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역사문화마을(2) 양림동에 분 새바람, 毒이 됐다
양림역사문화마을(2) 양림동에 분 새바람, 毒이 됐다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03.28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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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림역사문화마을 조성사업은 시설위주로 사업이 진행돼 문화나 스토리에 대한 고민은 없다고 지적받고 있다.
양림역사문화마을 조성사업이 진행되면서 양림동에 새바람이 불었다. 도로는 잘 포장돼 차들이 다니기 좋아졌고, 주차장 조성도 계획 중에 있다. 하지만 이 ‘새바람’이 양림동의 정체성에는 오히려 독이 됐다는 지적이 있다.

프로그램 지원 전무, 많은 투자 필요

▲박홍근 건축사
박홍근 건축사는 양림역사문화마을을 조성한다고 하면서 양림동의 가치를 도리어 손상시킨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 건축사는 “2011년부터 양림역사문화마을 조성사업을 유심히 봤는데 제가 생각했던 사업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며 “2012년에 양림동으로 주소지도 옮기고 2014년에 1년간 활동을 해봤지만,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바꾸기 힘들었고, 행정이 행정편의적으로 간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307억 원이라는 큰돈이 투입됐어도 역사적인 가치를 오히려 훼손시킨 것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한 도보여행을 위한 보행환경도 개선된 것이 없으며, 문화재의 관리랄지 역사적인 흔적이 많이 사라졌고, 우리나라 중요한 자산으로서의 기능도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지역주민에게 경제적인 효과를 준 것도 아니고, 광주시민들에게 인지도를 높이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중요한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활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광산구는 월봉서원 하나를 가지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양림동은 훌륭한 자산이 있음에도 활용도가 아주 낮다”며 “호남신학대학교나 이장우, 최승효 가옥들의 건물주들의 의지가 전혀 없지는 않은 것 같지만 건물주의 의지와 행정의 지원이 전반적으로 미약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건축사는 지역주민에 대한 경제효과가 부족하다는 것은 시설위주로 사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물을 짓고, 소방도로를 내고, 도로를 포장하는 등 시설 위주로 사업이 진행됐을 뿐, 문화나 스토리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양림동은 넓은 소방도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골목길이 살아야 한다”며 “자동차들이 다니기에는 환경이 개선됐지만, 양림동의 전체적인 가치로 봤을 땐 광주의 자산을 해치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시설비가 오히려 양림독에 독이 됐다

▲정헌기 아트주 대표
정헌기 아트주 대표 역시 프로그램 운영비가 전혀 없이 모두 시설비로 쓰인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것에 공감했다.
정 대표는 “대인시장처럼 운영비로 10년에 100억 가까이 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시설비로만 잡혀있다 보니까 오히려 양림동의 가치를 훼손해버리는 것이다”며 “양림동에 그 많은 돈이 투자가 됐는데 안 좋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이 운영되면서 거기에서 하나하나 바뀌어 가야하는데, 건물 짓고 도로 내는 것 밖에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양림동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골목이 정말 예뻐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지만 시설비로 인해 이런 골목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 오히려 양림동에 독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라리 그 돈이 없었다면 예전의 모습을 어느 정도 간직하고 있었을 것이다”며 안타까워했다.

또한 공간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될 수 있는 자율적인 그룹들이 부족하다는 점도 꼬집었다. 이야기들이 종합적으로 모아져 있지 않고 보호수로 지정돼야 할 나무들이 많음에도 이것들을 정리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자율그룹들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공공디자인 사업 차원에서 서너 번 이정표를 만들었지만 유지관리가 되지 않고 눈에 띄지 않아 아직 많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정 대표는 “작가와 결합해 독특하고 친절하게 역사문화마을을 안내할 수 있고, 중간중간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양림동만의 문화를 체험하고, 무엇인가를 만들어서 가져갈 수 있는 것들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생태적·기독교적·전통권역·문화예술권역별로 개발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전혀 그렇게 되고 있지 않음을 아쉬워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프로그램에 지원이 전무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며 “프로그램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市, 시설 조성 후 프로그램 운영 계획 나올 것

광주시 관계자는 사업비가 전부 시설비로 사용됨으로 인해 양림동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지적에 대해 “국비보조금 지침에 의해 시설비 성격으로 예산이 집행돼야 하며 운영은 지자체에서 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운영 프로그램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 묻자 “시설 설비에 쫓기다보니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며 “시설이 조성된 후, 프로그램 운영 및 어떻게 관광객을 유도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표지판이 없어 찾아다니기 불편하다는 지적에 “자원이 갖춰졌을 때 전체적인 시설을 위주로 표지판을 설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주도와 주민참여가 이 사업의 당초 목적이었다”며 “하지만 자기 생업을 소홀히 하면서 사업에 참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예술인들이 주축이 되어 이끌어가는 것이 적절치 않나 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업을 이끌어가는 조직을 이루려고 작년부터 양림포럼을 진행했다가 한동안 뜸했지만, 오는 4월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설은 관 위주로, 사업관리는 주민 위주로 가야 지속성이 있다”며 “양림동에는 60~70년대 골목길과 전통가옥 등 근대문화자원이 많아 이를 활성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사업시행하기가 난해해 고충이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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