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미래 먹거리, 공장굴뚝보단 자연을 10
전남의 미래 먹거리, 공장굴뚝보단 자연을 10
  • 권준환 박용구 기자
  • 승인 2015.07.02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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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속도로 꾸준히, 비전 가지고 주민 설득해야
전남다운 숲 특화시킬 명확한 계획 필요
도민의 이해·참여·관리 필요, 주민 공감 방안 절실
최근 전남도가 발표한 ‘숲속의 전남’ 10년 계획이 그 동안 진행돼왔던 단발성이고 관 주도의 사업형태에서 벗어나 도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사업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민의 소리>는 전남도의 ‘숲속의 전남’ 10년 계획을 점검하고, 국내 및 해외 우수사례 취재를 통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기획보도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독일은 사방이 숲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숲이 차지하는 면적이 넓다.
독일인들은 오랜 시간동안 숲의 보존과 활용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해왔다. 또한 어떻게 하면 숲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인지 철저한 계획에 따라 벌목을 진행한다. 벌목은 수익을 낸다는 측면도 있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균형 잡힌 숲의 조성을 위해서다.

그렇다면 이낙연 전라남도지사가 숲으로 둘러싸인 전남을 꿈꾸며 계획한 ‘숲 속의 전남’이 가야할 방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오구균 광주전남녹색연합 공동대표
오구균 광주전남녹색연합 공동대표(호남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전남이 ‘숲 속의 전남’이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기술과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현대에서 이 정책을 꾸준히 이어가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낙연 전남지사가 전시행정을 지양하고, 자신부터 바꿔서 느린 속도로 꾸준히 지역민들을 설득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시지향적인 청년들이 도시로 나가버리면, 젊은이 없는 곳에서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느리게 끌고 갈 힘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숲
비전이 없다면 젊은이들은 떠난다

오 대표는 도시로 나가려는 젊은이들의 발길을 붙들기 위해선 30년, 50년의 비전을 세워 젊은이들의 가슴을 뛰게 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숲으로 둘러싸인 전남은 단기간에 큰 성과가 나타날 수 없는 사업이다. 그러다보니 눈에 보이는 행정을 할 우려가 크고, 빈껍데기만 남을 가능성도 있다.
장기적이고 뚜렷한 비전을 설정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사업만을 쫓다보면, 젊은이들도 중간에 흐름이 끊어질 것을 알고 도시를 향해 떠나게 된다.

따라서 ‘숲 속의 전남’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선도사업과 상징사업을 끄집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오 대표는 “사업내용이 너무 많고, 20년 전부터 전남도가 해온 것들을 글씨만 바꾸고 포장만 하고 있다”며 “공터나 유휴지를 숲으로 만들어 가는 것도 좋지만, 도민에게 무슨 공감이 되겠나. 2~3개의 핵심 사업을 뽑아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 도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취재 중에 가이드가 했던 “독일인들은 기다리고, 참는 것은 세계 1등이다”라는 말처럼, 독일은 보이지도 않을 만큼 아주 작은 묘목들을 심어 놓는다.
물론, 처음엔 무척 보잘 것이 없다. 하지만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면 그곳은 꽤 근사한 숲이 된다.

사실 우리나라는 굉장히 발전 속도가 빠른 나라다. 기본적으로 적응이 빠르고 영특하며, 응용 능력이 뛰어난 한국인들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숲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어선 속도전으로 가면 안 된다.
오 대표는 “도민들이 생업에 종사하면서 숲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씨를 뿌리고, 묘목을 심은 후 나무들이 자라는 동안 숲을 통한 일자리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
숲 속의 전남, 100년 계획 첫 단추 꿰는 것 중요

그는 급변하고 있는 기후에 따라 전남에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는 자연재해를 숲으로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 등을 점검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찾아내고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만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 내용이 도민 전체의 공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안선 부근에 방재림을 모두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당장 시작해도 몇 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주 어린 묘목을 심고 키워야 뿌리가 깊이 들어가서 자연재해가 닥쳤을 때 나무들이 뽑히지 않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주민들의 이해를 이끌어내 국가예산을 가져와 꾸준히 해야 할 일이다”며 “필요하다면 녹지사업소와 같은 특별기구를 설치해 주민들과 함께 묘목을 확보하고 방재숲을 만들어 나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숲 속의 전남이라는 근본 취지는 정말 좋지만, 100년 계획이 돼야하고 그 첫 단추는 지역주민들이 꿰어야한다”며 “첫 단추를 잘 꿰기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만도 1년 이상 걸릴 것이고, 큰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튼튼한 100년 숲 계획을 세워야한다”고 제언했다.

▲김재현 건국대학교 녹지환경계획학과 교수
김재현 건국대학교 녹지환경계획학과 교수(생명의숲 공동운영위원장)는 전남다운 숲, 그리고 장기적 방향성의 필요 등에 대해 역설했다.

김 교수는 먼저 “전남은 다도해로서 한반도 남서쪽 해안지방을 가지고 있다”며 “해안 지역의 난대림이나 도서지역 식생 등을 특화해 특색 있는 전남 숲을 만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남의 숲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을 어떻게 특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차별성이 분명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풍수지리적 가치와 생태관광 연계 필요

또한 행정이 대부분 지자체장의 임기 안에 모든 것을 하려고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장기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장기 사업계획 안에서 지역주민의 참여가 적극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남의 숲 위원회가 공무원과 전문가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데, 실질적인 주민의 의사결정 과정, 기초 지자체별 사업, 주민조직 관리·유지 등에 관한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전남의 숲을 만들어가면서 숲만 보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본다”며 “사람들에게 숲에 대한 이해와 관리·참여를 어떻게 높일 것인지 고민해야지, 재정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전남도민이 장기적이고 자발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자립구조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전남은 장성 편백나무, 강진 황칠나무, 담양 메타세쿼이아 등 좋은 숲들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마을숲과 비보림이 많다는 점을 들며 이런 특색을 살린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전남지역 선조들이) 풍수로 전체적인 균형을 맞춰 안녕을 빌고, 자연과 일치되는 사안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본다”며 “이런 가치와 생태관광 프로그램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전남이 지역 자연자원이 가진 가치를 중심으로 숲이라는 테마를 통해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숲 속의 전남이 보다 확장성을 가지려면 전남의 숲이 무엇이고, 도민들이 어떻게 참여해 삶의 영역으로 자리 잡게 만들어 줄 것인지, 그리고 생태관광 등 사회적경제와 연계하려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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