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을 재보선, 광주의 민심은
서을 재보선, 광주의 민심은
  • 박호재 주필/시민의소리 부사장
  • 승인 2015.04.2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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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이 일주일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여당과 새정연, 그리고 무소속 후보의 쟁투로 압축된 이번 선거전은 여야가 모두 위기 국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표정관리 전략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 총리 사태 까지 유발한 성완종 게이트로 여당은 지금 죽을 맛이다. 더구나 박정권 핵심 인사들의 검찰 줄소환이 예고되는 등 여전히 인화성을 지닌 사안이기도 해서 쉽게 비상구를 찾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야당인 새정연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우선 당의 뿌리 깊은 메카에 다를 바 없는 광주의 서을 재보선에서 무소속 천정배 후보가 앞서가는 형국이다. 또한 성완종 게이트로 촉발된 검찰 수사선상에서 야당 의원들의 이름도 거론되는 상황이어서 ‘부패 여당’ 깃발로 몰아가던 재보선 전략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이 지역 중견기업인 중흥건설의 비자금 조성 수사도 심상치가 않다.

재보선을 둘러싼 정국이 이렇다보니 딱히 내세울 것이 없는 여야는 지역 일꾼론, 지갑론 등 경제를 들먹이는 중이다. 그러나 경제운용 정책의 큰 줄기를 내놓는 것이 아니어서 그저 궁여지책으로 느껴진다.

결국 민심은 지금까지 뭘 하다가 선거 때 되니까 경제 운운하냐며 시선이 싸늘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광주서 을 재보선의 경우만 쟁점이 특별하다. 무소속 천정배 후보는 ‘호남정치의 부활’을 주창하고 있고, 새정연의 조영택 후보는 ‘분열 경계론’을 내세우며 호소하고 있다.

솔직히 필자의 입장에서 두 후보의 슬로건 모두가 민심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천 후보의 호남정치 부활은 왠지 호남 정치인의 몫을 달라는 가벼움이 느껴진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만들어 낸 호남정치의 가치를 얘기하기 보다는 호남정치인의 소외에 방점이 찍힌 구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조 후보의 야권 통합론 또한 호소력이 없다. 광주정치는 단 한번도 분열해 본적이 없다. 대선 정국에서 야권에 90%가 넘는 지지를 끊임없이 보내주었던 지역이 전국 어디에 있는가. 분열해서 망한 적이 없기에 분열해선 안 된다는 구호는 겉돌 수밖에 없다.

필자는 두 후보의 주창이 그렇듯 핀이 나가있는 듯 보이는 게 몹시 염려된다. 누가 이기고 지든 선거의 결과가 정치혁신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우려 때문이다. 천 후보가 이기면 유권자가 ‘호남정치의 세력화’를 요구한 꼴이 될것이고, 조 후보가 이기면 지역민들이 ‘그래도 새정연’이라는 불변의 세레나데를 합창한 꼴이 되는 까닭이다.

과연 광주의 민심이 그럴까?  두 후보 모두에게 성찰의 대목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조 후보의 경우 반 새정연의 기류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고민해야 한다. 세월호 비극에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 담배값을 비롯한 서민물가 인상 등 그 어느 것 하나 새정연은 야당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죽하면 새누리 이중대라는 조롱이 나돌겠는가.

이를테면 조 후보는 분열 경계론을 펴기 전에 당의 지난 행적을 반성하고 혁신을 주창해야 했다. 천 후보는 또한 지금의 괜찮은 표심이 천정배라는 개혁성향의 거물 정치인에 대한 신뢰, 그리고 반 새정연 기류에 따른 반사이익의 결과이지 호남정치의 몫을 바라는 기대심리가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광주의 서을 재보선, 이래저래 뒷맛이 찝찝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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