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49) 민병수 택시기사
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49) 민병수 택시기사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07.23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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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 후 돌아온 것은 해고라는 보복
운수노동자 권리 짓밟는 사납금제 폐지돼야
시민 믿고 소신껏 시정 펼쳤으면
더불어 사는 광주, 참여하는 자치도시를 지향하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시민의 소리>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100명의 시민에게 릴레이로 ‘시민의 소리’를 듣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광주의 발전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과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본다. /편집자 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대다수는 빈번할 정도로 택시를 탄다. 택시비가 오를 때마다 시민들의 적잖은 목소리를 듣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택시비가 오르면 택시노동자 탓을 했지, 택시노동자들의 제도에 대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민병수 기사의 가장 큰 관심사는 택시노동자들의 권리를 찾는 것이다. 승객의 권리와 운수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보장되는 제도를 광주시에서 만들어 줬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그는 기존의 사납금제가 폐지돼야 한다고 말한다. 운수노동자의 권리가 박탈당하고 있는데 어떻게 승객의 권리를 생각할 수 있냐는 말이다.
이번 100명과의 대화 마흔아홉 번째로 마주한 인물은 택시운수업 21년의 민병수 택시기사다.

▲택시기사를 하면서 회사와의 트러블로 사건들이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저는 27살에 택시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21년 정도 하고 있어요. 저는 원래 택시가 굉장히 고마운 직업이라고 느꼈어요.
저의 생계를 유지시켜 주고, 주어진 노동 시간 안에서 개인적으로 사정이 있다면 일을 볼 수 있고 노동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 전까진 사고의 중심이 택시를 통해 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특별한 손님 한 명을 만나면서 제 인생이 바뀌게 됐습니다.
노동문제와 관련된 상담을 하는 분이었는데 노동문제에 대해 대화하는 과정에서 택시문화나 잘못된 노사관계를 개선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죠.
왜 택시가 기존 노동법에 적용받지 못하고 노동착취가 이뤄지는지 알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손님을 만나고 1년 후에 연락해 택시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고, 도움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을 소개 받아 그동안 몰랐던 노동문제를 하나씩 정리하는 계기가 됐어요.
그동안 가정을 꾸려야했기 때문에 일에만 전념했었는데 이제 바꿔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노동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노무사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택시노동자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사업장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소정근로시간이 6시간 40분으로 돼 있지만, 사납금을 벌어야 하는 시간은 10시간 이상입니다. 나의 무관심으로 인해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해선 안 되겠다고 느꼈어요.

그때 처음으로 노사관계 임금단체협정서를 보게 됐는데, 그 계약이 노동법에 맞지 않는 자본 위주로 협상이 맺어졌으며, 노동자 권리에 대한 언급도 없고, 근로기준법에 위반돼 노동법이 지켜지지 않는 협정서였습니다.

   
 
이런 계약 때문에 피해 받는 것을 알고 무효화시키는 운동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2009년 노동청에 진정하게 됐습니다.
그땐 제가 참 순수했던 것 같아요.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면 회사와 노동청에서 당연히 제 말을 받아줄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해결되고 노사관계가 올바로 정립돼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으로 믿었죠.

하지만 회사에선 관행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었고, 노동청에선 서류상으론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어요. 그리고 저는 해고를 당했습니다.
그때 당시 함께 하는 동료 12명이 있었지만 노동운동에 대해서도 잘 몰랐고,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돌아온 것은 일자리를 잃는 것이었죠.

해고를 당하니까 오랫동안 해왔던 일인데, 막막해지더라고요.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하려고 했던 것인데 해고라는 보복까지 올 줄 몰랐던 거죠.
마음을 굳게 먹고 2년간의 법적공방 끝에 결국 이겨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습니다.

▲광주광역시장이 된다면 택시노동과 관련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싶나요?
-노동운동이 의지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어요. 현장으로 돌아온 후에도 택시노동운동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릴 수 없었죠.

‘택시’하면 ‘불친절’이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인데, 이것에 대해 굉장히 자존심이 상해요.
하지만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권리를 포기한 사람들이 우리들이기도 하죠. 우리의 권리도 찾지 못하는데 어떻게 승객의 권리를 찾겠습니까.

따라서 승객의 권리와 운수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보장되는 제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먼저, 일을 하다보면 수입이 많을 때도 있고 적을 때도 있는데 그런 것에 상관 없이 무조건 사납금을 정해놓고 입금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강제노동을 유도하는 장치 같아요.

또 지도·감독해야 할 광주시는 묵인하고 있고, 노동자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기존 제도가 그러니 그대로 하라는 것이 시청 입장인 것 같다고 느껴집니다.
따라서 기존에 유지되고 있는 사납금제가 폐지돼야 합니다. 사업가 입장 말고 시민 입장에서 정책을 펼쳐 달라는 것이죠.

또한 택시가 가진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광주 택시가 목적지를 말하면 그곳이 어디든 안전하게 데려다준다는 인식이 생긴다면, 택시기사들의 서비스 질도 올라갈 것이고, 그것이 모두 광주의 자산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관료화된 사람이 시장된 것이 아니고 시민활동가 출신이다 보니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죠.
아직까진 사회적으로 지켜보자는 쪽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잘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강합니다.

아직 시장에 대한 평가에 대해 듣고만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지켜보는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을 수도 있어요. 따라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열린 시정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에요.
아쉬운 부분에 대한 지적도 있지만, 시민입장에서 그런 부분들을 헤아렸으면 합니다. 시민들은 과감할 때는 과감하게 소신껏 하라고 지지한 것이지, 관료화되라고 지지한 것 아니거든요.

그리고 일의 성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광주시의 주인인 시민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목표를 두고 하나씩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관 주도가 아니라 시민주도를 뒷받침하는 행정이 광주시에 걸맞는 시정이 아닐까 생각해요. 공무원 문화를 바꾸는데 큰 결단이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철학을 알리는 것이 부족한 것 같아요. 너무 자신만의 색깔이 없는 것 같다는 것이죠. 시민을 믿고 과감히 추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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