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유배지, 문화 관광자원의 재발견(10)
남도유배지, 문화 관광자원의 재발견(10)
  • 김다이, 송선옥 기자
  • 승인 2015.06.1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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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문화 집결지 남도, 역사·문화 콘텐츠의 재발견
조선시대 전남은 유·무인도는 말할 것도 없이 내륙까지도 ‘죄지은 사람’은 ‘멀리’ 내쫓는 중앙으로부터 가장 ‘먼 곳’ 중의 하나로 유형의 최적지였다. 조선 8도 중 가장 많은 유배인을 맞았던 전남에는 그들이 유배생활을 하면서 현지주민들과 교류를 통해 형성한 유·무형의 유배 관련 유산들이 산재되어 있다. 21세기에는 ‘유배’라는 형벌은 없지만 지난날 유배인들이 만들어낸 부산물들은 그 지역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문화자원, 관광자원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시민의소리>에서는 역사 자원으로 중요성이 높은 ‘유배문화’를 집중 조명해 전남의 관광 및 문화콘텐츠 사업으로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사례와 방안을 찾아 기획보도 시리즈를 연재한다.<편집자주>

1. 프롤로그 - 유배문화의 새로운 가치
2. 삼봉 정도전의 유배지, 전남 나주를 찾다
3. 전남 강진, 다산 정약용의 18년 유배생활
4. 전남 신안군 임자도(조희룡), 흑산도(정약전) 유배문화 흔적을 따라서
5. 남해유배문학관(서포 김만중)의 어제와 오늘
6. 조선시대 유배지 1순위, 제주 추사 김정희 유배길
7. 러시아 이르쿠츠크① 시베리아의 유배문화의 산실, 새로운 역사를 쓰다
8. 러시아 이르쿠츠크② 볼콘스키, 데카브리스트의 도시에서 유배문화를 엿보다-1
9. 러시아 이르쿠츠크③ 트루베트코이,데카브리스트의 도시에서 유배문화를 엿보다-2
10. 유배문화 집결지 남도, 역사·문화 콘텐츠의 재발견

   
 
2천리, 3천리 머나먼 길을 따라 죄인을 황폐한 불모지나 뭍으로 나오지 못하게 섬으로 쫓아내는 유배(流配)형은 지난 우리 선조들이 겪어왔던 서글픈 형벌이었다.

유배는 중죄인을 처벌하기 위해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수도에 접근할 수 없도록 추방시켜 가족, 친구, 제자도 없이 홀로 유배지에서 생활해야 했다.

특히 유배형벌은 대부분 전남과 전남 주변 섬으로 많이 보내졌다. 수도권과 떨어져있을뿐더러 낙후된 생활환경으로 열악한 곳이 많았다.

낯선 환경 속 적응해 머물렀던 유배생활

무언가 잘못을 저지르고 추방을 당해 유배지로 오게 된 유배인들은 부와 명예 없이 낯선 환경 속에서 환영받지 못한채 현실에 순응하면 살아가야 했다.

한때는 학문과 식견이 넓고 총명 받았던 유배인들은 유배지에서 지내면서 적적함과 외로움을 달래며 시련의 삶속에서 지역민들과 점차 교류를 하기 시작했고, 자신이 처한 환경을 담은 일기나 문집을 기록해 놓기도 했다.

이렇게 유배인들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긴 유배문화자원들을 발굴하고. 그가 거주했던 유배흔적을 찾아 복원하는 유배문화 관광자원화 사업은 전남 지자체들의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전남지역은 타 지역에 비교해 산업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지역이 활성화가 될 만할 자원을 발굴하는 일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 전남지역으로 유배를 온 유배인은 약 600여명 가량 추측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머물렀던 흔적과 기념하기 위한 비석이 남아 있는 장소는 100여 곳도 채 안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남도유배지, 문화관광자원의 재발견’을 통해 소개된 곳은 삼봉(三峰) 정도전의 나주 백동마을, 다산(茶山) 정약용의 강진 다산초당, 손암(巽庵) 정약전의 흑산도 사리마을, 우봉 (又峰) 조희룡의 임자도 이흑암리마을, 서포(西浦) 김만중의 남해 노도, 추사(秋史) 김정희의 제주도 대정읍 등 그나마 유배문화의 관광자원화가 된 곳을 소개했다.

지자체별 '유배문화' 복원 사업 차이나

삼봉 정도전의 유배지였던 나주 백동마을은 입구에 웅장한 노송(老松)들이 마을의 수호신처럼 지키고 있다. 마을입구에서 약 1km정도 떨어진 곳을 걸어 유적비와 그가 머물렀던 2칸 남짓한 작은 초가집이 복원되어 있다.

그러나 초가집과 유적비만 세워져 있을 뿐 황량한 느낌 그대로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남부대 류창규 교수는 “삼봉 정도전의 유배생활 이야기는 다른 유배인들과 비교해서 기록 자체가 많이 부족하다”며 “정도전이 정치적으로 성장한 이후에도 나주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었더라면 더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였던 전남 강진은 그가 돌아다녔던 유배길을 따라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함으로써 다양한 장소에 볼거리를 만들어 놓아 외지에서 방문객들이 굉장히 많이 찾아오고 있다.

다산이 강진에서 처음으로 머물렀던 사의재 내부에는 그가 사용한 듯한 책상과 옷가지, 덮었던 이불 등까지 복원해 그 당시 느낌을 그대로 살려놓았다.

지난해 7월 개관한 다산 정약용 기념관은 유배를 와서 강진에서 지낸 한 인물을 집중 조명해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알게 쉽게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들을 마련해놨다.

특히 강진은 특색 있게 ‘유배’ 콘텐츠에 초점을 맞춰 지역 경제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최근 ‘정약용의 남도 유배길’은 문화체육관광부의 2015년도 걷기여행길 정비 사업에 선정되어 국비 1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전남지역 잠들어 있는 유배문화 깨워야 할때

정약전의 유배지 신안 흑산도에는 그가 집필한 ‘자산어보’를 토대로 물고기의 종류와 특징을 알 수 있도록 수많은 비석을 세워놓은 자산어보원이 유배 현장에 콘텐츠를 잘 입혀 놨다.

이외에도 우봉 조희룡의 유배지인 임자도에서는 현재 조희룡 기념관을 유치하기 위해 준비 중이며, 추사 김정희의 유배지였던 제주에는 지난 2010년 ‘추사 기념관’을 건립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발굴되지 못해 잠들어 있는 유배문화는 수없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대학교 호남한문고전연구실 김대현 책임교수는 “호남문화의 특징이 무엇이 있나 여론이 조성되면서 최근 전남지역에 곳곳에 깃든 ‘유배’문화를 주목하고 있다”며 “관련 지자체가 생각은 많이 하고 있지만, 기념화 사업을 하고 유·무형의 자료를 찾는 구체적인 진행은 아직 초보단계다”고 설명한다.

영향력이 굉장했던 이름난 사람들이 와서 생활하면서 지냈던 곳에 대한 복원사업을 해보자는 언급은 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조사가 되어 있지 않아 앞으로 10~20년은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우선 현장에 흔적이 있느냐가 1차적이고, 흔적을 기념할 수 있도록 하는 작품들이 있고, 기념관을 만들면 방문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인문 공간으로 탄생하는 것이다”며 “유배현장에 작품을 입혀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전남지역에는 인문학적 유산이 굉장히 풍부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콘텐츠를 활용해 지역을 살려낼 심도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다.

방문객 체류시간 늘릴 콘텐츠 개발해야

김 교수는 “앞으로 전남이 먹고 살 자원으로 의미 있는 것들은 지역에서 학회나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며 “현장을 만들어 놓고, 스토리들이 더 개발되어야 투어가 가능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전남대학교 호남한문고전연구실 김대현 책임교수
데카브리스트들의 유배지였던 러시아 이르쿠츠크와 전남 지역 유배지는 많은 차이를 보였다. 단순히 유배인이 머물렀던 현장의 외형만 복원하고, 내부공간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적거지는 방문객들의 체류시간을 붙잡지 못한 채 훌쩍 둘러보는 정도에 그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르쿠츠크의 데카브리스트들의 집은 내부에도 화려한 볼거리를 채워 그들이 그 당시 사용하고 필요했던 것들이 방문객들의 발길을 오랜 시간 붙잡게 만들었다. 겉만 둘러보고 발걸음이 떨어지게 하는 전남 지역의 적거지와 확연히 비교가 되는 대목이다.

앞으로 유배문화가 풍부한 전남지역에도 타지 방문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인문학적 요소를 살린 호남 유배문화 콘텐츠에 초점을 맞춘 지속적인 자료 발굴이 필요하다. 또한 모든 연령이 관심을 가질만할 재미있는 스토리를 통해 유배문화의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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