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란티스가 슈렉보다 재미있는 이유
아틀란티스가 슈렉보다 재미있는 이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는 만화영화를 매우 즐긴다. 우리 나라의 최초 작품 [홍길동]부터 이번 [아틀란티스]까지, 극장에서 상영한 만화영화는 아마 다- 보았을 것이다.

비디오가 나온 뒤부터는 좋아하는 작품을 주섬주섬 모아서, 아예 안 방에다 가두어 놓고 틈틈이 즐긴다. 좋은 작품은 사서 가두어 놓지 않으면, 내 사랑을 도둑질 당한 허전함이 들 정도이다. 가히 '병'이다.

방학이어선지, [슈렉]과 [아틀란티스] 그리고 [이웃집 토토로]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글마당이 좁아서, 잔잔한 감동에 적셔오는 재미와 소박한 미감에 젖어드는 예술이 함께 빚어낸, 내 생애의 최고 걸작 [토토로]는, 따로 이야기하련다.

[슈렉].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등장인물의 모습과 행동이 조금은 엽기적이고, 밑바탕에 디즈니 스타일의 이야기를 비꼬는 패러디가 흐르고 있다. 거기에 풍자가 깃들어 있어 쌈빡한 맛이 난다.

얘들은 이 맛을 모르니 그 웃음이 껍데기요, 어른들은 그 얄팍한 재미에 킥킥대는 웃음뿐이겠다. 영화 자체에 (드림웍스가 디즈니를 잔뜩 의식한) 억지 힘이 들어가 있어, 어색한 쓴웃음이 흐른다. 굳이 나쁘게 보자면 '비겁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틀란티스]. 첫 장면부터 아틀란티스 제국의 스펙타클한 웅장함이 자못 압도적이다. 뻔한 모험이야기이지만, 줄거리 짜임새가 [인디아나존스]나 [미이라] [툼레이더]처럼 엉성한 게 아니라, [레이더스]처럼 탄탄하다. 정성들인 밑그림과 선명하면서도 은은한 색감이 세련되게 다듬어져 있다.

무엇보다 등장인물에 다양한 개성을 적절하게 살려 내어서, 주인공과 조연들의 호흡이 어긋남 없이 가지런하게 하였다. 이 모두에, 거듭 태어나 변신하려는 땀이 깊이 배어 있었다. 디즈니 만화영화에서 그 동안 보여준 환상의 날개가, 이 영화에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되어 힘차게 솟아올랐다.

그러나 [엘도라도]에서 보여준 마야문명 그리고 일본 TV만화 [나디아]와 미야자끼의 [하늘의 성 라퓨타]에서 보여준 이미지를, 살짝 덧붙인 게 아니라 덥석덥석 훔쳐왔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기본 스토리와 중요한 포인트가 [라퓨타]를 무척이나 닮았다. [라이온 킹]의 틀거리가 데즈까의 [밀림의 왕자 레오]를 빼다 박은 것처럼 말이다. 저패니메이션의 위력이 미국으로 깊게 스며들었음에 틀림없다.

[아틀]과 [슈렉]. 조금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밑바닥엔 역시나 '미국의 이념'이 흔들림 없이 굳게 자리잡고 있다. 둘 다 정성들인 작품이고, 둘 다 재미있다. [슈렉]이 홍보에 열을 올려, 돈벌이에서 [아틀]을 훨씬 앞서고 있다. 그러나 작품에 들인 정성은 물론 재미에서도 [아틀]이 두드러지게 앞선다.

매스컴이 [슈렉]에 쏠려있다. 하다 못해 길거리 포스타도 [슈렉]은 시끌벅적하고 [아틀]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왠지 윗물 아랫물이 서로 짜고, [아틀]을 왕따시키는 듯이 보인다. 뭔가 수상쩍다! '썩은 돈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한겨레 신문에서 박재동님이 뜬금없이 나와서, "[슈렉]이 신나게 재미있다!"고 쓴 것도, 그가 멋모르고 이런 물에 놀아난 게 아닌가 의심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