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웹툰[파인]과 [송곳]에 빠져들다.
강추@웹툰[파인]과 [송곳]에 빠져들다.
  • 김영주
  • 승인 2015.06.11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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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드라마[풍문으로 들었소]를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다. 무엇보다도 빈부격차가 더욱 심각해지면서 더욱 극심해진 ‘갑질의 횡포’를 블랙 코메디로 풍자해서 오늘날의 이 나쁜 시대상에 경고장을 날린 것에 감사한다. 그렇지만 이 드라마 스토리가 출발점과 도착점에서 현실의 리얼러티가 없이 억지로 이끌어낸 게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런 억지스런 이야기는 현실에선 없을 테니까 맘에 들지 않지만, 대중재미를 위해선 억지이지만 그런 설정을 할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한다. 아니 오히려 우리나라 드라마가 놓인 현실의 여건에서 이런 정도의 사회풍자라도 해냈다는 걸 가상히 여겨야 할지도 모른다. 고생했고 고맙다, 그러나 그런 스토리는 현실엔 없다. 안판석의 연출력과 정성주 극본의 필력을 높이 평가했는데, 이젠 상당한 인기를 얻었으니 언젠가는 그런 현실적인 타협의 허울을 벗고 사회파 냄새가 물씬 나는 작품으로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윤태호의 만화[미생]과 드라마[미생]을 매우 높이 평가하면서도 [풍문으로 들었소]와 비슷한 갈증이 있다. 그래선지 그는 [내부자들]이나 [인천상류작전]처럼 사회파 냄새가 물씬 나는 작품을 내놓았다. 그가 요즘은 무얼 할까? 인터넷 마당을 찾아보았더니, [파인]이라는 작품을 연재하고 있었다. 5회부터 후욱 빠져들었다. 여전히 강렬했다. 10회를 넘어서니 이전의 작품들보다 더욱 강렬한 흡인력이 잡아당겼다. 감동을 넘어선 전율이다. 스토리 내용,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속도감, 그 무대와 배경, 다양한 캐릭터들과 표정 하나 하나 그리고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그 한 컷 한 컷들 틈새로 피어오르는 으스스한 분위기, 이 모든 것에 가슴을 빠짝 조이며 파르르 떨었다. 그의 최고 작품이다. 하-드 보일드 영화로 만들면 딱 좋겠다.( 지금 이걸 영화로 만든다면, 그 캐릭터에 어떤 배우가 좋을까? 상상해 보았다. 일단 회장부인은 문소리다. 아직 연재 중이니까, 각색은 나중에 상상하기로 했다. )
 


무엇보다도 찐한 사투리가 대단했다. 영화[친구]의 부산 사투리와 욕설 그리고 소설[태백산맥]의 전라도 사투리에서 가히 예술의 경지를 맛보았다. [파인]에선 전라도 사투리에 부산 사투리가 뒤엉켜들면서 70시절까지도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이 박혀있던 일본말까지 어우러져서 마침내 예술로 떠올랐다. 내 사투리에도 그 일본말이 찐하게 박혀 있었다. 사투리를 지우려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았지만, 그 일본말은 스무 시절부터 지우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미꾸라지가 용 된다.” 하등만, 그 천덕꾸러기가 이렇듯이 예술로 승천할 줄이야! 하마터면 까~맣게 잃어버릴 뻔 했다. 밑바닥 거친 인생들의 투박한 말맛은, 소설[태백산맥]에서 만났던 전라도 사투리보다도 훨씬 더 생생하다. 끝~내 준다. 알 만한 사람만 알겠지만. 그의 캐릭터 그림체에 불만이 없지 않지만, 그를 존경하는 맘이 저절로 일어났다.
 
<웹툰 파인 보기>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farin

내 인생에서 만화는, 10살에서 15살까진 묻혀 살았고, 고등시절엔 성인만화에 홀려 들다가, 스물 시절부터 마흔 중반까진 이현세의 [남벌]과 허영만의 [오! 한강]을 비롯한 몇 개 말고는 별로 만나지 않았다. 90시절 [드래곤 볼]과 [닥터 슬럼프]를 비롯한 일본만화에 열광하다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에 감동을 먹었는데, 쉰 시절을 마무리하는 이즈음에 윤태호의 [이끼]부터 사회문제를 깊게 파고드는 작품들에 빠져들고 있다. 그래서 최규석의 [송곳]을 만났다.



송곳, 주머니 속의 송곳, 그러니까 세상살이가 녹록치 않아서 제 성깔 죽임서 살아간다고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양심의 가책이나 제 성깔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 주머니를 뚫고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것도 그 주머니가 숨 막히도록 질기고도 모진 ‘갑과 을’의 관계, 그것도 먹고 사는 생업이 백척간두에 선 ‘노동현장’, 그것도 ‘푸르미 마트’의 판매대와 계산대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아줌마들과 얽혀든 이야기이다. 이미 영화[카-트]로 이야기했던 내용과 같은 소재이지만, 그 이야기가 훨씬 더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두 주인공, 하나 ‘소심한 송곳’은 어린 시절에 가난의 설움을 벗어나고자 육군사관학교를 들어가서 군인이 되었으나 중요한 순간마다 그 송곳끝이 튀어나와서 결국 적응하지 못하였지만 그나마 사회생활에서 소심하게 잘 살아가다가 그 중요한 어떤 순간에 송곳끝이 또 튀어나와서 다시 고생길로 접어든다. 또 하나 ‘노사분규 시민운동가’도 그의 인생내력이 아직 나오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앞의 주인공과 엇비슷하게 그 놈의 송곳끝 때문에 그런 고생길을 마다하지 않고 나선 듯하다. 머리 아프고 가슴 아픈 ‘노사분규’이야기 사이사이에, 일상생활의 깨알 같은 에피소드를 잘 흩뿌려놓아서 아기자기한 재미를 잃지 않고 이끌어간다. 참 어려운 작업인데, 그 솜씨가 일품이다.

<웹툰 송곳 보기>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602922&weekday=tue

서민들이 노동현장에서 무심코 당하는 불이익을 흘려 넘기지 않고, 건전한 시민으로서 정당하게 방어해야 할 갖가지 노동법지식을 조금씩 소상하게 알려준다는 고마움이 크다. 실은 중고등학교 사회책에서 배워야 할 내용이다. 장차 노동자이든 자본가이든. 그런데 왜 우리는 이렇게 중요한 걸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걸까? 학교가 나쁘고 교사가 나쁘다고 말하기에 앞서서 세상이 나쁘다. 정치가 나빠서 세상이 이렇게 나빠졌는데, 그 나쁜 정치를 바꿀 방법이 보이질 않는다. ‘경상도 집단이기주의’라는 악마가 온 세상을 나쁜 쪽으로 몰아가는 원흉이다. 그런데 이 세상은 이걸 콕 찍어서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서 엉뚱한 곳에서 딴전을 피우거나 거기에 빌붙어서 눈웃음만 치고 있다. 통탄스럽다.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 망한다!”

* 뱀발 : 사회문제에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이런 작품들에 담긴 그들의 노고에 존경과 찬양의 기립박수를 보낸다. 그래도 그들에게 서운한 점이 있다. 주인공들이 꼭 ‘미남과 미녀’여야만 할까? 일부러 ‘추남과 추녀’를 주인공으로 할 것까지야 없지만, 대중인기 때문에 고민스럽더라도 사회의 그늘에 깊은 애정을 갖는 그들만이라도 그 ‘미남과 미녀’의 수렁을 좀 벗어나보려는 시도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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