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별에서 온 얼간이]가 인간세상에 똥침을 날렸다.
강추@[별에서 온 얼간이]가 인간세상에 똥침을 날렸다.
  • 김영주
  • 승인 2015.08.27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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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우드Bollywood, 인도 뭄바이의 옛 이름 봄베이Bombay와 미국의 영화산업지역 할리우드Hollywood를 합쳐서 만든 말인데, 인도 인구가 많은데다가 서민들이 영화를 군것질처럼 즐기기 때문에 영화도 많이 만들어지고 관객수도 엄청나서 생겨난 용어란다.

서민을 타겟으로 삼아 만들어선지, 장르를 불문하고 지나치게 화려하고 요란뻑적지근하며, 거의 빠짐없이 끼어드는 코믹한 장면이 유치해서, 그 동안 권장할 만한 영화가 없었다. 그런 인도영화를 그래도 틈틈이 보는 건, 장르를 불문하고 빠짐없이 등장하는 ‘떼거리 춤’과 그 화사함이 가히 눈요기할 만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은 그보다는 엄청난 미인 아이쉬와라 라이의 미모와 맵시에 홀려드는 재미 때문이다. 그러다가 [로봇]이라는 권장할만한 영화도 만났다.
 

[세 얼간이]가 재미있다는 소문이 자자했는데 귓등으로 흘려 넘겼다. 그 감독이 오는 9월 3일에 [PK:별에서 온 얼간이]가 ‘멍청한 외계인’을 이야기하겠다며, ‘[세 얼간이]를 뛰어넘는 인도 역대1위 흥행작’이라고 선동하였다. 이야기할 영화를 미처 만나지 못했던 차에 일단 만나보기로 했다. 진짜로 재미있으면, [세 얼간이]도 찾아보기로 했다. 어느 남녀의 뻔한 사랑이야기로 무려 20여 분이 지나갔다. “에이 순전히 킬링타임이네~ 더 볼까? 말까?” 주저하다가 포스터에 선동한 글귀가 떠올라서 좀 더 보기로 했다. “도대체 뭘로 고로코럼 뻥치는 거야?”

그렇게 낚싯줄을 거두어들였더라면, 대어를 놓칠 뻔 했다. 외계인의 멍청한 행동이 웃기지만, 유치하게 웃기는 게 아니라 씁쓸한 뒷맛과 함께 매운 카타르시스를 준다. 인간세상을 풍자하고, 인도사회를 풍자하고, 신과 종교를 풍자한다. 그걸 진지하고 깊이 있는 은유로 풍자한다기보다는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생활언어로 실감나는 돌직구 풍자를 날린다. 그 돌직구 풍자가 너무 쉽고 핵심을 콕콕 찍어대니까, 카타르시스가 마치 매운 고추에 놀란 재채기처럼 뻥뻥 터져 나온다. [세 얼간이]도 상당히 그러하지만, 이 영화가 훨씬 더 거대한 담론을 훨씬 더 실감난 돌직구로 풍자한다. 그래서 이 영화 포스터에 ‘[세 얼간이]를 뛰어넘는 인도 역대1위 흥행작’이라는 글귀는 선동이 아니라 정직한 평가이다. 나는 오히려 “훨씬 뛰어넘는”으로 더욱 선동하고 싶다.

웨스 앤더슨 감독이 떠올랐다. 그의 풍자도 대단하다. 그러나 그의 풍자는 꼭꼭 숨어있어서, 그 ‘숨은 그림’을 찾아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처음 만난 [다즐링 주식회사]에서 뭔가 잡히는 듯했는데, 그 다음에 만난 애니메이션[판타스틱 미스터 폭스]에서 헷갈리고 헤맸다. [해저생활] [문라이트 킹덤]에서 그게 물고기라는 건 알겠는데, 어렴풋해서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는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만나고서야 그게 ‘거대한 잉어’라는 걸 알았다. 라즈쿠마르 히라니 감독도 물고기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세 얼간이]를 보면서 오히려 헷갈리는 점이 있어서, 그게 구체적으로 무슨 물고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두어 편을 더 만나 보아야겠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91095&videoId=48883&t__nil_main_video=thumbnail

130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에 맨 앞의 20여 분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그 군더더기를 왜 이야기했을까?” 했는데, 맨 끝에 이르러서야 그 이야기가 다시 살아난다. “그 이야기를 없애면 이 작품이 더 단정해져서 좋을 터인데, 없앨 순 없을까?” 없앨 수 있다. 이런 옥에 티는 크지 않지만 또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의 돌직구 풍자가 너무나 소중하다. 특히 오늘날 인간이 보여주는 ‘신과 종교’의 타락한 모습을 풍자하는 돌직구는 더욱 더 구체적이고 실감난다. 무신론 입장이 아니라 유신론 입장에서 쉽고 생생하게 이야기해 준다. 그게 너무 신선하고 강렬해서 이 영화를 강력히 추천한다. 풍자하는 능력이 빵점에 가까운 나는, 그의 돌직구 풍자가 부럽다 못해 존경스럽다.

* 대중재미 A0(내 재미 A특급), * 영화기술 B0, * 감독의 관점과 내공 : 민주파 A특급.( 영화기술의 점수가 비교적 낮지만, 키치Kitch기법으로 일부러 그렇게 만들 수도 있고, 제작비가 적어서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감독의 타고난 성격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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