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운동
반미 운동
  • 문틈 시인/시민기자
  • 승인 2015.03.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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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에는 언제부터인지 반미가 일상어가 되어 있다. 내 개인적 체험으로는 부산 미문화원방화사건이 있고 난 한 달 쯤 후 시골에 간 일이 있었다. 동네 노인들이 앉아서 “미국*들이…”하며 욕하는 소리를 듣고 반미 바람이 전국에 불고 있음을 알았다.
그 후 이 나라에는 지금까지 수시로 반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어떤 때는 내가 아랍 어느 나라에 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수십 년간 반미 감정을 퍼뜨려온 결과 마침내 주한 미국대사를 칼로 찔러 죽이려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반미 운동은 한미동맹 해체, 미군 철수로까지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반미주의자들의 논리는 이렇다. 미국이 한반도 분단의 원흉이라고 주장한다. 미군이 주둔해 있어서 한반도가 통일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미국이 분단의 원흉이고, 미군이 주둔해 있어서 통일이 안되고 있는가. 6.25사변 때 부산만 남고 전역이 김일성 구두짝 아래 밟혔을 때 미군이 와서 지금의 휴전선 이북으로 김일성군을 쫓아냈다. 그때, 미군이 오지 않았더라면 ‘통일’이 되었을텐데 미국 때문에 한국이 통일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6.25사변은 ‘통일전쟁’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라면 오히려 미국은 한국의 멸망을 막아준 ‘큰형’ 역할을 해주었다는 것이 역사적인 사실이다. 물론 미국이 한국에 불가분의 이해관계가 있어서 한국을 도운 것이지 한국이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이 태평양 수만리 건너 한국땅에 영토적 야심이 있어서 3만7천명의 젊은 미군들의 목숨을 바쳐서까지 한국을 구하려고 했을까? 지금 우리는 중국 쪽에 뭘 먹을 것이 없는가 하고 옷을 바꿔 입어가며 잘 보이려 하고 있다. 중국은 자꾸만 미국에 등을 돌리고 자기네 쪽으로 들어오라고 꼬시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이미 중국 쪽으로 중간선을 넘어갔다고 불편해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어지러운 갈짓자 횡보를 하고 있는 중이다. 역사적으로 중국이 사분오열 갈라져 있을 때는 한반도가 평안했고, 중국이 통일이 되어 있을 때는 한국이 고달팠다. 중국은 수없이 많은 한반도 침략을 역사에 기록해놓고 있다. 그 중국은 한반도 분단에 책임이 없을까. 러시아는 상관이 없을까. 일본은?

“반미 좀 하면 어때?”라고 고 노무현 대통령은 말했다. ‘좀’이 이제는 ‘크게’가 되었다. 한국의 생존전략으로 과연 반미가 현명한 답일까. 고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우리나라는 불리한 것이 아니라 냇둑의 소처럼 양쪽 둑의 풀을 뜯어먹으니 오히려 유리하다.”고 했다. 어려운 말이지만 일단 실력을 기르고 외교를 잘하면 된다는 말로 들린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라는 네 마리 코끼리 사이에 낀 쬐그만 양 같은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특정 국가를 반대하고 멀리할 것이 아니라 이들 나라와 친하고 가깝게 지내는 것이 국가생존 전략에 맞다는 것은 세살박이 아이도 알만한 일이다.

게다가 우리는 북쪽의 호전적인 군사국가인 북한의 위협 속에 있지 않는가. 무슨 한반도 전문가입네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어볼 필요도 없다. 우리는 통일을 바라지만 북한식 통일을 바라지는 않는다. 우리가 바라는 통일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통일에의 희망이 무지개처럼 떠오르”(김대중)는 나라를 말하는 것이다.
반미는 결코 현명한 국가생존 전략은 아니다. 덧불일 필요도 없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친미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국제 질서가 냉엄한 힘의 논리에 의해 작동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우리 같은 작은 나라는 자주 역량을 길러서 힘센 이웃 나라들의 힘을 이용할 줄 아는 균형자(노무현) 역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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