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우 아트, 쉬운 현대미술의 見聞錄
헬로우 아트, 쉬운 현대미술의 見聞錄
  • 정인서
  • 승인 2015.07.02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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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개성의 전혀 다른 사물적 시각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기념하여 광주에서 세 개의 굵직한 축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쉬운 현대미술을 표방하는 광주시립미술관의 ‘헬로우 아트’, 미디어아트의 방향성을 보여준다는 광주문화재단의 ‘2015미디어아트페스티벌’, 그리고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광주국제현대미술전’이다. 문화도시 광주의 대규모 미술기획에 대한 가늠을 평가할 수 있는 전시이다. /편집자주

미술의 영역파괴가 이루어지면서 현대미술의 경계가 모호해진 감이 없지 않다. 현대미술이라는 이름으로 미술에 대한 기존 상식을 무너뜨린 작품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게 최근의 일이다.
사실 현대미술의 시원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역사적인 시간 구분을 하는 사람들은 19세기 후반부터를 말하는가 하면, 인상주의부터 현대미술의 경계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최근 우리가 자주 전시장에서 보는 작품들이 현대미술인가? 전시장에 가보면 관객들은 현대미술을 보면서 늘 고개를 갸우뚱한다. 물감을 칠한 것도 아니고 전통적인 캔버스에 그려진 것 또한 아니다.
우리는 미술작품이라면 최소한 어느 정도의 시각적 범위 내에서 감동을 받거나 아우라(aura)를 접하려 한다. 관객은 작품을 통해 카타르시스와 같은 쾌감을 느끼려 하고 그 장소에서의 만족을 지속하고 싶기 때문이다.

“현대미술이 이렇게 쉬울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한 기획전시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헬로우 아트(Hello Art)’이다. 말 그대로 한 번 와보세요. 재미있어요 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래서 전시장을 찾았다.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는 누구나 미술작품을 쉽게 즐기도록 하는 데 있었다. 새로운 현대미술을 창안했던 백남준에 대한 존경의 뜻으로 시현한 오마쥬(Hommage)적인 전시를 통해 대중들이 갖고 있는 현대미술에 대한 편견과 어려움을 덜어내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이다.

일단 광주비엔날레나 다른 현대미술 전시에서 보았던 기기묘묘한 작품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젊은 청춘남녀들을 관객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좋았다. 이는 전시회 개막일 오후 한나절 동안 보여준 ‘판다1600+’라는 이벤트 전시가 그런 점에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광주시립미술관 개관 이래 이처럼 수많은 젊은이들이 한꺼번에 미술관을 찾은 전례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에만 무려 4만2천여 명이 몰려들었다는 사실은 전시기획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한 대목이다.
‘판다1600+’ 이후 ‘헬로우 아트’전도 꾸준한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상상과 놀이’, ‘헬로우 백남준’, ‘후아유’ 등에 19명 76점의 작품은 각각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전혀 다른 사물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3개의 영역으로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기획자의 의도대로 ‘쉬운 현대미술’일 수 있다. 그것은 우선 작품을 보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고 작품 속의 소재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기존의 현대미술이라 부르는 영역의 작품들은 관객과는 동떨어진, 아니 관객을 무시할 만큼의 작가 중심적인-때로는 작가 스스로도 무엇인지 모를 수 있는 작품(?)인 사례와 비교했을 때 이번 전시는 참으로 ‘친절한’ 작품이었다고 할 것이다.

1부 상상과 놀이는 작품과 관객의 소통의 공간을 제공했다. 공수경, 김동조, 김숙빈, 백종인, 옥현숙 등의 작품은 관객의 체험을 유도해 작품이 동떨어진 영역이 아님을 보여준다. 아쉬운 것은 ‘아!’라는 탄성을 자아내기엔 한계가 있어 보였다. 노동식, 조병훈은 과거에 대한 기억 재생이긴 하지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 특히 조병훈은 우리나라 철도모형의 ‘본좌’라는 평이 있지만 요코하마 철도모형박물관을 다녀온 사람에게는 아쉬움이 든다. 다만 전국의 역을 다니며 사진을 찍느라 수고했다. 최문석은 오토바이에서 시작한 키네틱 아트(Kinetic Art) 아이디어로 1960년대 장 팅겔리(Jean Tinguely)의 작품을 스타일을 바꿔 축소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2부 헬로우 백남준은 전통과 역사를 자신의 작품에 반영하여 새로운 기법을 보여준다는 영역이다. 백남준의 ‘TV부처’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다시금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의미가 중첩된다. 여기에 이이남의 ‘TV피노키오’는 백남준을 오마쥬한 작품으로 그가 보여준 과거의 작품에 대한 애니메이션적인 ‘복제’의 아이디어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손봉채와 권기수는 백남준을 어떻게 ‘헬로우’ 한 것일까? 특히 권기수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놀이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3부 후아유는 경계 없는 현대미술이라 해도 회화는 미술의 핵심이라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 권승찬은 핑거페인팅의 새로운 관점, 박수만은 양동 닭전머리의 점집과 방석집, 배수민은 알려진 인물을 소재로 한 평면 같은 입체, 조영남과 하정우는 만화적인 기법, 최재영과 허진은 문명사회에서의 무릉도원을 꿈꾸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권승찬과 허진의 경우 가만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재미를 준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분들을 정말로 “Who ar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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