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기록유산 콘텐츠화(3) 지방지
호남기록유산 콘텐츠화(3) 지방지
  • 전남대 호남한문고전연구실
  • 승인 2015.04.2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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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암원지》에 담긴 광주향약을 보다

전라남도 강진군에는 다산 정약용이 유배기간 중에 생활하였던 다산초당도 있지만, 좀 떨어진 성전면 수양리에 수암서원(秀巖書院)도 자리하고 있다. 또 이 수암서원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알 수 있는 서원지가 있는데, 그것은 《수암원지(秀巖院誌)》(1969)이다.

《수암원지》에는 필문 이선제(畢門 李先齊, 1389~1454)와 그의 셋째 아들인 청심당 이조원(淸心堂 李調元, 1433~1510)을 비롯한 이소재 이중호(履素齋 李仲虎, 1516~1583), 형제인 동암 이발(東巖 李潑, 1544-1591)과 남계 이길(南溪 李洁, 1547~1589) 등 5명의 행적과 소수의 작품도 실려 있다.

철종연간에 간행된 《수암지》와 유사하지만, 《수암원지》에는 수암서원의 모습, 서원중건상량문, 임원록 등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어 있어 서원지로서의 성격이 좀 더 강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동일한 내용도 다수 있어 후대에 증보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수암원지》는 국한문혼용으로 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한글로 현토되어 있는 정도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광주향약에 대한 조목도 있어 눈길을 끈다. 여기에는 이선제가 당시 현감인 안철석(安哲石)과 함께 광주목으로 다시 승격시켰다는 내용을 시작으로, 부모에게 순종하지 않은 자, 친척과 화목하지 않은 자, 정기 모임에 참여하지 않은 자를 큰 조목으로 제시하고, 이에 대한 각각의 세부항목을 언급하고 있다.

철종연간에 간행된 《수암지》에도 이 같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위의 내용은《수암원지》권2, 〈필문선생유적〉조에 기록되어 있으며, 철종연간에 간행된 《수암지》에도 동일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이선제는 부용 김문발(芙蓉 金文發, 1359~1418)에 이어 광주향약을 주도적으로 발전시킨 인물이다. 광주목 읍지인《광주목지》(1798년경)에는 황해감사를 지낸 김문발이 광주에서 최초로 향약을 시행했다는 내용과 향약이 크게 시행되지 못하자 이선제가 다시 시행했다는 내용이 있다. 관련된 문화재 중에는 처음 광주향약을 실시하였던 광주 남구 칠석동에 위치한 부용정(芙蓉亭)과 양과동정(良瓜洞亭)이 있다.

여기에는 각각 제봉 고경명(霽峰 高敬命, 1533~1592)이 남긴 한시인 〈근차부용정운(謹次芙蓉亭韻)〉과 〈제양과모정(題良苽茅亭)〉이 걸려있다. 그 외 이선제가 생전에 심었다는 버들나무인 괘고정수(掛鼓亭樹)와 나라에서 특별한 공훈을 세운 사람에게만 허락하는 부조묘(不祧廟)도 있으며, 심지어 도로명에도 필문로가 있다.

그러한 역사적인 인물과 그와 관련된 문화재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시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도 몇 년 전 바로 앞에 고싸움놀이전수관이 세워져 많은 인파들이 오가면서 서서히 알려지게 되었다. 얼마 전 남구에 향약문화관 건립이 추진된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바로 이러한 역사적인 근거가 되는 사료가 있기에 오늘날에 와서 설득력을 가질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문화자원 개발의 기본 지식의 토대가 되는 《수암원지》, 《광주목지》등의 지방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지역문화를 다채롭게 채색할 보물, 지방지

향토지 또는 지리지라고도 통용되는 지방지는 부·목·군·현 등의 지방 각 읍을 단위로 하여 작성된 지리지를 통칭한다. 편찬대상의 범위에 따라 전국읍지, 도지, 군·현지, 면지 등으로 구분된다.

지방지는 조선 초기의 《세종실록지리지》(1454)와 《동국여지승람》(1486)을 시작으로, 16~17세기에는 전라도 지역에는 순천의 《승평지》(1618), 남원의 《용성지》(1699), 고흥의 《흥양지》(1791년경) 등이 편찬되었다. 18~19세기에는 전국의 각 읍지들과 각 읍지를 모아 편찬한 《여지도서》(1765년 이후)등이 편찬되었으며, 근대 이후에도 호남지역에서는 각 지역의 군·읍지의 증보판과 서원·사우지, 향교지, 누정지, 사찰지, 절의록 등의 다양한 성격의 지방지들이 편찬되었다.

시대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당시 각 지역의 연혁, 지리, 학교, 인물, 산업, 풍속, 역사, 풍물 등의 전반적인 내용이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호남 각 지역의 지역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크다 하겠다.

지역 곳곳에는 지역의 문화를 다채롭게 채색해줄 많은 보물들이 산재해 있다. 그 중 하나가 고서(古書)인 지방지이다. 전남대 호남한문고전연구실에 소장하고 있는 귀중한 서책들은 여러 선생님들께서 평생 소장해오시다가 흔쾌히 기증해주셨던 것도 있고, 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도 있다.

세월의 뒤안길에 켜켜이 먼지가 쌓여 책은 낡고 허름해졌을지 모르지만, 책 속에 담긴 정신과 진실은 오히려 문화의 시대에 더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그것을 소명으로 안고 헌 책장을 한 장 한 장 소중하게 넘겨 온 세월도 벌써 10년이 훨씬 넘었다.

호남한문고전연구실에서는 몇 차례 전시회를 진행하였는데, 그 중 2005년에는 근·현대 호남학 자료전을 통해 호남광역 지방지를 선보이기도 하였으며, ‘김삿갓과 오늘의 만남’ 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갖기도 하였다.

2014년에는 (재)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의 지원으로 《호남지방지 기초목록》을 간행하였는데, 호남광역지방지, 광주권 지방지, 전남권 지방지, 전북권 지방지, 제주권 지방지 순으로 총 5장으로 되어 있다. 이 책에는 포괄적인 범주의 시각에서 각 지역의 시사(詩社)에서 간행한 한시집도 문집류가 아닌 지방지로 분류하고 있다. 시사는 단순히 한시를 창작한 모임을 넘어 당시 각 지역의 지식인의 집합소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시사가 각 지역에 다수 분포되어 있어 지역적인 요소를 충분히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시 작품 속에도 각 지역의 풍물을 읊고 있어서 당시 시대를 문학적으로 접할 수 있는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지방지에 대한 연구는 주로 읍지류 등에 대한 목록 정리나, 연구가 간헐적으로 있었다. 전반적인 호남 지방지의 목록화 작업 등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그래서 호남한문고전연구실에서는 호남 지방지 목록집 편찬을 서두르게 된 것이다.

지역문화 가치 창출을 위한 노력에 따른 관심 필요

선장본 호남지방지는 대략 1,000여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한글본 지방지 까지 포함한다면 수천 종에 이를 것으로 판단된다.

호남한문고전연구실에서는 2010년 호남기록문화유산(www.memoryhonam.co.kr) 홈페이지가 구축되면서부터 호남지방지 선장본 30종 해제 및 탑재를 시작으로 매년 단계적으로 100여 종씩 자료를 업데이트 하고 있으며, 특히 2013년에는 나주지역의 서원·사우지 만을 100여종을 해제 및 탑재하기도 하였다.

2015년 현재 총 1000여 종의 지방지가 탑재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한글본 지방지도 100여종 포함되어 있다. 올해에도 100종의 선장본 지방지를 추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의 작업은 기초단계여서 내용적으로 각 지역별로 누락된 지방지도 있고, 부족한 면들이 있을 것이다. 어딘가에 산재되어 있을 지방지들을 수집함과 동시에 목록집과 탑재된 자료를 수정·보완하는 일을 계속적으로 진행해 나갈 것이다.

호남한문고전 연구실은 호남지방지 전체 내용을 DB화하는 것과 지방지와 관련한 많은 내용들을 토대로 주제별로 구체화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어 우리 지역 문화 연구의 기초자료를 모두 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노력해 나가고 있다. 이에 지자체의 관심과 정부의 지원도 요구된다.

아울러 호남 각 지역에 대한 연구의 일환으로 계속적으로《보성군사》(2014), 《옥천군지》(2015) 등의 지방지 증보판이 간행되고 있으나, 아직도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시작도 못하는 지역도 적지 않으며, 적은 예산으로 원본의 가치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결과물을 낳기도 한다. 한 지역의 역사를 보존하고 알리는 계기가 되는 일에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각 지역의 지방지 연구에 있어서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점은 자료 확보이다. 기록문화유산의 일부분으로 지역문화 가치 창출을 위한 공동체 모두의 힘과 지혜가 모여야 하는 연구이다. 계속해서 개인적으로 자료를 소장하고 계신 분이나 각 지역 문화원 등의 적극적인 도움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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