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주의 비판 보다는 노선을 다잡아야
패권주의 비판 보다는 노선을 다잡아야
  • 박호재 부사장 겸 주필
  • 승인 2015.05.2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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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호재 부사장 겸 주필

광주 서을 재보선을 앞두고 선거결과에 따른 두 가지 변수들이 모두 정치혁신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된다는 필자의 칼럼이 바로 이 지면에 실린 적이 있다. 당시 천 후보는 호남정치의 복원을 주창했었고 조 후보는 분열 경계론을 외쳤으나 그 두 가지 슬로건 자체가 광주민심과 동떨어져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호남정치 복원은 지역주의라는 늪이, 그리고 분열경계론은 새정연의 개혁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동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숨길 수 없었던 까닭이다.

생각이 방정이었던지, 필자의 걱정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천 후보의 승리로 무력했던 새정연에 따끔한 일침을 가한 것은 좋았지만 ‘호남정치 복원’이라는 그의 선거 슬로건이 엉뚱한 방향으로 왜곡되고 있기에 그렇다. 물론 천 후보는 호남정치의 복원을 뉴DJ 정신으로 환언하며 지역주의를 강하게 경계하고 있지만, 천 후보 당선이라는 변수를 자신의 정치입지 강화에 활용코자 하는 이들이 이를 패권논리의 갈등으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호남을 중심으로 하는 신당론을 은연중에 풍기면서 겉으로는 친노와 비노의 길등을 프로파겐더로 삼아 전선을 조장해가고 있는 중이다. 이 바람을 타고 정치권에서 잊혀진 세칭 ‘흘러간 고복수’들도 대거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던져보면 신당을 만들겠다는 말인지 당을 개혁하자는 말인지 그 의중이 여전히 애매모호하다. 그저 친노 패권주의라는 밉상을 만들어 야당을 향한 여론의 차가운 시선을 피해가려는 유체이탈의 정략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특히 이 지역 국회의원들의 최근 행적은 꼴사납다. 서을 재보선 당시에 거의 동책 역할을 자임하며 통합을 외쳤던 분들이 선거에 패하고 여론이 싸늘해지자 친노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하니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그동안 당내에서 단 한번이라도 똑같은 주장을 했다 하면 또 모를 일이다. 진정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비루해보이기 까지 한다. 광주지역 국회의원들 모두가 사실은 혁신대상이라는 시민사회의 냉랭한 여론을 피해가려는 수법이겠지만 이미 물갈이론은 확산일로에 놓여있다.

참 앞뒤가 꽉 막힌 분들이다. 광주의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서을 재보선에서 새정연 후보를 버린 민심이 오직 친노 패권주의 때문이었다는 말인가? 그동안 광주의 시민사회가 새정연에 보냈던 시그널은 너무도 명확했다. 야당다운 야당을 하라는 것.

용산참사와 숱한 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 그리고 국가기관이 총 동원된 대선 부정시비와 최근 세월호 사태에 이르기까지 새정연은 전혀 야당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새누리당의 2중대라는 조롱이 나돌았으며, 야당의 원내대표가 청문회를 어렵사리 통과한 여당의 국무총리를 맞으며 눈물로 우정을 과시한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특히 심각한 것은 대권가도에 눈이 먼 문재인 대표가 대중 추수주의의 정치행보를 보이면서 당을 중도보수의 장으로 끌어가고 있는 국면이다. 국가 주요정책에 대한 새정연의 태도를 보면 그 이념의 스펙트럼상 우파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의 턱밑까지 쫓아갔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진보는 언감생심이요, 중도 개혁정당이라는 고유의 정체성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덩달아 당은 지지계층의 이해와 기대를 대변하는 정당의 본질을 망각한 채 관료화되고 무력해졌다.

이 모든 행적이 결국 지지자들의 심판을 받은 셈이기에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이 선거실패를 성찰하는 중심 의제가 될 수는 없다.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보다는 노선을 다잡는, 그래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정체성 회복이 야당 혁신의 의제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것이 곧 광주 민심이반의 진실임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새정연은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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