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생각한다
중국을 생각한다
  • 문틈 시인/시민기자
  • 승인 2015.04.0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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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 나가면 며칠 걸이로 앞이 뿌옇다. 미세먼지가 옅은 안개처럼 끼어 있곤 한다. 나처럼 기관지에 신경을 써야 하는 사람에겐 거의 악몽 수준이다. 중국의 저기 내몽고 그 쪽에 올 겨울 눈이 많이 오지 않아서 바짝 마른 흙먼지가 남쪽으로 오는 바람결에 휩쓸려 한반도로 날아오는 것이란다.
이것은 일반 마스크로는 소용없다. 먼지가 마이크론 단위로 작아서 특별히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미세먼지 방어용 마스크를 써야 한다. 여기에 초미세먼지까지 가세하면 두문불출이 유일한 방어책이다.

과연 한반도가 중국의 강한 영향권 안에 있음을 체감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니까 중국 땅이 일 없으면 한반도도 괜찮고 그쪽에 가뭄이 들면 먼지가 한반도의 하늘을 덮는 것이다. 그러니 한반도의 ‘오늘 공기 맑음’ 여부는 중국 쪽의 형편에 달린 일이라고 봐야 한다.
최근 중국이 미국의 무기 사드의 한국 배치를 놓고 험상궂은 얼굴로 겁박을 주고 있다. “한국, 잘 들어. 너희 땅에 미국 사드 배치하면 재미없어. 알았지?”하는 투다. 그동안 중국에 물건 좀 팔아 재미를 본 우리로서는 중국을 그냥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방어를 위한 시스템의 일환으로 사드를 배치하겠다는데 중국은 사드가 중국 대륙의 군사적 움직임을 탐지하는 망원경 역할을 함으로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사드를 북한 감시로 고정시켜 놓으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오는 모양인데 중국은 영 표정이 좋질 않다. 중국과 한국의 관계가 가까워지다 보니 이제는 슬슬 중국 눈치도 보면서 살아야 할 판이다. 일기예보에서 반드시 중국 쪽 고기압의 행로를 살펴보듯이.
문제는 북한의 핵이다. 앞으로 10년 안에 북한이 핵무기를 100개쯤 갖게 될 거라고 한다. 미국이 5,000개 가지고 있다니까 미국에는 상대가 안 되겠지만 우리에게는 이것이 참 큰 문제다. 마치 우리 국민 모두가 밤마다 북한의 핵탄두 베개를 베고 자는 꼴이다.

북한은 걸핏하면 남한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한다. 핵을 가지고 아이들 싸움하듯 위협을 하다니 이게 도대체 정상 국가가 할 소린가 말이다. 우리는 인내하면서 가만히 있는데 북한은 매양 극악한 말을 해가면서 앙앙댄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은 북한의 거친 위협에 그런가보다, 하는 것 같다. 별로 겁을 먹거나 놀라는 것 같지도 않다. 대체 뭔 속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북한이 같은 민족에게 핵을 사용하지 않을 거라는 것인지, 여차하면 미국이 뒤에서 우리를 지켜줄 거라고 철석같이 믿는 것인지, 아니면 남북이 통일되면 그 핵이 우리 거가 된다는 몽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대체 무얼 믿고 안심들 하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핵이란 가져서는 안 되는 물건이다. 이 쬐그만 땅덩어리에 핵이 폭발하면 어떻게 될까, 상상이나 해보고 걱정을 하든지 말든지 할 일이다.

중국더러 북한 핵문제를 해결해달라고 국제사회가 요청해도 중국은 잘 못 알아듣는 듯한 말투로 궁실거리며 비껴간다. 자기들 힘으로도 안된다는 거다. 조중혈맹 국가인 중국이 북한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누가 나서서 해결할 수가 있을까. 결국 아무도 해결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중국은 겉으로는 북한과 냉담한 척하며 이따금 북한으로 가는 송유관 스위치를 잠그고 식량 트럭도 못 가게 할 때가 있지만 이것은 할리우드 모션처럼 보인다.
중국은 지금 한반도에서 꿩(북한)먹고 알(한국)먹고를 노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중국이 어떻게 나올 것 같은가. 강 건너 불 보듯 가만있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중국은 북한의 핵문제를 현 상태의 국제적 골칫거리로 둔 채 중국굴기(中國屈起)의 에너지를 모아 태평양을 안마당으로 만드는 일에 올인하고 있는데 그 사드라는 무기 체계가 한국 땅에서 중국을 밤낮으로 훤히 들여다볼 것을 생각하니 내심 불편한 것이다.
여기서 한국의 선택지는 무엇일까, 아니 무엇이어야 할까. 북한핵을 막으려면 사드가 꼭 필요한데 중국 눈치 보느라 ‘냅도’야 할까. 사드를 설치하면 우리 주권이 훼손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정말 그럴까.
안팎곱사등이가 된 한국의 입장이 어정쩡하다. 미세먼지가 사흘 걸러 한국의 하늘을 덮곤 하는 이 봄날에 꽃들은 한창이지만 기분은 영 개운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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