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34) 이정훈 미디어기업 '잇다' 대표
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34) 이정훈 미디어기업 '잇다' 대표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03.26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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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예술인 위한 홍보 지원 필요
지역 청년들이 자존감 있게 일했으면
윤장현 시장, 이제는 자신만의 색깔 낼 때
더불어 사는 광주, 참여하는 자치도시를 지향하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시민의 소리>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100명의 시민에게 릴레이로 ‘시민의 소리’를 듣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광주의 발전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과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본다. /편집자 주

내방동에 위치한 미디어기업 ‘잇다’의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커다란 모니터 앞에 앉아 영상을 보고 있는 직원부터, 책상에 앉아 일에 몰두하던 여직원들까지 예닐곱 명의 직원들이 반갑게 인사하며 맞아주었다.
이정훈 잇다 대표는 인사를 나누고 난 후 주섬주섬 잇다가 활동한 내용들이 담긴 책들을 챙겨 건네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며 중간중간 광주시에 제언하고 싶은 말들을 기자에게 던졌다.
이번 100명과의 대화 서른네 번째 순서는 이정훈 잇다 대표의 이야기다.

   
 
▲‘영화와 다큐로 세상을 잇다’라고 적혀 있는데,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저희 회사는 예비 사회적기업 2년차입니다. 이 회사를 만들게 된 계기는 지역의 이야기도 영상으로 만들어내고, 시민활동하는 사람들은 왜 항상 희생해야 하고 가난하게 살아야 하나라는 의문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시민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주자는 것이 우리 회사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입니다.

처음엔 지역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영상제작 지원을 해주는 역할을 하자는 목표였어요. 지역 시민단체분들이 영상을 만들어달라고 해서 적은 돈을 받고 시작하게 됐고, 나름대로 실력이 쌓이니까 틈새시장을 이용해 학교 쪽 영상제작도 하게 됐어요. 돈이 얼마 되진 않았지만 지원받는 게 있어서 그것이라도 했고, 돈을 모아 지역 다큐나 독립영화 제작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래도 회사다보니 수익이 있어야 운영이 되는 것이라서 다큐나 영화하는 분들을 발굴해서 제작을 지원해줬어요. 하지만 좀 더 영역을 넓히려고 하다보니까 이제 지역에서 예술 하시는 분들에게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예술 하는 분들은 사실 생활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자기를 알리고 싶어 하죠.
자신을 알리기 위해선 뭔가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고, 작품 활동도 계속 해야 하니까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우리 회사의 장점이 영상, 사진, SNS를 통해 스토리텔링 하는 것인데, 지역 예술인들을 이렇게 지원해 홍보해주면 훌륭한 상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툴지만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자는 것이 잇다 미디어 교육의 철학이다.
▲지역 예술인에 대한 홍보지원이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또 다른 제안이 있나요?

전 사실 광주시가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나아지게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차라리 우리 자체 내부에서 더 열심히 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요즘 보면 자신의 상품이나 내부역량을 개발하기보다는 정치적인 힘을 빌려 뭔가 해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요.

저의 선입관 일수도 있지만, 그런 것 보다는 내부 결속력이나 자체 브랜드를 상품화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에게 지원받기 위해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사업계획서를 내는 사람들이 있어요. 각자만의 방식이 있어 어쩔 수 없긴 하지만 한계가 있더라고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지역의 청년들이 자존감 있게 일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자신만의 철학이 뚜렷하지 않으면 기존의 제도권에 순응해서 휩쓸려버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이 가장 우려되는 점입니다.
저는 이 회사를 이끌어가는 대표라는 직위이기 때문에 고개를 숙일 수도 있지만, 우리 직원들만큼은 자존감을 가지고 꼿꼿하게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광주에는 광주인권영화제나 여성영화제, 국제영화제, 독립영화제, 노인영화제까지 모두 정체성이 다른 다양한 영화제가 있습니다. 이 영화제들이 매번 하는 말이 작품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광주에서 작품 만들어내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독립영화제도 광주에서 나오는 영상 창작물이 없다는 것이 항상 고민입니다.

작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공간이 있어야 하고,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저번에 비엔날레 전시에서 세월오월 전시와 관련해 시의 간섭이 있었잖아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돈을 제대로 썼는지만 감시하고 표현에 있어서는 간섭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전주독립영화제가 지역 작가들에게 다큐든 영화든 지원을 해주고 있어요. 이렇게 조금이라도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단기간에 작품들이 만들어지진 않겠지만 후에 훌륭한 작품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지역 작가들에게 투자하면 이번에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같은 작품이 광주에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글로벌 콘텐츠가 되면 세계적으로 알릴 수도 있는 것이고요.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광주시민들이 좀 더 창의적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어른들이 젊은 사람들의 생각을 건방지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건방지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대화가 단절되는 것 같거든요. 요즘 소통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런 부분부터 노력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장현 광주시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윤장현 시장님이 안과의사 할 때 인터뷰를 몇 번 했었습니다.
저는 사실 누가 시장이 돼서 우리가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주변에서 듣는 애기로는 처음 당선됐을 때 기대감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반쯤은 여전히 기대하고, 반쯤은 포기한 것 같더라고요.

시장님은 원래 행정가가 아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공무원들에게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신만의 원칙과 철학을 분명히 가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기 길을 갔으면 해요.
행정은 이해관계가 많이 얽혀있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하셔야 할 것 같아요.

시장이라는 지위는 시정의 내용을 자세히 파악하고 잘 알아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아직 시장이 될 완벽한 준비는 덜된 것 같습니다. 그런 만큼 훨씬 더 노력해야 되겠죠.
이제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내야지, 끝까지 휘둘려선 안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예전에 사회적기업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시장상을 받은 적이 있어요.
전 원래 시민단체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타협하지 않고, 싸우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상식이 시작하기 전에 예행연습을 하는데 차렷, 경례를 시키더라고요.
지금까지 항상 그렇게 해온 것 같은데, 저는 기분이 무척 나빴어요. 대학교 때도 제 이념이 ‘모든 억압에 저항하라’였거든요.

그때 시장님이 와서 무슨 차렷, 경례냐며 그런 것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계속 그런 모습이 지켜졌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권위를 없애는 작은 하나하나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굴종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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