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진, 홍가혜 사건 ‘잘 만들어진 유죄’ 전시
성유진, 홍가혜 사건 ‘잘 만들어진 유죄’ 전시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5.07.01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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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작품 통해 사회현상 ‘마녀사냥’ 비판
누구나 ‘유죄’로 만들어 질 수 있다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 당시 정부의 진상규명과 책임자들의 처벌에 대한 관심보다 모 언론사의 10분간의 인터뷰 하나로 인생이 뒤바뀌어 버린 홍가혜씨가 있다.

세월호 사고 직후 자원 민간잠수부를 모집한다는 소식 하나만 듣고 용기 있게 진도로 뛰어간 그녀는 ‘거짓말쟁이’, ‘허언증’이라는 언론보도와 네티즌에게 마녀사냥으로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당시 그녀는 TV방송과  “현재 정부의 지원이 되지 않고 있다. 민간잠수부를 막고 있다”는 인터뷰를 했고 이 영상이 보도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해경은 "사실이 아니다"는 해명 발표 하나로 그녀는 거짓말로 몰려 한 순간에 전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게 됐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 정도만 알고 있고, 그 뒤의 내용에는 관심이 없다.

무죄판결로 된 ‘잘 만들어진 유죄’

그러나 지난 1월 재판에서 ‘홍가혜가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다’라는 증언들이 터져 나오면서 해경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그녀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검찰 측은 무죄판결에 대해 항소를 했고, 지난 6월 18일 광주지방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됐다. 이날 홍가혜 재판을 우연히 방청하게 된 성유진 작가는 "그녀가 아무런 혐의 없음을 재판을 통해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여성과 판타지를 소재로 다루어 오묘한 분위기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왔던 성유진 작가는 재판을 보게 된 이후 이를 주제로 새로운 작품을 꾸몄다. 이번 작품이 보기에 따라 다소 오해의 우려도 있다는 조언도 있었다. 그렇게 조심스럽고, 다소 무거울 수도 있는 ‘홍가혜’씨를 주제로 삼았다.

동구에 있는 바림 1층에서 ‘잘 만들어진 유죄(Well-made Guilty)’라는 주제로 홍가혜 씨 이야기를 풀어내는 전시회 준비가 한창인 성유진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전시회 주제는 홍가혜가 아니었지만, 재판방청 후 전시회 오픈이 약 2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제를 변경하고 전시회를 준비했다.

사실 성 작가도 전시 주제를 정할 때 주변 사람들의 만류로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성유진 작가는 “지난 18일 재판을 통해 홍가혜씨를 처음 보게 되었는데 '마녀사냥'을 그렇게 심하게 당했던 여성의 진실이 궁금했었다”며 “재판을 보기 전에는 대중들과 비슷한 생각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욕만 했었지만, 욕을 하더라도 이유와 팩트는 알고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고, 알려진 루머와 전혀 다른 내용들을 재판 방청을 통해 알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메시지를 죽이기 위해 메신저 죽인 셈

당시 세월호 희생자가 어린 고등학생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대중들은 너무 안타까워했고, 이의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대상이 필요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중들은 군중심리로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시키고,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기 싫어 ‘마녀사냥’을 통해 마음이 편해지려 했던 것일까?

홍가혜 씨는 민간잠수부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동안 수차례 다이빙 경험을 토대로 용기 있게 선뜻 나서기 힘든 일에 먼저 뛰어갔고, 누구보다 아이들을 구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었다.

그러나 당시 긴박했던 현장 상황을 그대로 담은 모습이 인터뷰를 통해 보도가 되었고, 해경은 이에 대해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고 홍가혜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 이후 홍가혜 씨는 구속되어 목포교도소에서 101일 동안 수감생활을 하면서, 24시간 감시가 되는 독방에서 생활을 하기도 했다. 연쇄 살인범이나 강력범을 감시하기 위해 화장실이나 어디나 24시간 계속 돌아가는 카메라가 있는 독방에서 '여자' 혼자 생활하게 한 것이다.

▲성유진 작가
성 작가는 “재판을 보고 나서는 말 그대로 ‘잘’ 만들어진 유죄라는 느낌을 받았고, 누구나 당신도 홍가혜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재판을 보고 알게 됐다. 메시지를 죽이기 위해 메신저를 죽인 꼴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성유진 작가는 재판에서 홍가혜 씨가 “나는 원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 진실이 밝혀지길만 바란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보이지 않는 더 많은 것을 느끼게 됐다.

홍가혜, 피해 없는 선 표현의 자유 인정해줘야

지난해 광주문화재단 미디어아트 레지던스 입주 작가로 선정되기도 한 성 작가는 긴 생머리 이미지의 홍가혜씨를 누구나 똑같은 ‘여성’으로 주목하기로 했다.

몇몇 작품은 3D펜으로 입체적으로 만들고, 홍가혜씨와 그동안 그녀를 향해 쏟아졌던 언론의 기사들이 오버랩되는 영상을 제작해 전시를 통해 보여줄 예정이다.

현재 ‘잘 만들어진 유죄’ 전시회가 준비 중인 바림 1층은 원래 R&B문구점이었지만, 문구점이 없어지고 나서 아직 정리가 덜 된 어두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하지만 성 작가는 깨끗한 갤러리의 느낌이 아닌 현재 있는 그대로의 분위기를 작품과 함께 녹여 담아낼 예정이다.

한편 이번 성 작가의 전시주제로 등장한 홍가혜 씨는 <시민의소리>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사실 전시를 통해 내가 그동안 던졌던 메시지를 다 담을 수 없을뿐더러 아직 재판이 진행 중에 있어 자유롭지 못한 입장에서 내가 힘들게 당했왔던 일들을 떠올릴 수 있는 연계성이 있다”며 “생각이 자꾸 나서 잊고 싶고, 돌아가고 싶고 하지만 그게 안 되는 모순 속에서 살고 있다”고 털어놨다.

홍 씨는 “그동안 성 작가가 페이스북을 통해 내 사건을 지켜보고 있었고, 전시회를 통해 다시 진실을 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예술적으로 표현 한다는 것은 무리가 없다고 본다”며 “어떤 방식으로 오류나 과장이 있더라도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이것도 ‘표현의 자유’라고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성유진 작가의 ‘잘 만들어진 유죄(Well-made Guilty)’ 전시회는 오는 7월 4일~5일 동구 대의동 바림 1층에서 열릴 예정이다. 전시회 주제의 대상인 홍가혜씨도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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