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기록유산 콘텐츠화(2) 호남한문문집
호남기록유산 콘텐츠화(2) 호남한문문집
  • 전남대 호남한문고전연구실
  • 승인 2015.04.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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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기록문화유산의 총화, 호남문집 3,000여 종 집대성

▲<간양록>에 수록된 일본 지도
작년에 이순신의 명량대첩을 소재로 한 영화 <명량>이 큰 흥행을 하고, 최근 유성룡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징비록>이 방영되는 등 임진왜란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이런 미디어를 통해 임진왜란이라고 하면 이순신의 <명량>과 유성룡의 <징비록>을 떠올리는 일이 자연스런 현상이 되었다. 그런데 이들 두 사람의 작품에 결코 뒤지지 않게 임진왜란의 경험을 형상화한 작품이 있다. 바로 강항(姜沆, 1567~1618)의 <간양록(看羊錄)>이다.

‘포로 전쟁’이라는 별칭을 가질 만큼 임진왜란 때 일본은 많은 포로들을 잡아 갔다. 학자들마다 견해는 조금씩 다르지만 약 1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일본으로 끌려 갔으며, 선교사를 따라 유럽까지 간 조선인들도 있었다. 강항은 영광사람으로, 가족과 배로 피란을 떠났다가 포로가 되어 일본에 잡혀갔고, 약 3년의 시간을 일본에서 보내다 조선으로 돌아왔다.

<간양록>은 이러한 포로 체험을 다섯 편의 글로 형상화한 것이다. 일본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담은 글, 포로들에게 당부하는 글, 포로 체험을 일기체로 서술한 글 등이 실려 있다. 강항이 수집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 지도도 실려 있다. 그렇다면 이 <간양록>은 어디에 실려 있는가? 바로 강항의 작품을 모아 놓은 문집 《수은집(睡隱集)》에 실려 있다.

▲윤선도의 《고산유고》

문집은 작자가 남긴 작품을 모은 것으로 문집 안에는 한시를 비롯하여, 서간문, 격문, 실기 등 다양한 글이 망라되어 있고, 행장, 묘갈명 같은 작자의 전기적 사실에 대한 기록도 실려 있다. 한시를 통해 서정적인 문학 작품을, 서간문을 통해 교유 관계를, 실기를 통해 역사적인 현실 속에서의 세부적인 삶을, 행장, 묘갈명을 통해 탄생부터 사망까지 한 개인의 일생을 살펴 볼 수 있다.

기록문화유산의 총화라고 할 수 있는 문집은 문학ㆍ사학ㆍ철학뿐만 아니라 자료학, 국학의 중요한 토대가 되며 당시의 역사적, 사회적 상황을 알 수 있는 많은 자료를 포함하고 있다.

코 없는 자, 누구 집 자식인고 無鼻者誰家子
산기슭에 홀로 앉아 얼굴 가리고 우네 掩面坐泣荒山隅
적병이 날카로운 칼 휘둘러 바람이 일자 賊刀尖利揮生風
하나 베이고 둘 베이고, 천백인의 코 달아났네 一割二割千百傷

위의 시는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활약한 임환(林懽, 1561~1608)의 시 <무비자(無鼻者)>의 일부이다. 임환은 나주사람으로 명문장가 백호 임제(白湖 林悌, 1549~1587)의 동생이다. 임진왜란 초기에는 김천일의 종사관으로 참전하고, 정유재란 때는 의병장으로 활약하였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조선인의 코를 베어간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로, 교토에는 현재도 그 무덤이 있다.

임환의 시를 통해 임진왜란 당시 산 채로 코를 잘린 사람의 아픔을 볼 수가 있는데, 이 시는 임환의 문집 《습정유고(習靜遺稿)》에 실려 있다. 강항과 임환, 이들은 모두 호남의 문인으로, 문집에 작품이 전해지기 때문에 우리는 400여 년 전 선조들의 마음을 엿볼 수가 있는 것이다.

호남한문고전연구실은 이러한 문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송강 정철, 고산 윤선도, 매천 황현 등 훌륭한 문인을 많이 보유한 호남의 문집을 총 조사ㆍ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2002년부터 연구를 해 왔다. 2002년부터 3년간 20세기 근현대 호남문집을 조사ㆍ정리하였고, 2005년부터 3년간 간행본 호남문집을 조사ㆍ정리하였다.

호남문집 총 조사ㆍ정리를 시행하여 호남문집 목록을 작성하면서, 그 동안 확인되지 못했던 호남문집의 총 수량을 약 3,000종으로 추정하고 ‘호남문집 3,000종’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하였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는 ‘호남기록문화유산 발굴ㆍ집대성ㆍ콘텐츠화’의 일환으로 호남문집 기초DB를 구축하고 있다.

인터넷이 생활화 된 현 시대에 호남문집 DB구축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DB는 접근성과 활용성이 뛰어나 소중한 호남의 기록문화유산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결과 DB는 호남문집의 대중적 관심과 연구자의 연구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습정유고》 일부


현재 호남기록문화유산 누리집(http://www.memoryhonam.co.kr)의 문집분야의 데이터 수록 내용은 문집의 이미지, 해제, 세부목차, 소장처 등이다. 이 중 이미지는 문집의 형태를 참조하기 위한 것으로 문집 1종당 약 5점(표지ㆍ목차ㆍ서문ㆍ발문 등)을 수록하고 있다.

문집의 해제에는 저자에 대한 전기적 사항ㆍ문집의 서지사항ㆍ간행과정ㆍ의의 등이 담겨 있고, 세부목차에는 문집 내에 수록된 작품 제목 전체가 실려 있어, 문집과 관련한 전반적인 사항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문집은 문집명과 저자명 두 가지로 검색이 가능하다. 한 글자만 입력해도, 그 글자가 들어간 문집은 모두 정렬되어 나오기 때문에 문집명이나 저자명을 정확히 모르더라도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

2010년에 시작되어 5년간의 호남문집 기초DB 구축으로 1,130종 문집의 정보가 홈페이지에 제공되어 있으며, 2015년에는 300종 문집에 대한 기초DB 추가를 목표로 연구에 임하고 있다. 앞으로도 매년 순차적으로 연구를 진행하여 10년이 되는 2019년까지 약 3,000종으로 추정되는 호남 한문문집 전체의 기초DB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호남문집 기초DB 구축과 함께 문집 관련 연구의 출판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4년에는 2,600여 종 문집에 대한 기초정보를 담은 《호남문집 기초목록》(전남대학교 출판부)을 출판하였고, 올해부터는 《호남관련인물 전기자료선집》을 순차적으로 출판할 예정이다.

행장, 가장, 묘갈명, 묘지명 등의 전기자료는 대부분 문집에 실려 있는 것으로, 해마다 30편의 전기자료를 표점, 번역하여 책으로 엮어낼 것이다. 호남문집 안에 소재한 다양한 글을 이렇게 주제별로 엮어 내는 것도 호남문집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호남한문고전연구실에서 호남문집을 열심히 연구하고 있고, 그 동안 여러 연구자들이 호남문집의 중요성을 역설하였지만 아직 호남지역 문집 연구는 부족하다. 현재 호남한문고전연구실에서 구축하고 있는 DB는 기초DB로 원문 이미지 전체, 원문 텍스트 전체가 DB로 구축되어야 하는데, 예산과 인력의 문제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한문 문집은 희소성이 있고, 유실 위험이 높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전체 이미지 DB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영남의 경우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넷(http://www.ugyo.net)>, 경상대학교 도서관 문천각 <남명학고문헌시스템(http://nmh.gsnu.ac.kr)>에 문집 전체의 이미지, 전체 텍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아직 완성되지 못한 문집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호남에 비해 훨씬 많은 DB가 구축되어 있다. 호남문집도 빨리 문집 전체DB 구축을 시작하여 귀한 문화유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호남문집에 대한 연구는 호남한문고전연구실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특히 자료의 확보에 있어서 자료를 소장하고 계신 많은 분들, 지역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문화원, 지자체 등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새로운 자료가 있는 경우, 호남문집 연구에 대한 조언이 있는 경우 연구실에 알려 준다면 호남문집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 연구에 힘을 잃지 않게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 문의 : 062-530-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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