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광주국제현대미술전, 누가 이 전시를 보랴!
2015광주국제현대미술전, 누가 이 전시를 보랴!
  • 정인서
  • 승인 2015.07.0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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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전시의 장소와 기획이 중요한 이유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기념하여 광주에서 세 개의 굵직한 축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쉬운 현대미술을 표방하는 광주시립미술관의 ‘헬로우 아트’, 미디어아트의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광주문화재단의 ‘2015미디어아트페스티벌’, 그리고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광주국제현대미술전’이다. 문화도시 광주의 대규모 미술기획에 대한 가늠을 평가할 수 있는 전시이다. /편집자주


전시장을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세상에 이런 전시가 있다는 것 자체가 웃어야 할 지 화를 내야 할 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너무나 형편없는 ‘전시’였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창, 문화의 창’이라는 주제로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축하라는 부제를 달고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1관에서 4관까지 열리는 전시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무려 5백여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대규모 전시인데도 불구하고 전시기획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미술전시는 기획력이 매우 중요하다. 전시 주제와 작품에 따라 전시할 장소를 분류하고 전체적인 이미지와 영역별 작품의 관계성을 찾아가면서 관객의 감동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전시기획의 기본이다.
그러나 이 전시는 전시기획의 기본마저 상실된 채 ‘액자’가 줄줄이 늘어선 듯한 느낌을 가졌다. 정말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기도 했지만 이 전시에서 그 작품은 형편없이 보였다. 아예 작품을 ‘살해’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듯 했다.
물론 개개 작품을 어느 장소에서 보든 그게 무슨 상관있으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품만 좋으면 당연 좋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주제를 가진 특별한 전시회인 데도 불구하고 주제를 살리지 못했고 조명도 제대로 없었다.

휑한 공간에 걸린 작품들은 고목나무에 매미가 달린 모양이었다. 그저 작품만 걸면 전시가 되는 것일까? 이번 전시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축하라는 부제 자체가 오히려 ‘모독’으로 느껴졌다.
전시도록을 보면 올해까지 31회째 열리는 대한민국남부현대미술제이다. 이렇게 역사를 가진 전시가 이 정도 수준이라면 왜 전시기획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회원전 정도로 이름만 그럴싸하게 붙여 참여작가들의 경력쌓기에 한 줄을 덧붙여주려는 것인지 그 의도를 모르겠다.

전시도록을 들여다봤다. 이번 광주국제현대미술전 조직위원장은 유인학 전 국회의원이다. 이 도록에는 윤장현 광주광역시장과 김황식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공동조직위원장, 하철경 한국예술인총연합회 이사장, 최규철 한국예총광주광역시연합회장, 나상옥 한국미술협회 광주광역시지회장 등의 축사가 줄줄이 있다.
이어 작품사진은 임원 및 운영위원단 58명, 작가들은 해외 97명, 광주 81명, 경기 14명, 경남 43명, 대구 21명, 대전 4명, 부산 31명, 서울 51명, 울산 10명, 전남 8명, 전북 9명, 충남 11명, 충북 9명, 송은예술기획 24명, 바림레지던시 3명, 대학생 기획초청으로 전남대 9명, 조선대 17명, 호남대 8명 등 기록상으로 모두 508명에 달한다.

이 전시의 주최는 광주시립미술관과 (사)대한민국남부현대미술협회이다. 주관은 광주국제현대미술조직위원회이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은 광주시의 소유이고 운영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시립미술관의 ‘주최’ 이름이 들어가야 전시관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시장의 가벽 설치나 조명은 전시회를 주관하는 곳에서 설치하고 철거하는 등 책임을 맡는다. 그래서 광주비엔날레도 광주시립미술관으로부터 비엔날레 전시회 때마다 사용계약서를 쓰고 빌리는 형식을 취한다.

이 전시의 제갈명 예술감독은 도록에 쓴 글에서 “이번 본 전시는 단일 국제미술전시회로 최대 참가자로 한국기네스북에 등재될 예정이다”라고 자랑까지 했다. 숫자가 많은 전시일 수는 있지만 가장 ‘성의없는’ 전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충격받았다는 사실은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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