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좋다 하나
말하기 좋다 하나
  • 문틈 시인/시민기자
  • 승인 2015.04.2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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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말로서 말이 많으니 말을 말까 하노라’는 말이 있다. 세치 혀를 잘못 놀리면 패가망신한다는 뜻이 들어 있는 말이다. 자고로 혀를 잘 못 놀려 망신당하거나 목숨을 잃는 일이 다반사였다.
요즘도 매 한가지다. 더구나 요새는 SNS 같은 것이 발달해서 어디다 말 한 마디 뱉은 것이 안 없어지고 돌아다니다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와 뒤통수를 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특히 말로 먹고 사는 정치권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이른바 유명인사라는 사람들, 예컨대 판사, 기업인, 예능인들도 헛말을 해서 손가락질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최근에 어떤 대학 이사장이 대학 개혁을 한답시고 학과를 통폐합하고 하는 과정에서 교수 학생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목을 길게 늘어뜨려 주면 다 잘라주겠다.’고 이메일을 보냈다가 대학은 물론 자기가 하는 기업의 총수 자리도 내놓고 물러나고 말았다.

옛날 같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을지 모르나 지금 세상은 기침소리까지도 다 인터넷에 뜨는 공개 재판 세상이 되다보니 극도로 말조심을 해야 할 판이다. 또, 어떤 여성은 자신의 글에 비하하는 댓글을 단 네티즌들 수백명을 고소를 해 개인당 몇백만원씩 물리게 했다던가 하는 일도 일어났다.
더 예를 들 것도 없다. 최근 경남기업 고 성 회장 자살 사건이 불러온 여파로 이 나라의 총리되신 분이 수뢰연루에 결백을 증명한답시고 “사실이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해서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듣기에 섬찟했다.

죄가 있고 없음은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 일이고, 정히 결백하다면 자진해서 수사하라고 했어야 할 일을 극언을 서슴지 않아 되레 의혹을 키우고 말았다. 이렇듯이 말 한 마디 잘 못하면 말(열 되)로 받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입단속하고 위축해 지낼 것까지는 없다고 본다. 민주주의란 표현의 자유, 즉 말할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제도다. 자유스럽게 비판하고 항의하고 주장하는 제도를 잘 활용해서 공동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마땅하다.

누가 잘못해도 말 한 자리 제대로 못한다면 이 또한 말로서 화를 입는 것 못지않게 다른 의미에서 큰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하기에 있어 지나치게 직선적인 듯하다. 흑백논리가 시원한가보다. 하지만 세상 일이 밤과 낮처럼 어떻게 양 극단으로 나누어서만 해석할 수가 있으랴. 그럴 수만 없기에 상징, 추상, 비유, 은유, 골계가 있는 법이다.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에 살아서인지 SNS에 올린 말 때문에 혼난 사람들도 많다. 판사는 법복을 벗고, 교수는 강단에서 쫓겨나고, 기업 간부는 감옥에 가기도 한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학교에서 유머학습 과정을 이수케 하면 어떨까하고. 영국 국회는 우리나라 국회처럼 죽기 살기로 살벌한 대치가 연출되는 일은 거의 없고, 험한 말도 유머로 해서 그야말로 선진 국회의 모습을 보인다고 들었다.

처칠이 어느 날 유세장에 갔는데 앞 사람이 자전거 뒷발에 올라가 있는 바람에 연설자를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전거 위에 올라간 저 분, 양말에 구멍이 난 줄 알면 금방 내려오고 말 걸.”하고 소리를 질렀더니 영국신사 양반이 금방 자전거에서 내려와 양말을 살펴보았다.
“여보슈, 양말이 멀쩡한데 거짓말로 남에게 창피를 주는 거요?”하고 항의했다. 처칠 왈, “양말에 구멍이 없으면 당신은 어디로 꿰어 양말을 신는 거요?” 했다는 말이 있다.

재치와 유머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남을 공격하고 비판하고 방어할 수 있다. 민주화를 이루었다고 자평하는 이 나라에서 이런 유머감각이 뛰어난 정치인, 예술인이 드문 것 같아 좀 안타깝다. 부드러운 말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정치를 한다면 모든 국민의 말하기도 달라질까. 언제 그런 시대가 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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