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윤 할머니의 애틋한 스케치북 사랑
김기윤 할머니의 애틋한 스케치북 사랑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5.07.02 0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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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림미술관 서 3대의 작품도 전시해


91세의 슈퍼 실버 김기윤 할머니가 그동안 스케치북에 그려온 그림과 일기를 전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김기윤 9100그림전 ‘엄마와 크레파스’ 새를 부르다 전시회는 지난 6월 26일 양림미술관에서 시작해 7월 5일까지 열린다. 원래 전시회는 30일까지 열기로 했으나 수많은 방문객들의 발길과 남구청의 요청으로 연장하게 됐다.

손에 잡히는 간편한 그림도구 사용

슬하에 5남 2녀를 둔 김기윤 할머니는 몇 년 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손에 잡히는 크레용, 색연필, 볼펜으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일을 사랑하게 됐다.

김 할머니의 재료는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캔버스나 유화물감이 아니다. 초등학교 앞 조그만한 문방구에서 파는 스케치북과 크레파스가 전부다. 해석하기 어려운 현대미술과는 반대로 김 할머니의 그림을 보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더욱 매력적이다.

그녀는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뒷면에 남는 면까지 활용해 그림을 그려 앞, 뒷장이 모두 작품이다. 그래서 간혹 뒷면의 채색이 진해 반대 면에 스며들기도 하지만 종이를 아껴가며 그림을 그려왔다. 그렇게 지난 2011년부터 그리기 시작한 작품들이 어느덧 스케치북으로 50여권이 훌쩍 넘었다.

김기윤 할머니 그림에는 늘 한쪽 구석에 조그마한 새들이 모이를 쪼아 먹고 있다. 1925년에 태어난 그녀는 배고픈 시절을 살아온 인생이 그림에 반영되어 표현됐다. 또 하나는 교회와 한옥 건물이 함께 있다.

근대 문화 도입과 함께 살아온 김 할머니는 당시 선교활동으로 한국을 온 외국인을 몰래 한옥집 뒤편에서 지켜보는 그림도 그 당시 사회상을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림과 일기, 순수한 마음 그대로 표현

스케치북를 가득 칠한 밝은 색감들은 김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김기윤 할머니는 김을현 시인의 어머니기도 하다.

충정도에 살고 있는 김 할머니를 대신해 김을현 시인에게 이번 전시회에 관련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김을현 시인은 “어머니가 집에 앉아계시면서 늘 일기를 쓰셨고, 손자가 나두고 간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몇 년이 지나고 나서 그림을 모아보니 작품이 됐다”고 말한다.

김 할머니는 그림을 배우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화풍이 있다. 그림을 배운 사람은 오히려 뻔한 그림들이 나오기 십상이지만, 그녀의 작품은 틀에 박히지 않고, 순수함이 묻어있다.

그녀가 써온 일기는 별도로 캘리그라피로 다시 표현해 써내려가 또 하나의 작품이 됐다. 김 할머니가 어린 시절부터 친했던 친구들의 이름만 담아내도 정감있는 작품으로 변신한다.

▲김기윤 할머니
실버세대, 아직도 할 수 있다

김을현 시인은 “친구들 이름만 써내려간 메모를 보고, 어머니가 살아오셨던 그 시절은 먹거리가 풍족하진 못해도 친구들이 풍족했구나 생각이 든다”며 “나무잎도 하트로 그리시고, 그림을 보면 마음이 따듯해진다. 나를 낳아 준 ‘어머니’라고만 생각해왔는데 전시회를 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자랑스럽고 슈퍼실버지만 아직도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신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는 3대가 모두 작품을 담아내기도 했다. 김기윤 할머니와 아들 김을현 시인, 손자 김솜샤넬이 함께 전시회를 더욱 풍족하게 꾸며냈다.

한편 이번 ‘엄마와 크레파스’ 전시회는 전남 함평 모평문화관, 여수, 울산 몽돌 도서관, 인사동 등에서 전시를 열 계획이며,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실버 세대를 응원하는 커다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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