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아’ 퓨전 국악공연
‘아이리아’ 퓨전 국악공연
  • 윤만식 광주민예총 회장
  • 승인 2015.06.1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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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만식 광주민예총 회장
1978년2월 ‘공간사랑’소극장에서 김덕수 외 3인으로 구성된 ‘사물놀이’패가 공연을 했다. 꽹과리, 징, 북, 장구 4가지 악기만을 가지고 정좌해서 연주하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신기하다고 하면서 난리가 났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의 전통 풍물놀이인 ‘농악’은 ‘달팽이 진’, ‘멍석말이 진’, ‘태극 진’, ‘지그재그 진’ 등 ‘陣풀이’를 하면서 마당이나 들판에서 징 꽹과리 북 장구 소고와 같은 타악기와, 리듬악기인 ‘태평소‘(쇄납, 날라리)가 결합한 놀이형식의 우리 전통 민속놀이 음악을, 앉아서 사물만 가지고 연주하니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당시 김덕수 씨의 변명(?)은 산업화 된 도시공간에서 마땅히 풍물놀이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 기억이 난다. 그리고 후에 민속학자 심우성 씨를 만나 얘기하다보니 자신이 ’사물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전통을 그대로 고수한 것도 중요하지만, 전통음악, 춤, 탈춤, 판소리, 창극 등을 이 시대에 맞게 재창조하여 국민에게 쉽게 접근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느냐는 얘기를 나누면서 의기투합 하면서 공감한 일도 생각난다.
그리하여 70년 후반부터 전국적으로 창작탈, 창작탈춤, 창작판소리, 창작창극 나아가 이러한 것들을 총체적으로 수용한 마당극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한 계기가 되었다. 퓨전음악도 그 후에 시작했을 것이다. 4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요즘에는 사물놀이, 마당극 등과 함께 퓨전 국악공연도 일반화 되지 않았나 싶다.

지난달 29일 금요일 저녁, 빛고을 시민문화관 공연장에서 모처럼 제대로 된 퓨전 국악공연을 보았다. 퓨전 국악그룹 ‘아이리아’의 제26회 정기연주회-인문학과 만나는 퓨전국악 콘서트 ⟨국악 오디세이 남도 풍류⟩를 불금(?)에 혼자 외로이 관람했다.
개인적으론 퓨전국악은 우리 악기가 주가 되고 서양악기(클래식악기, 대중악기 포함)가 부가 되는 악기 배열과 음악의 聲量을 주장해 온 편이다.
작년 겨울 동아시아문화도시 교류 차 일본 요코하마를 방문 했을 때 광주 대표로 ‘아이리아’팀이 퓨전 국악공연을 했다. 당시에는 서양악기가 주가 되는 느낌을 받았었고, 올봄에 ‘아이리아’의 빛고을 시민문화관에서 공연 때도 서양악기와 우리 국악기와의 숫자나 배열, 음악의 聲量이 요코하마 때와 크게 벗어나지 않아 무척 안타까웠었다.

그러나 이번 공연에서는 악기의 숫자도 우리 국악기가 배로 많고 배열도 드럼을 중앙에서 한쪽으로 몰았고, 일렉트릭(전자) 기타도 1대로 줄여서 우리 음악이 훨씬 돋보였다. 제대로 된 퓨전국악 공연이었다고 자랑하고 싶다.
여기서 서양의 클래식 악기나 대중 악기를 의도적으로 폄하시키는 것은 아니고, 단체의 모체가 국악을 주로 다루는 단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는 얘기이다.
배경 화면도 움직이는, 생동감 있는 한국화 영상이여서 우리 음악과 아주 잘 어울리는 컨셉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어느 미디어 작가의 작품인지는 모르겠으나 전형적인 한국화 영상에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나비가 춤추고, 학이 날고, 금붕어가 유영을 하는 장면, 등등이 아름다운 국악의 선율을 한껏 더 높은 경지로 안내하는 듯 하였다.

마지막 연주곡의 빠른 남도 굿거리는 흥이 절로 나고, 배경 영상에는 대나무가 쑥쑥 자라고 칼 날 같은 댓잎이 칼춤을 추는 듯한 장면은 압권이었다. 아쉬운 점은 인문학과 만나는 컨셉은 너무 약하지 않았나 싶다.
좀 더 좋은, 좀 더 많은 글귀와 시를 배경 화면에 풀었으면 좋았었고, 그도 아니면 팸플릿에라도 많은 좋은 글과 한시를 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야 무늬만이 아닌 진정한 감동을 주는 인문학과 만나는 풍류가 되고 Odyssey가 될 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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