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빛과 도시벽화(3)공공장소 활용한 문화도시 브랜드화 필요
광주의 빛과 도시벽화(3)공공장소 활용한 문화도시 브랜드화 필요
  • 정인서.정성용 기자
  • 승인 2015.04.0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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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저예산 도색수준 벽화 사후관리 안돼
환경.시민 조사 충분히 한 뒤 의견 반영해야
▲ 전남대 사범대 벽화인 '광주민중항쟁도', 15년이 지나 일부 훼손 정도가 심각해 복구작업이 필요할 정도다.

20세기를 기점으로 벽화에 도시라는 단어가 결합된 ‘도시벽화’가 등장한 것은 1920년대에 멕시코에서 있었던 멕시코 벽화운동이다. 이후 1960년대 미국의 벽화운동을 거치면서 더욱 확산됐다.
도시벽화는 도시 공간 속 건물의 외벽이나 담장 등의 벽면을 장식하는 행위를 기본으로 하는 예술분야이다. 이러한 도시벽화는 도자벽화, 페인팅 벽화, 슈퍼그래픽, 그래피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광주에 이같은 도시벽화가 등장한 것은 1980년대 후반 이후이다. 당시에는 정치적 상황을 반영해 독재정부에 항거하는 모습을 담아낸 민중벽화가 대세를 이루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벽화라는 말을 들으면 시민이나 노동자 계층이 궐기하는 모습이 먼저 떠오르는 때가 많다.

벽화는 당시의 시대상 반영

전남대학교 중앙도서관 옆 사범대 1호관에 벽화가 있다. ‘광주민중항쟁도’이다. 1990년 8월에 가로 10m, 세로 16m 크기로 그려졌다. 이 벽화에는 80년 5월 군사독재에 맞서 분연히 일어선 광주 시민과 통일을 향한 염원으로 백두산이 담겼다.
전남대 학생운동의 상징이었지만 이제 25년이 지났다. 당시에 학생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벽화를 그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 벽화는 곳곳에서 페인트가 떨어져 빛을 잃어 가고 있다.
지난 2013년 8월에는 남구 월산4동에서 마을의 역사와 유래를 담은 주민주도형 벽화그리기 사업을 추진했다. 월산4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사업구상부터 그리기까지 모두 주민참여로 진행했다.
송병운 주민자치위원은 “당시에 벽화는 수박등 3개의 길에 각각 근대길, 역사길, 갤러리길이라는 주제와 명칭으로 제작했다”면서 “지난해는 수박등 월산공원 옆길에 옹벽에 LED 조명을 포함한 입체 벽화를 추가했다.”며 사업 논의 시작부터 그리기까지 주민들이 참여하고 결정하고 주민주도형으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또 동구 금동은 시내 충장로, 구시청, 문화전당, 남광주시장, 양림 근대문화역사마을 가운데에 위치한 오래된 작은 마을이다. 최근에 금동 해냇길에 벽화, 조형물, 프로젝터, 바닥조명 설치 등 많은 변화가 있어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다.

▲ 지난 2013년 남구 월산4동의 마을주민들이 스스로 문화마을 만들기에 나선 가운데 마을의 역사를 담은 벽화작업을 주민들이 하고 있다.
양적으로 늘었지만 질적으로 떨어져

이밖에도 광주 거리를 다니다보면 곳곳에 벽화인지 아니면 환경개선사업인지 모르겠으나 단순한 도색부터 꽃과 나무,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놓은 거리벽화(?)를 보게 된다. 일부는 작가의 작품을 타일로 옮겨놓은 듯한 것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벽화들이 예향 광주를 먹칠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의 벽화들이 다른 도시보다 예술성이 떨어지고 어쭙잖은 솜씨의 재능기부로 그린 것이 많다.
또 이런 벽화들은 문화도시의 비전이나 지역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사후 관리가 되지 않아 흉물로 전락하기 일쑤라는 지적이다. 아무런 내용도 담겨있지 않아 의미마저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거리벽화가 양적으로 크게 늘어났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그다지 좋은 평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선 구청이나 기관들은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으로 저예산으로 도색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동필.유행관.최희복 등은 ‘도시경관 및 브랜드향상을 위한 공공벽화사업 사례연구'(2013)에서 강진군의 경우 청자도자기의 고장이라는 특성을 반영하여 청자파편을 이용한 슈퍼그래픽 작업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유지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디자인이나 예술적인 면, 또 주변 환경은 고려하지 않고 산만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시민들의 의견이나 조사도 없이 몇 사람만의 생각으로 도안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문화도시 명성 먹칠 ‘안타깝다’

▲ 조용성 작가
이제는 공공미술 차원에서 도시벽화를 지역특성, 관광, 경제적 수입 등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그리는 차원이 아니라 벽화의 상승효과를 통해 지역발전의 활성화라는 목적을 담는 것이다.
벽화는 당시의 정치·사회·역사적 시대상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벽화도 하나의 기록물이다. 그렇다면 벽화를 아무렇게나 그려서는 안 될 일이다.
한양대 송민정.이소리는 ‘도시미관에 있어서의 서울시 도시벽화 채색에 관한 연구’(2013)에서 도시의 벽은 공공의 장소이므로 도시의 공간 환경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선행된 후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선행 연구 없이 도시 미관의 정비나 재개발 사업 등과 맞물려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장에서 6년째 벽화작업을 하고 있는 조용성 작가는 “벽화가 도시미관의 취지는 좋지만 책임자도 없고 관리소홀로 문제가 많다”면서 “광주의 벽화는 대부분 작품성이 부족하고 문화도시의 명성에 걸맞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벽은 작가에게 있어서 하나의 도화지와 같다는 점에서 지자체가 조금만 관심을 주면 다른 도시보다 훨씬 뛰어난 작품을 만들 수 있어 기관장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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