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백년대계 11. 수백억 보고서 ‘잠자고 있다’
문화도시백년대계 11. 수백억 보고서 ‘잠자고 있다’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5.08.2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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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누리집과 자료실, 보고서 제대로 비치 안돼
광주비전, ‘빛과 생명’ 심벌에만 그쳐 ‘무관심’

광주시의 장기적 발전전략은 없는 것일까? 물론 있다. 그동안 광주의 발전을 모색하는 용역보고서나 각 부서의 계획서들이 많다. 그 중에는 정말 좋은 내용들도 있고 엉터리(?) 같은 보고서들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용역보고서나 계획서들 가운데 상당히 가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 각 부서나 행정자료실 책꽂이에 있거나 공무원 개인의 책상에 파묻힌 채 숨죽이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시가 발주한 용역보고서나 각 부서에서 생산한 계획이나 전략 보고서 등은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그런데 옛말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많은 보고서들이 제각각 따로 놀다보니 행정자료실에 없는 자료도 있고, 시청 누리집에 올려 있는 경우도 있으나 그것은 겨우 일부에 불과하다.

광주시 발전을 위해서는 시민이든 전문가든 시 공무원이든 이런 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료를 찾기 쉽지 않다.
이런 일에 대해 한 공무원은 “전체적으로 자료를 총괄하는 부서가 시에서 생산되는 모든 자료를 한 곳으로 모으고 시청 누리집에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소에 PDF파일로 올리는 문제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일거리를 만든다는 지적 때문에 말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동안 발주하여 생산된 보고서를 합치면 수십억원의 세금이 들어갔다. 그런데 이런 보고서들의 상당수가 활용되지 않은 채 사장되고 있다.

각종 용역보고서 재활용되어야

<시민의소리>는 광주시 행정자료실 서가에서 먼지에 쌓인 보고서를 찾고 시청 누리집의 여기저기를 뒤졌다. 시간적으로는 1998년부터 2015년까지의 18년간의 자료 가운데 우선 눈에 띄는 제목의 보고서들을 찾아 각 보고서에서 제시한 비전과 목표로 생각되는 것들을 정리했다.
모두 91개의 보고서를 찾아 64개의 외부 기관에 발주한 용역보고서와 27개의 시 자체 계획서를 1차로 검토했다. 63개 용역보고서의 보고서 분량은 평균 298쪽에 달했다.

가장 분량이 많은 보고서는 2008년 KT전남본부가 제출한 ‘U-1등 광주 성공 2010 광주시 지역정보화촉진 기본계획이 710쪽에 달했고, 2009년 메카조형그룹과 광주대산학협력단이 공동으로 제출한 '광주시 공공시설물 표준디자인 매뉴얼'은 82쪽에 그쳤다.
조사한 보고서의 내용을 보고 임의로 분류했다. 경제와 정보화 분야가 15개, 관광 분야가 2개, 교통 분야가 8개, 도시경관 분야가 8개, 디자인 분야가 2개, 문화예술 분야가 10개, 복지 분야가 2개, 에너지 분야 1개, 여성청소년 분야가 5개, 인권 분야가 5개, 지역개발 분야가 21개, 환경분야가 12개였다.

이 가운데 <시민의소리>가 찾았던 광주발전전략과 관련된 가장 오래된 보고서는 1998년의 ‘광주장기종합발전계획(1997~2021)’이었다. 당시 광주전남발전연구원이 작성한 것으로 모두 376쪽에 달했고 광주전남발전연구원과 지역 대학 교수, 전문가 등 모두 35명이 참여해 작성했다.
그런데 이 보고서는 표지에 ‘전통과 미래가 어우러진 빛의 도시 광주 2020’이라고 제목을 붙여 자료실 서가에서는 찾기가 힘들었다. 이 보고서는 그 이후로 생산된 다른 보고서에 인용된 사례가 많을 정도로 중요한 자료이긴 하나 실제로 이 자료를 보지 않고 다른 곳에 인용된 내용을 그대로 옮겨 쓴 경우가 있다.

U대회 ‘빛의 도시’는 립서비스

이는 용역보고서가 각주를 달지 않고 참고문헌을 표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최근 들어 참고문헌 정도만 제시하고 있어 앞으로 표절 여부나 자료의 신뢰성 차원에서 용역보고서도 각주를 붙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는 총론 부분을 포함하여 공간.도시기반시설계획, 산업개발계획, 정보화계획, 교통계획, 문화예술계획, 관광진흥계획, 사회계발계획, 환경보전계획, 행.재정계획 등 12개 부문에 걸쳐 조사했다. 시민 및 전문가 의견조사와 각종 통계자료, 내부 회의를 거쳐 완성된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 제시한 비전은 ‘빛의 도시 광주 2020’이었고 목표는 ‘문화예술도시, 국제중심도시, 녹색환경도시, 인본민주도시, 첨단정보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이같은 비전과 목표는 21세기의 광주비전과 개발구상이었고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2015년에도 큰 차이가 없다.
최근 열렸던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때 광주시가 외쳤던 구호는 ‘빛의 도시 광주’였다. 그러나 지난 18년 동안 광주는 빛의 도시로서 역량을 발휘하는 데는 소홀했던 것으로 지적된다.
즉 U대회 때 보여준 광주시의 ‘빛의 도시’는 사실 형식에 그친 ‘립서비스’였다는 비판이다.

시청 전화나 현수막에 등장한 ‘빛의 도시’ 구호는 겨우 광주천 교량이나 급조된 미디어아트페스티벌 정도일 뿐 광주는 빛의 도시라고 자부할 만큼의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보고서 이후 가장 쓸 만한 보고서는 바로 2년 뒤에 제출된 전남대 호남문화연구소의 ‘빛과 생명의 문화광주 2020 기본계획’이었다. 이 연구에 참여한 32명의 지역 대학 교수와 분야별 전문가들은 광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었다.
모두 210쪽에 달한 보고서로 문화도시를 지향하기 위한 가장 집약된 내용이었다. 문화기반시설, 문화산업기반시설, 문화관광프로그램개발, 문화도시기반, 문화행정의 전문화와 문화투자재원의 확충, 문화시민운동의 활성화 등 6개 분야를 접근한 내용이었다.

광주비전의 기본은 무엇인가

이 보고서에 제시한 비전은 ‘빛과 생명의 문화광주’였고 목표는 ‘인권평화도시, 문화산업도시, 역사관광도시, 녹색환경도시’였다.
이 보고서에서 제시한 비전인 ‘빛과 생명’은 단순히 문화광주의 측면이 아니라 광주의 이념적 지향과 미래상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이는 광주시의 장기발전계획을 인지하기 쉽도록 ‘빛과 생명’이라는 개념으로 상징화했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는 빛과 생명을 제시한 것은 정치와 경제, 문화를 아우를 수 있는 비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고, 장기발전계획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비전과 핵심 주제를 담은 개념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특히 과거의 역사적 전통을 계승하면서 보다 미래적이고 진취적인 비전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제시했던 것이다.
이때의 ‘빛’은 빛고을로 부르는 광주의 이름과 부합하고 밝은 도시의 이미지, 기후생태학적 조건, 미래지향적인 희망과 정열 그리고 꿈을 담고 있다. 특히 광주가 추진하고 있는 광산업과도 연계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생명’은 1980년 광주항쟁의 경험을 학살과 죽음의 이미지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로 승화시키고 생태적 쾌적함과 연관되는 녹색을 상징할 수 있으며 이념적으로 평화를 지지하고 옹호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래의 지식기반사회를 이끌어가는 핵심 첨단과학인 생명산업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라는 점을 덧붙였다.
더욱이 광주시의 CI가 빛과 생명을 의미하고 있다. 광주시청의 누리집에도 “광주광역시의 기본심벌은 빛과 생명의 원천인 태양과 인간 형상을 기본으로 한다. 이는 세계, 미래로 열린 빛고을 광주의 열망과 진취적 기상을 표현한 것으로 전체 둥근 원은 태양을,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경쾌한 곡선은 인간을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市 비전을 무시한 용역보고서

광주시의 CI 이념선언문에서도 이같은 의미를 담아 설명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광주광역시는 새천년 화해와 상생의 시대를 맞이하여, 세계를 밝히는 빛고을 광주의 단합과 발전을 위한 정체성을 확립하여 미래의 비전을 천명코자, 도시의 이념을 정의와 평화정신을 바탕으로 ‘환경, 첨단과학, 문화’의 혁신적 진흥을 가져올 ‘세계의 빛, 생명의 터’로 제정한다. ‘세계의 빛, 생명의 터’는 천, 지, 인 철학을 안고 사는 광주인이 세계 속에서 찬연한 빛을 발하고 경쟁력 있는 진취적 도시로 우뚝 서고자 함을 개념적으로 표현한 문장이다.”
그런데 그 이후의 모든 용역보고서나 시의 자체 계획서에도 빛과 생명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2003년 이후 보고서의 비전이나 목표에 자주 등장한 단어는 ‘민주 인권 평화’였고 ‘첨단산업도시, 문화중심도시, 생태문화도시’가 주로 나타났고 박광태 시장 때는 ‘1등도시’, 강운태 시장 때는 ‘창조도시’, 윤장현 시장 하에서는 ‘더불어’라든가 ‘열린’이라는 용어가 많다.

2009년에 발표한 인본디자인도시 선언문은 물론 2012년의 광주인권헌장 전문에도 빛과 생명이라는 단어조차 등장하지 않는다. 특히 인권헌장의 각 조항에도 광주시의 CI가 의미하는 빛과 생명의 개념으로 사용되는 단어가 없었다.
광주시가 매우 강조했던 용어가 민주 인권 평화였다. 이 단어의 의미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광주가 오랫동안 의향의 도시다운 면모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러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광주’라는 지역에 국한된다는 지적이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광주’는 대한민국의 ‘내지식민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가 민주도시 인권도시 평화도시를 외치기보다 다른 사람,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그렇게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참여의 대표성은 어떤 수준?

지난 7월 25일 2030년 광주도시기본계획 시민참여단 1차 회의에서 광주의 미래상이 설정됐다. 그것은 ‘자연과 첨단이 만나는 예술도시 광주’였다. 여기에서도 빛과 생명은 등장하지 않았다.
광주시는 13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가장 선호하는 미래상이라고 발표했다. 시는 이것을 “시민들이 시민의 눈높이에서 미래 도시구조를 설계한다는 행정의 실천을 보여준 모범사례”라고 밝히고 있다.

무조건 시민의 의견을 모으면 되는 것인가. 그 130명의 시민이 어떤 대표성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더욱이 지난 2월 광주시는 공유문화도시 조성계획을 발표하면서도 그 비전은 역시 시장의 철학에 따른 ‘더불어 사는 나눔과 공유의 광주공동체 실현’이라고 제시했다. 그리고 목표와 추진전략에도 빛과 생명은 볼 수 없었다.
시의 한 공무원은 “광주시가 갖고 비전은 확실한 게 있다. 그것은 빛과 생명이며 이미 시의 상징으로 나타내고 있는 데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혼돈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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