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4) 근거 없으니 개발허가 내줄 수밖에
생물다양성(4) 근거 없으니 개발허가 내줄 수밖에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09.04 0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물다양성보존 위해 생태통로 확보 필요
기초자료와 근거 확보해 전략 수립해야

생물다양성 및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서 하천, 가로수, 징검다리 숲 등 생태적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생물이 다양하게 사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은 개발하지 않고 보존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도심에서 개발을 무조건 반대하고, 녹지보존만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도심 내에서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어떤 노력들이 이뤄질 수 있을까.

▲이두표 호남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이두표 호남대 생물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개발경향을 보면 지역적으로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중요한 지역이라도, 필요에 의해 어떻게 해서든 개발하고 있다”며 “이런 개발들이 자제되고, 생물학적 중요성이 있는 지역은 개발을 지양해 생물들이 다양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생물이 살지 않는 빈 공터나 훼손된 지역에 소공원 형식으로 생물서식공간을 만드는 것은 시민휴식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히 나무만 심으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도심엔 물이 부족한데, 동물은 반드시 물이 있어야 살 수 있다”며 “돈을 많이 들여 크게 만들지 않더라도 도심의 야생생물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작은 연못들을 조성할 수 있도록 시에서 기업 등을 격려해 조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천, 가로수, 징검다리 숲만 잘해도 된다

이 교수는 “먼 거리에 있는 다른 형태의 환경에 살고 있는 같은 종이 교류돼 교배가 이뤄지면 유전적다양성이 보존 된다”며 “종의 교류가 이뤄지도록 연결시켜 주는 것이 생태통로다”고 말했다.
덧붙여 “녹지로 연결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소서식공간도 일종의 생태통로가 될 수 있다”며 “가로수와 하천이 중요한 연결통로이고, 지역별로 빈 공터에 나무를 심고 물을 조성해 서식공간을 만들어 놓으면 징검다리(steppingstone) 식으로 생물들이 건너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천, 가로수, 징검다리 숲 등 세 가지 정도만 잘 해도 충분히 연결이 된다는 것이다.

이두표 교수는 광주의 생물학적 유전적다양성에 있어 무등산이 ‘유전자의 창고’라고 표현했다.
그는 “광주지역 생물들의 유전자를 공급하는 곳은 무등산이라고 할 수 있다”며 “광주시의 생물다양성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도심과 무등산이 연결되고, 무등산의 야생생물들이 공급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등 개발계획을 세울 때, 통로를 잘 고려해서 배치하면 굉장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생물들이 살던 생태공간에 대규모 아파트들과 도로가 들어서면서 야생동물들은 갈 곳을 잃고 고립됐다.

김영선 광주전남 녹색연합 운영위원(호남대 외래교수)은 광주의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조사와 연구를 통해 자료를 확보하고, 다양한 근거들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은 “광주에 저수지 140개가 있는데, 1년에 한 개씩 없어지고 있다”며 “환경보전 10년 계획에 맞춰서 개발할 곳은 개발하고, 보존해야 할 곳은 보존해야 하는데, 전수조사가 돼있지 않아 왜 이곳을 보존해야 하는지 설명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생물다양성 조사의 일관성 없어

그는 “우선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습지부터라도 광주시 안에 얼마나 있고, 습지들을 통해 (생물다양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 근거를 가지고 전략을 수립해야한다”며 “기초자료와 근거가 없으니까 개발한다고 하면 무조건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그는 “예를 들어 상록회관의 벚나무 군락지의 경우 시민들의 정서적 측면에서 보나, 문화적·생태적으로 보나 굉장히 중요성을 가지고 있지만, 어떻게 보존하고 관리할 것인지 계획을 세울 근거가 없는 것이 문제다.(그러니 아파트 건축허가가 나는 것이다)”며 “말로만 푸른 도시, 푸른 광주라고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데이터를 마련하고 학회에서 학술적으로 의미 있다고 판단 받아, 시민들을 이해시키고 홍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또한 생물다양성 조사의 일관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2010년에 광주시에서 습지 조사한 것이 있는데, 몇 군데만 샘플조사로 해놓았더라”며 “일관성 있게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중간에 연구책임자가 바뀌면 도면 항목의 일관성이 없어져버린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따라서 정해진 기간과 예산 안에서 광주시 습지를 제대로 조사해 그것을 근거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광주천과 수달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