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경실련, 최영호 청장 사택 양림동 역사문화에 역행 주장
광주경실련, 최영호 청장 사택 양림동 역사문화에 역행 주장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5.08.06 13: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집 짓자고 소중한 문화유산인 김현승 시인의 플라타너스를 싹둑 자른 남구청장을 규탄하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한다!

아일랜드는 인구가 고작 450만밖에 되지 않지만, 제임스 조이스, 예이츠, 조지 버나드 쇼, 사무엘 베켓 등 대문호가 즐비한 나라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제임스 조이스 생가에는 조이스가 사용했던 침대와 책상, 옷가지, 낡은 공책과 펜 등 우리가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소품 하나까지 빠뜨리지 않고 전시하고 있다. 그것이 문학왕국 아일랜드가 역사문화를 기념하는 방식이다.

아일랜드만이 아니다. 카프카의 집필실이 보존된 체코 프라하의 황금소로, 헤밍웨이가 집필하면서 단골로 찾았던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의 플로리안 카페는 세계적 관광명소가 되었고, 7년간 머문 쿠바의 암보스문도스 호텔은 쿠바 관광의 필수 코스다. 심지어 “프라하는 카프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 명의 작가가 도시 정체성을 대변하기도 한다.

위대한 작품을 남긴 문학가의 집필실, 작품의 배경이 된 공간들은 후세대에게 무한한 경제적 가치를 선사한다. 정부와 지자체도 관광자원이 갖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잘 알고 있기에 관광자원을 발굴·보존하는데 심혈을 기울여 왔고,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그렇다면 문화도시 광주의 남구는 어떤가? 광주 남구는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하는 관광도시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되어 양림동 일대에 국민의 혈세 50억 원을 투입하며 전국적인 관광도시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남구청은 김현승 시인이 그의 대표작 ‘플라타너스’ 집필 당시 영감을 줬다는 소중한 플라타너스 나무를 거리낌 없이 싹둑 잘라버렸다. 수령 100년도 더 된 소중한 역사문화 유산을 말이다. 나무와 건출물의 거리를 볼 때 우리는 플라타너스 나무뿌리가 최영호 청장 신축 건물에 영향을 줄까봐 남구청이 민원을 핑계로 잘라버린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의식이 있는 구청장이라면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플라타너스 주변 부지를 구에서 공적으로 매입하여 김현승 작가 기념공원으로 조성함으로써 남구와 광주의 정신문화 보고로 만들었어야 했다. 국비를 지원받아 양림동 일대를 근대역사문화마을로 조성하고 있는 구청장이라면 더욱 그랬어야 했다.

그런데 고작 자기 집을 지으면서 김현승 문학의 상징이자 양림동의 명물인 플라타너스 나무를 베어버렸다. 이는 단순히 플라타너스 나무 한 그루를 자른 것이 아니라 김현승 문학을 자른 것이고, 한국 문학의 상징을 자른 것이며, 역사문화마을 조성의 대의를 져버린 만행이다.
광주경실련은 공익을 대변해야 할 단체장이 사익을 위해 공공문화유산을 벌목한 행위를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남구의회는 조속히 회의를 개최해, 이번 양림동 플라타너스 나무 벌목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누구의 지시에 의해 이러한 부끄러운 만행이 저질러졌는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
2. 최영호 남구청장은 본인의 사택 건축과정에서 소중한 역사문화유산이 훼손된 것에 대해 사죄하고, 국책사업인  「올해의 관광도시」 사업에 계획서를 제출해 놓고도 플라타너스 인접 부지를 공유지로 매입하지 않고 사택부지로 매입한 경위를 소상히 밝혀야 한다.

2015년 8월 4일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