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폴리 들여다보기7. 기억의 현재화
광주 폴리 들여다보기7. 기억의 현재화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5.09.09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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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필요해

▲광주폴리Ⅰ중 기억의 현재화
광주폴리Ⅰ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접촉하는 장소지만, 아무도 폴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곳이 있다. 바로 조성룡 작가의 ‘기억의 현재화’ 폴리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초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길거리를 둘러봐도 간절기 옷차림을 한 사람들 절반, 아직 여름 옷차림새를 하고 있는 사람 절반이 지나다닌다.

기억의 현재화 폴리는 쇼핑을 즐기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지나다니는 황금로 사거리에 위치한 작품이다.

자세히 보면 콘크리트 바닥에 볼록 언덕처럼 올라온 부분이 있다. 언뜻 보면 마음대로 줄이 그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예전 광주 읍성의 터 모양을 나타내고 있다. 이곳에서는 항상 리어카로 양말 장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

또한 기억의 현재화는 수평으로부터 볼록 올라온 폴리를 통해서 이곳을 지나가는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속도를 늦춰 광주 읍성의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조성룡 작가는 기억의 현재화를 “상징적인 대형 기념물들이 공식 역사를 나타낸다면, 이 폴리는 개인의 기억을 위한 것으로 거대한 기념비에 반대하는 성격을 지닌다”며 “광주시민들로 하여금 묻혀있던 추억을 회상하고, 황금로의 잊혀진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선사한다”고 작품의 의미를 밝혔다.

황금로는 도시성벽의 흔적을 따라 옛 서문까지 이어지는 도로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이곳은 콜박스사거리라고 불렀다. 밤 12시가 지나면 통행금지 사이렌이 울렸던 시절, 원통형 콜박스의 야간경비가 시작되던 자리라고 한다. 또한 이곳은 80년대까지만 해도 환락가로 유명했었다.

조선시대 떄 이곳은 서문(西門)이 있었고, 인근에는 옛 미국문화원으로 이어지는 객사인 광산관터(광주를 방문하는 귀빈을 모시는 곳)도 있었다.

이러한 과거의 기억들을 품고 있는 황금동 사거리에 위치한 기억의 현재화는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와 함께 자리하게 됐다.

그러나 이곳은 아직도 밤만 되면 인근 호프집과 유흥업소들이 바닥에 대형전단지를 붙이고, 행사포스터를 붙이는 바람에 치우지 않은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언제 붙인지도 모르는 뜯어지지 않은 그대로 남은 청테이프가 여러 군데 붙어있어 폴리를 더럽히고 있다. 그만큼 관리도 안하고, 방치된 채로 그대로 두고 있다는 반증이다.

한편 지난 6월에 열린 광주폴리 시민공청회에서는 “평평한 거리에 볼록 올라온 기억의 현재화는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 특히, 시각장애인들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인 것 같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홍보가 덜 상태의 광주폴리가 앞으로 세워질 광주폴리 3차에서도 알아챌 수 없는 장소에 설치되는 것은 예산낭비가 될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기억의 현재화를 지나가던 20대 윤승지씨는 “광주폴리가 점점 많이 생겨나면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방치된 채 시민들의 시선과 관심도 끌지도 못한 장소에 설치된 곳도 많은 것 같다”고 부정적인 측면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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