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미래 먹거리, 공장굴뚝보단 자연을 6
전남의 미래 먹거리, 공장굴뚝보단 자연을 6
  • 프랑크푸르트=권준환 박용구 기자
  • 승인 2015.06.0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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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바르츠발트, 거대한 숲 안 자연과 공존하는 사람들
천천히 느리게 돌아가도록 산속 도로 설계 '감탄'
최근 전남도가 발표한 ‘숲속의 전남’ 10년 계획이 그 동안 진행돼왔던 단발성이고 관 주도의 사업형태에서 벗어나 도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사업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민의 소리>는 전남도의 ‘숲속의 전남’ 10년 계획을 점검하고, 국내 및 해외 우수사례 취재를 통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기획보도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독일의 숲 속 마을인 슈리스하임의 집들은 산 위에 집을 얹은 것처럼 능선을 따라 지어졌다.
▲하이델베르크 성 정원의 고목은 각각 고유 번호가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취재진은 전남의 10년 계획인 ‘숲 속의 전남’이 가지고 가야할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숲의 나라 독일로 향했다. 인천공항으로 이동한 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Frankfurt)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11시간여의 긴 비행을 끝내고 어느덧 ‘잠시 후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합니다’라는 기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마침 창가에 앉아있던 취재진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에 잠시 말을 잃었다.
지상에서 수천피트 위에서 내려다본 프랑크푸르트는 집과 건물들이 모여 있는 도시와 마을 아래로 시커멓게 보일 정도로 거대한 숲이 버티고 있었다.
독일의 경제도시라는 프랑크푸르트 바로 옆에 이토록 큰 숲이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신기했다.

취재진이 짐을 챙겨서 입국심사를 받고 나오자 공항에 가이드가 마중 나와 있었다.
독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6시를 넘긴 시각이어서 다음날 취재를 위해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검은숲) 근처의 하이델베르크(Heidelberg)라는 도시에서 숙박하기 위해 그곳으로 향했다.

인간은 자연을 잠시 빌려 쓰는 것

독일은 위도가 높아 백야(白夜) 현상이 있어 오후 10시쯤 돼야 어둑어둑해진다. 취재진은 백야현상 덕분에 오후 7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하이델베르크로 가는 길에 위치한 작은 마을 슈리스하임(Shriesheim)을 둘러볼 수 있었다.
슈리스하임은 마을 이름 자체가 ‘숲 속 마을’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담스타트(Darmstadt)와 하이델베르크를 잇는 도로면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베르그스트라세(Bergstrasse) 중간에 샛길로 빠지면 슈리스하임으로 이어진다.

독일의 집과 도로는 모두 자연에 순응하며 지어졌다. 독일인들의 사고방식은 ‘인간은 자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빌려 쓰는 것이다’라고 한다. 인간이 억지로 산을 깎아 평지를 만들거나 산 가운데 구멍을 뚫어 길을 반듯하게 내지 않는다.
슈리스하임으로 올라가는 도로도 마찬가지로 산의 능선을 따라 굉장히 좁고 고불고불했다. 집들도 도로 옆에 산을 깎지 않고 산의 기울기 그대로 지었다.
이곳에 살고 있는 건축가가 건넨 팜플렛에 소개된 집들 역시 독일인들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취재진은 하이델베르크로 이동해 하이델베르크 성을 방문했다. 오후 9시가 다 돼가는 시간이었는데, 그때서야 서서히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하이델베르크 성에도 프리드리히5세가 아내 엘리자베스를 위해 만든 숲 정원이 있다. 정원 가운데에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향수병에 걸린 아내 엘리자베스를 달래기 위해 프리드리히5세가 지시해 하루 만에 만들었다는 ‘엘리자베스의 문’이 있다.

▲비가 온 후 안개로 뒤덮인 슈바르츠발트
슈바르츠발트, 대낮에도 컴컴한 검은 숲

하이델베르크에서 하룻밤을 묵은 취재진은 다음날 아침 일찍 슈바르츠발트로 발길을 재촉했다. 슈바르츠발트는 독일의 남서부에 위치한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uttemberg) 주에 있는 세로 길이 200km, 넓이 6000㎢의 거대한 숲이다.
‘검다’는 뜻의 슈바르츠와 ‘숲’이라는 단어 발트가 결합해 ‘검은숲’이라고 알려져 있다.
슈바르츠발트는 수많은 휴양마을을 품고 있으며, 이 마을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숲과 마을을 가꿔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취재진은 국도를 따라 이동하면서 슈바르츠발트를 제대로 느껴보기로 했다.
작은 마을인 쉬타크(Schiltach)를 지나 294번 국도로 접어들어 알프리바크(Alpirsbach)와 프로이덴슈타트(Freudenstadt)를 거쳐 온천으로 유명한 도시인 바덴바덴(Baden-baden)으로 이어지는 500번 국도를 따라 슈바르츠발트의 장관을 볼 수 있었다.

독일의 모든 도로들이 그렇지만, 슈바르츠발트의 숲 속 도로 역시 뻥 뚫린 직선도로가 없었다. 원만하게 굽이굽이 휘어진 도로들은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경사진 산을 오르내릴 때에도 절대 급하게 올라가도록 하지 않는다. 한국인은 ‘빨리빨리’에 익숙하지만, 독일인들은 그와 반대로 ‘빨리 가면 인생도 빨리 가버린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가이드는 “독일인들은 참는 것, 기다리는 것은 세계 일등”이라고 말했다.

500번 국도를 타고 가다보니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면서 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맑다가도 갑자기 비가 오는 독일의 날씨 특성상 우산은 독일인들의 필수용품이다.
이윽고 원만하게 경사진 오르막길을 타고 나무로 둘러싸인 도로에 접어들었다. 키가 십 수 미터는 됨직한 나무들이 빽빽이 심어져있는 숲 속은 대낮임에도 무척 컴컴했다.
어째서 이 숲의 이름이 ‘검은숲’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올라가다가 이제 사진 찍는 것도 지쳐가던 순간, 안개가 자욱하게 끼기 시작했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안개 낀 슈바르츠발트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유독 키가 큰 몇몇 나무들 사이로 부옇게 흐르는 안개는 마치 살아있는 듯 굽이쳤다.

안개를 헤치고 더 높이 올라가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바로 해발 1,036m에 위치한 멈멜제(Mummelsee - see는 독일어로 호수라는 뜻)였다.
멈멜제라는 이름을 보고 Mermaid(인어)가 떠올라 인어에 관한 전설이 있는 줄 알았다. 실제로 이 근처 상점 간판에도 인어가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없지만 예전엔 수련이 많아 이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안개가 심하게 껴서 사람들이 평소보다 더 이곳을 들린 것 같았다. 멈멜제 위로도 안개가 자욱했는데, 잠시 후 해가 뜨자 언제 그랬냐는 듯 안개가 걷혔다.

▲해발1036m에 위치한 멈멜제 호수
독일의 도로 옆엔 언제나 나무가 있다

멈멜제를 지나 산을 내려가는 길도 원만한 곡선을 이루며 경사가 급하지 않게 내려가도록 도로를 만들어 놨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독일엔 급경사가 없다고 한다.
악산(惡山)이라고 할지라도 도로를 크게 돌려서 만들기 때문에 아찔하게 느껴지는 구간이 없다는 것이다. 취재진은 슈바르츠발트를 뒤로 하고 다음 일정을 위해 프랑크푸르트로 향했다.

독일은 자동차의 나라답게 우리가 흔히 고급 외제차라고 부르는 차들이 수도 없이 많이 돌아다닌다. 또한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Autobahn)은 차량속도 제한이 없어 드라이브를 즐기는 많은 이들의 로망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우토반 양 옆으론 항상 숲과 나무가 조성이 돼있고, 도심 어디에서도 가까운 거리에 도시숲이 조성돼 있다. 이 모든 것이 인간이 직접 계획해서 ‘자연보다 더 자연스럽게’ 나무를 심은 것이다.
단 며칠 이곳에 머물렀음에도 ‘도로 옆엔 나무가 있다’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자동차의 나라’와 ‘숲의 나라’라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타이틀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다.

슈바르츠발트라는 거대한 숲 안에서 독일인들은 각자 독특한 방식으로 숲을 가꾸고, 마을을 가꿨다. 농사를 짓는 것처럼 숲을 짓다보니 자연스럽게 곳곳이 휴양지가 됐고, 관광지가 됐다.
‘숲 속의 전남’ 역시 전남이 가지고 있는 고유 자원을 활용해 자신만의 특색을 살리고, 이낙연 지사가 계획한대로 숲으로 둘러싸인 전남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독일의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산 속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마을들을 수없이 많이 볼 수 있다. 각각의 집들은 비슷해보이지만 사실 모두 다른 모양과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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