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역사문화마을(4)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3차 사업
양림역사문화마을(4)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3차 사업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5.03.28 14: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철근 주차장 건립, 주민 의견 받아 이례적 변동
근대 역사 묻어 있는 한옥 수십채 헐어 없애

남구 양림동은 아직도 곳곳이 공사중이다. 지난 2009년부터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관광자원화 사업’이라는 거센 변화의 바람을 타고 집중적으로 개선사업을 하고 있어 불과 5년 전과 비교를 해봐도 많은 모습들이 변화했다.

울퉁불퉁 구불구불했던 양림동의 도로들은 말끔하게 정비가 됐고, 양림동 입구에 위치한 노인정 건물의 벽면 전체는 우수한 근·현대 역사를 품은 볼거리를 한 눈에 찾을 수 있도록 문화지도가 들어섰다.

역사문화마을 사업은 단계별로 나뉘어 총 사업비 307억 원(국비 127, 시 127, 민자 53)을 들여 시작됐다. 1~2차 사업은 완료됐지만 오히려 양림동의 문화를 파괴하고 행정적인 시각으로 개발한다는 혹독한 비판이 뒤따랐고, 3차 사업도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3차 사업중 양림커뮤니티센터에는 주민센터가 들어서 기존 주민센터 시설과 별반 다를게 없는 역할을 할 것으로 실망을 주고 있다.
공사 중단으로 차질 빚었던 3차사업

3차 사업에는 마을주차장 조성, 커뮤니티 센터 건립, 전시공간 및 공공디자인 사업, 양림역사(문화)길 조성, 공동체 회복 사업 등으로 154억 원이 투입된다.

3차 사업의 가장 큰 덩어리를 차지하는 커뮤니티 센터 건립과 마을 주차장 조성 사업은 업체의 부도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어 차질을 빚기도 했다.

가장 먼저 주차장 조성사업 문제로 광주시와 지역 주민 사이에서 의견 차이가 벌어졌다. 공사현장은 천변을 따라 양림치안센터에서 인근 남구 천변좌로 416-2일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선 광주시는 양림치안센터 뒤편에 위치할 이 주차장을 총 80억 원을 들여 124면 지상 2층의 철골 주차장으로 지으려했다.

그러나 철골 구조물은 양림동 역사문화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역주민과 양림동의 예술가들의 비판의 화살이 쏟아졌다. 더군다나 양림동 입구에 위치해 있어 처음 양림동을 방문했을 시 첫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철골주차장은 마을 경관을 해친다고 반대했다.

결국 광주시는 추진하려던 사업을 전면 백지화 하고, 주민의견을 수렴해 재검토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주차장을 2층으로 지으려던 것을 대신해 지하1층과 노면 주차장으로 바꾸는 등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친환경 콘셉트로 건립키로 했다.

건축면적 208.80㎡, 연면적 3375.24㎡으로 건립될 주차장은 지하 1층 70대, 지상층 54대 총 124대의 주차면적을 지니고 있고, 공사 시공자는 우용건설(주), 감리단은 해오름건축사무소가 맡았다.

한옥 리모델링 수렴하지 못하고 전체 허물어

한편 지난해 4월 공사가 잠시 중단됐을 당시 주차장이 조성될 부지에는 약 10채 가량의 한옥폐가가 남아있었다. 남아 있는 한옥들은 근대문화유산과 함께 오래전부터 양림동의 역사를 그대로 품고 있어 이 공간을 살려 레지던시 공간 또는 예술마을로 살려낼 가능성이 충분했다.

이미 수십 채의 한옥을 헐어 주차장 공사가 진행된 가운데 주민들과 양림동의 예술가들은 남아있는 한옥이라도 살려 리모델링을 통해 레지던스 공간, 작은 문화관으로 살리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당시를 떠올리며 박홍근 건축사는 “남아 있는 한옥을 헐지 말고,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명소가 될 공간이 재탄생할 수 있도록 주민들과 함께 건의했지만, 기존 극소수의 큰 목소리를 내는 민원들이 섞이면서 한계를 느꼈다”며 “이미 계획대로 세워져 바꿀 의지가 없는 시와 주차난 호소, 부동산 업자들은 주차장을 만들어 달라는 큰 목소리를 내서 극소수 주민들과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굿모닝양림 한희원 추진위원장도 “남아있는 한옥들이 있는데 양림동에 살았던 인물을 하나하나 조명할 수 있는 장소가 없기 때문에 양림동의 역사를 살리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며 “그러나 시에서는 역사문화와 관계없이 1,2차 사업을 행정적, 건설적 사고로 근대역사마을을 만들어버리고, 양림동과 관계없이 결과물을 내놓을 만할 시설만 짓기 위해 급급했다”고 말했다.

결국 일부 주민들과 좁혀지지 않은 의견 충돌로 광주시의 의견대로 남아있던 한옥마저 전부 헐어버리고 전 면적이 주차장으로 조성되고 있다.

말끔해진 양림오거리 인근에 위치한 커뮤니티센터도 완공이 됐지만 역시나 말이 많다. 지난 2012년 2월 시작된 커뮤니티센터 건립은 42억 원(보상비 8, 공사비 34)의 예산을 들여 공연장, 예술인사랑방, 작은도서관, 주민자치센터 등 지하2층, 지상4층 건물로 현재 공사가 완료된 상태다.

▲주차장 조성사업은 중간에 업체의 부도로 중단 되었고, 남아있는 한옥을 리모델링 하자는 주민들의 제안이 있었지만 받아들이지 못한채 양림역사를 품고 있는 한옥을 전부 헐어 버렸다.
근대문화 지켜낼 사업, 오히려 훼손시켜

그러나 양림역사문화마을 관광자원화 사업을 관심 있게 지켜본 시민들은 “커뮤니티센터에 동사무소가 들어선다는데 그렇게 되면 역사문화마을 조성 사업비로 만들어진 건물은 현재 동사무소와 다를 게 뭐냐”라며 “과연 이 공간에서 양림동 주민들이 커뮤니티가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바라보고 있다.

양림동에 거주하고 있는 정 모씨는 “몇 년 전부터 양림동 주변은 포크레인이 지나가고, 트럭이 지나가는 공사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며 “무엇보다 양림동의 근대역사문화 현장은 사람들이 직접 발로 걸으면서 찾아다닐 곳에 위치해 있는데 오히려 사업은 굵직한 눈에 크게 보이는 시설만 짓고 있다. 펭귄 마을이나, 호남신학대 인근에는 안내표지판 조차 제대로 안된 곳이 많아 관광객들이 찾기 힘들어 한다”고 털어놨다.

이외에 3차 사업은 양림오거리~KT공사, 충현원~휴먼시아입구까지 사업비 10억 원(국비5, 시비5)을 들여 1.3km규모로 양림 역사문화길 조성하는 보도 및 차도 정비, 벽화사업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근대역사문화를 보호하고 살리고자 30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시작하게 된 조성사업이 행정적, 토건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림동에 남아있는 소중한 가치인 근대 역사문화를 허물고 있어, ‘역사문화마을 관광자원화 사업’이 진정한 양림동의 근대역사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