 공간 등입니다. 자비로 운영하고 있는 공간들인 것이죠. 공공에서 운영되고 있는 곳은 동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궁동예술극장 정도 될까요?

문화전당도 있고 문화예술회관도 있고,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그것을 활성화시킬 콘텐츠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느냐 하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 문화예술 공연들을 끌고 나가려면 이제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소프트웨어라는 것은 현존하는 예술인들인데, 광주는 젊은 예술가들이 버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에요.

SNS상에서 예술가들에게 한 달에 평균 100만원을 번다 못 번다 조사한 것을 봤어요. 30퍼센트 이상이 100만원도 벌지 못한다고 답을 했더라고요. 이를 통해 봤을 때 광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풀어가야 할 문제라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했다면, 또 문화도시라고 한다면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선 굉장히 큰 공연장으로 지어놨고, 이 공연장을 채우는 공연들이 어떤 것일지 모르지만 보여주기 식이 많은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뮤지컬 공연을 해오면서 봉착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뮤지컬을 할 때 가장 힘든 것은 라이브 연주입니다. 왜냐하면 라이브 연주자들이 전부 인건비이니까요. 그러다보니 mr(반주음악)로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죠.
그러면 시민들은 ‘수준이 떨어진다’거나 ‘광주에서 무슨 뮤지컬’이라며 냉정하고 차가운 반응도 많죠. 관심 있는 사람들은 더 비싼 돈을 주더라도 서울에 올라가서 보고, 누릴 수 있는 문화를 누리고 온다는 것입니다.

그 수요를 생각해서 관객들과 퀄리티 있게 만나보자는 생각으로 팀이 구성된 것이죠.
그래서 1회와 3회 공연 때는 라이브 연주로 갔습니다. 기획하는 입장에선 사실 늘 적자입니다. 배우와 스텝진 15명에서 20명을 꾸려 작은 공연하는 입장에서 티켓을 팔아도 적자일 수밖에 없어요. 공연 하나를 준비하는데 기본 두 달에서 세 달, 길게는 6개월에서 1년까지 걸립니다.

하지만 공연장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단발성으로 1주일 정도 공연밖에 할 수 없습니다. 준비는 두 달에서 1년까지 걸리지만 예술인들의 노동은 1주일로 치는 것입니다. 이 1주일을 위해 굶으며 지내온 배우나 스텝은 어떻게 하나요.

시에서 광주문화재단을 통해 지원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큰 단체들이 받아가고, 작은 단체에는 100만원에서 150만원 지원이 됩니다. 하지만 뮤지컬은 그것으로 공연하기 정말 힘들어요. 그러다보니 장르 자체가 협소해지는 것이고, 그러면 관객들은 만족하지 못하고, 시장이 작아지는 것입니다.

어른들은 광주에서 공연을 끌고 나갈만한 청년들을 찾고 싶다고 합니다. 하지만 광주는 갈수록 수요와 공급 자체가 없어져가고 있어요. 몇 년 동안 뮤지컬단을 꾸려보니까 정말 쉬운 길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광주뮤지컬단 다락이 지향하는 목표가 있나.
-우리가 사는 이야기를 공연에 녹여내고 싶어요. 지역에서 신선한 것을 만들고 그게 지역대중들의 힘을 받아 주류로 성장하는 것이 다락의 최종 목표겠죠. 저희는 항상 이름 앞에 광주를 달아요. 광주뮤지컬단 다락이라고 하죠. 저는 광주가 좋고 뮤지컬이 좋아 이곳에 있는 사람입니다.

처음 다락을 시작한 이유는 뮤지컬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친구들의 힘을 얻어서 시작했고, 내심 그 친구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래서 함께 어울리다보면 광주에서 충분히 주인공으로 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고, 광주공연을 광주사람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 친구들이 공연수준을 높여주면 관객들도 ‘뮤지컬 재미있어’라거나 ‘뮤지컬 좋아’라고 생각해서 시장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는 단순했죠.

광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공연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기이기 때문에 현실은 차갑더라고요. 문화라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관객과 대중들은 쉽게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욕심내 본다면 한 번 만들어 상설로 돌릴 수 있는 공간이나 팀이 꾸려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언제 어디든 찾아가 무대에 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지금은 그러한 소스가 전혀 없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해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광주에는 재능 있고 센스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이런 사람들과 함께 우리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함께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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