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립대 교수 해임, 교수들 간 불화에서 시작
전남도립대 교수 해임, 교수들 간 불화에서 시작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04.09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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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교수, 전공과목 비전공교수가 강의하면 안돼
도립대, A교수에게 소명기회 시간 충분히 줬다

등록금만 내면 자격증 딸 수 있다(?)

전남도립대학교(총장 김왕복)는 1998년 개교한 담양대학과 1999년 개교한 장흥대학이 2004년 남도대학으로 통합된 후, 2008년 전남도립대학으로 교명을 변경했다. 이후 2012년에 전남도립대학교로 교명을 바꿨다.
전남도립대학교는 공립대학임에도 위치 상 접근성이 떨어지고, 광주 시가지에서 멀기 때문에 신입생 충원율이 낮았다.

이 가운데 특히 유아교육과는 학생 모집을 위해 자격증(유치원교사, 보육교사)을 모든 학생이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유아교육과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학과가 이런 식으로 충원율을 높이려고 했다.

보육교사 자격증은 고등교육법에 의한 전문대학 또는 이와 동등 이상의 학교에서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보육관련 교과목 및 학점을 이수하고 졸업한 경우,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신청하여 발급받은 후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근무할 수 있다.

어느 학교에나 등록금만 내놓고 학교를 나가지 않는 학생들이 있듯이, 도립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신입생 충원율을 높이기 위해, 또는 자격증 취득으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편법이 동원됐다.

학교를 나오지 않아도 성적을 줘서 졸업시킨 것이다. 성적을 부여한 이유는 자격증을 발급받기 위해선 전공과목의 학점이 평균 C+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보육교사, 사회복지사 자격증 등은 무시험검정 방식이다.

한 마디로 등록금만 내면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편법으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는 입소문을 통해 학생들이 등록하러 오는 경우가 많았다. 교사자격증과 졸업장을 주겠다는 무언의 약속이 있었고, 이런 편법이 전체 등록률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감사 이후로도 일부 편법 지속돼

하지만 이러한 편법은 2011년 감사원의 감사로 인해 들통나게 된다. 유아교육과를 비롯해 여러 개 학과가 학위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 발각된 것이다.
현실적으로 학교에 나올 수 없는 4대 보험 가입 직장인들이 학점을 이수했기 때문이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감사원에서 한국고용정보원에 위 대학(전남도립대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직장 재직여부를 조회한 결과 2011년 11월 등록 중인 전체 학생 1,625명 중 303명이 직장에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고 직장 재직자 303명에 대해 수업 출석 여부를 확인한 결과 209명이 직장에 재직하는 등의 사유로 수업에 출석하지 않거나 교과목의 실제 수업시간 수의 4분의 1 이상을 결석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이 감사원 감사로 인해 도립대는 재정지원제한대학이 됐다. 학교 문을 닫아야 할 상황까지 내몰린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학교를 다니지 않았지만 등록금을 낸 1학년 학생들은 자퇴처리를 하거나, 2·3학년들은 그동안 등록한 횟수가 있어 억울하다는 입장 때문에 4대 보험을 잠시 해지시키는(잠시 퇴사 처리하는) 등 또 다른 편법을 써서 최악의 상황은 넘길 수 있었다. 또한 휴학 처리를 한 후 계절학기를 수강한 것처럼 조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로 인해 학교를 나오지 않는 학생에게 자격증을 줄 수 없게 되자, 가족들의 반발이 거셌다. 한 학생의 남편은 자신들뿐만 아니라 지금껏 그렇게(편법으로) 해왔는데 자격증을 주지 않으면 교육부에 고발해버린다고 엄포를 놨다.
반발이 워낙 심하다보니 일단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잠시 휴학처리한 후 다시 복학하게 해서 계절학기 들은 것처럼 처리하는 식으로 일단 반발을 잠재웠다.

비전공교수 학과이동, 불화의 씨앗

2011년 감사 이후 2012년부터 학생들이 수업에 성실히 참여해야 성적을 줄 수 있었고, 학생들도 이런 편법이 이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학교를 잘 나왔다.
하지만 그 뒤로도 만학도를 받아놓고 수업에 나오지 않음에도 성적을 정정까지 해가면서 학생들을 붙들기 위한 편법이 일부 계속됐다. 학교평가에 있어서 학교유지율이라는 지표가 있는데, 학생들이 자퇴하는 등 학생 수가 줄어들면 점수가 깎이기 때문에 학점을 정정해서라도 계속 다니도록 하기 위해서다.

유아교육과 내에서 최근 해임된 A교수와 다른 교수들 간의 불화가 생긴 것은 비전공교수들이 유아교육과로 넘어오면서부터다.
A교수는 “교육과정에서 대의명분 차원에서 학생들을 생각해야지, 비전공 교수가 전공한 과목을 만들거나 전공과목을 비전공교수가 강의하면 안 된다고 계속 이야기했더니 갈등이 있었다”며 “보육교사 자격에 필요한 ‘아동문학’과목을 전공과 무관하게 가르치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2014년 도립대의 한 교수가 여대생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징계요구를 받았다.
도립대 여학생 12명은 이 교수가 2011년부터 학과 여학생들에게 악수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며 신체 일부를 만지거나 밤늦게 전화를 걸어 사적인 대화를 요구하는 등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전남도는 도립대에 이 교수를 중징계할 것을 지시했고, 결국 도립대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 교수의 해임을 결정했다. 하지만 도립대 교수협의회는 이 교수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인권위에 제출해 빈축을 산바 있다.

성추행 교수 탄원서 서명 안했다며 비난

A교수는 이 탄원서에 서명하지 않은 교수 4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같은 과 B교수는 탄원서에 서명하라고 A교수에게 요청했지만, A교수는 결국 못하겠다고 거절했다.

성추행 파문으로 해임된 교수와 친분이 있던 몇몇 교수들은 A교수가 같이 근무하는 교수를 돕기 위한 일인데 협조하지 않고 방조했다고 비난했다.

이후 2015년에 도립대는 특성화대학으로 지정됐다. 이로 인해 NCS(국가직무능력표준.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라고 하여 국가적으로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개편해 학생들이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A교수가 NCS 유아교육과 관련 담당교수를 맡으면서 현장에서 근무하는 원장이나 교사들에게 설문지를 배포해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해 학과 교육과정을 만들게 됐다.
설문 결과 영문학이나 국문학 과목이 불필요하게 돼 교과과정에서 빼게 됐는데, B교수를 포함해 영문학이나 국문학을 전공한 유아교육과 교수들의 반발이 심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도립대 유아교육과에 다니는 학생 일부가 전남도에 "A교수가 수업시간을 지키지 않고, 교재를 강매했으며 막말수업을 했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도립대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조사를 벌인 후, 징계위원회를 열고 A교수의 해임처분을 내렸다.

A교수에 따르면 대질심문을 요청하고, 반박자료를 제출하는 등 소명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일방적인 해임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민원을 제기한 학생들과 면담했다는 B교수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B교수는 “학과 교수로서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며 “학교 당국에 말해보라”고 답변을 피했다.

진상조사, 절차상 위법사항 없다

도립대 관계자는 “진상조사가 한 달이라는 기간에 걸쳐 오랫동안 이뤄졌고 사전검토를 통해 나온 자료들의 사실여부에 따라 징계위원회에서 판단한 것이다”고 밝혔다.
A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A교수도 박사학위 소유자가 아니고, 해임 결정이 된 후의 절차는 A교수가 밟겠지만 위법사항 없이 정확한 절차상의 진상조사가 진행됐고 소명기회 시간을 충분히 줬다”며 “자세한 내용을 기자에게 구체적으로 답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A교수 해임으로 인해 도립대 유아교육과 내 전공교수가 한 명도 없는 상황이 됐다.
전남도립대는 예전부터 전공교수의 부족 등으로 학생들의 질적 수준을 떨어트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반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편법을 없애 공립대로서의 위상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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