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역사문화마을(5) 지금이라도 대안 찾아야 한다
양림역사문화마을(5) 지금이라도 대안 찾아야 한다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03.28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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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사업으로 찢어져 따로 진행
다른 사례 없는 독특한 공간으로 조성해야

양림동에는 60~70년대 골목길과 전통 가옥, 그리고 기독교 역사문화자원과 근대 양식 건축물, 양림숲에 이르기까지 충분히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자원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양림동이 가진 고유한 자원들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시설조성에만 예산을 쓰면서 오히려 양림동의 정체성에 독이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들이 많다.
지금이라도 대안을 모색해 광주 양림동만의 독창적인 문화공간을 조성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광주시는 공공디자인 사업을 통해 양림동을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양림역사길을 구상 중이다.
지금 상태를 평가해 방향 수정해 나가야

그렇다면 왜 이런 지적들이 나오게 됐을까.
박홍근 건축사는 사업이 시작될 때 콘셉트가 잘못 잡힌 것 같다고 지적한다.
새마을운동 하듯이 골목길을 넓히고 주차장을 만들고 건물을 새로 짓기만 했다는 것이다.
그는 “역사의 흔적을 살리고 가치를 보존하는 마을 만들기가 되지 못했다”며 “노력은 많이 했지만 방향이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박 건축사는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기 위해 거주 후 평가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해서 초기에 하고자 했던 방향이 뭐였고,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현재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진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았던 점과 부족했던 점, 개선할 점 등을 파악해서 방향을 수정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업들이 개개의 사업으로 찢어져 각각 진행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그러다보니 3단계에 걸쳐 사업이 진행됐지만 사업 간에 서로 조화가 이뤄지지 않고, 연관성도 부족하며 단발성 사업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담당 공무원도 1년에서 1년 반이면 바뀌어버려서 사업에 연속성이 없다.
박 건축사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마을센터에 전문가가 머물면서 앞으로 해야 될 사업에 대한 종합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컨트롤타워는 행정이 자기 편의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주민들, 전문가들, 행정이 같이 참여해서 앞으로 양림동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광주의 자산이 될 수 있을지 논의를 통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건물 짓기보단 보행환경 개선 시급

마을주민의 참여도가 낮은 것 역시 양림동 사업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다양한 역사와 이야기 등 물질적 자산은 있지만 주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아이템이나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박 건축사는 빵집이나 기념품 가게, 또는 마을 전체를 소개할 수 있는 마을 역사관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잠깐 앉아서 쉬거나, 구경 후 집으로 돌아갈 때 양림동의 특색 있는 빵이나 기념품을 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한 새로운 건물을 짓기보다는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시급하다.
차량 흐름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동선에 대한 주민합의가 있어야 하고, 걸어 다니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줘야 한다.

정헌기 아트주 대표도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광주시가 관광 사업에 굉장히 많은 기대를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중국인들, 서울사람, 음악·예술인들 등 관광객 층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세분화된 프로그램이 있다면 거기에 따른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고, 나중에 이 투자를 통해 돌아올 것은 굉장히 클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양림동 주차장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인근에 양림동의 근대문화유산 지킴이가 활동하는 '빛고을문화재지킴이센터'가 위치해 있다.
로드맵 구상해 양림동만의 독특한 공간 만들어야

정 대표는 양림동을 어떤 방식으로 가꿔나갈 것인지에 대한 큰 로드맵이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전주한옥마을이 굉장히 상업적으로 변해서 전주시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그런 곳을 선진지라고 배워오는 것은 맞지 않는 것”이라며 “도미노를 쌓을 때도 목적이 뚜렷한 상태에서 하나씩 쌓아가는 것처럼 양림동이 가져야 할 모습들의 큰 그림을 그려놓고 그 그림에 의해 모든 것이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른 곳에 없는 양림동만의 독특한 공간을 만들어야 경쟁력이 있는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동구가 대구의 김광석 거리를 본떠 김정호 거리를 만든다고 하는데, 이렇듯 광주는 남들 것만 쫓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남들 것만 모방하다 보니까 계속 뒤처지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양림동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을 가지고 로드맵을 세워 치고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대표는 “원조라는 곳을 찾아가고, 보고, 좋다고 하는 것이지 그곳을 본떠 만든 곳을 가서 좋다고 말하진 않는다”며 “다른 곳에 사례가 없을 수밖에 없는 독특한 곳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공공디자인 사업을 통해 양림동을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양림역사길을 구상중이며, 주민의 의견을 채택해 사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주시가 큰 그림을 가지고 컨트롤타워를 통해 양림동만의 독특한 문화마을을 조성해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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