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10, 빠르지도 않으면서 비싸… 호남민 반발
KTX10, 빠르지도 않으면서 비싸… 호남민 반발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03.19 1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km당 요금 송정-용산 154원, 서울-동대구 145원
호남선 왕복 48개 편수 중 90분대 편수 단 3개

KTX 고속철 호남선 개통이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호남선 요금 및 소요시간에 대한 지역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호남 고속철이 빠르지도 않으면서 가격은 경부선에 비해 오히려 더 비싸다는 것이다.

한국철도시설공사는 4월2일부터 운행에 들어가는 호남고속철 예매를 지난 13일부터 예매에 들어갔다.
2004년부터 경부고속철이 운행을 시작한 후 그토록 바래왔던 고속철이지만, 호남인들의 반응은 썩 달갑지만은 않다.

호남고속철도 광주송정역에서 용산역까지의 구간은 303.8km이고, 1km당 요금은 154원이다. 하지만 경부고속철도 동대구역에서 서울역까지 구간은 293.1km, 1km당 145원의 요금을 받는다.
일반실 성인 기준 호남선 광주송정-용산 구간은 4만6,800원으로서 동대구-서울 구간 4만2,500원보다 4,300원이 더 비싸다.

송정-용산, 동대구-서울보다 1km당 9원 더 비싸

시 관계자는 “2005년 당시 국회에서 호남고속철의 분기역이 천안아산역이 아닌 오송역으로 결정되면서, 천안에서 익산으로 바로 오지 않고 오송역을 경유하게 됐다”며 “그래서 호남선의 길이가 19km 늘어난 것이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당시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도 늘어난 거리만큼의 요금은 추가부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호남지역의 반발에 대해 한국철도공사 측은 ‘고속선로 활용률’을 호남선과 경부선의 요금차이에 대한 해명근거로 제시했다.
용산-광주송정 구간은 고속선로 활용률이 91.8%이고, 서울-동대구 구간은 76.2%여서 요금을 더 높게 책정했다는 것이다.
또한 국토교통부가 2011년 고시한 고속·기존선 요금 상한선 기준(1km당 고속선은 163.31원, 기존선은 103.66원)으로 지역 간 차등 없이 운임을 산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호남 지역민들도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기세다. 고속선로 활용률이 높다고 한다면 속도가 빨라야 하는데 운행 시간표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이다.
한때 코레일은 광주에서 서울까지 ‘90분 시대’를 열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었다.

송정-용산 90분대 편수 3개, ‘90분 시대’?

실제로 운행 시간표를 확인한 결과, 호남선 왕복 48개 편수 중 90분대 편수는 단 3개에 불과했다. 상행선(송정역 출발, 용산역 도착)의 경우 90분대 3개, 100분대 6개, 110분대 8개, 120분대 7개 편수였고, 하행선(용산역 출발, 송정역 도착)은 90분대는 아예 없고, 100분대 8개, 110분대 15개, 120분대 1개 편수였다.
‘90분 시대’라고 하기엔 90분대 편수의 비율이 너무 낮지 않나싶다.

지역 정계에서도 이번 KTX요금 문제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장 먼저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전남·전북 3개 시·도당은 지난 13일 공동성명을 통해 호남선 KTX 요금 책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박혜자 광주시당 위원장, 황주홍 전남도당 위원장, 유성엽 전북도당 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코레일 측은 용산-광주송정 구간의 고속선로 활용이 91.8%인 반면 서울-동대구는 76.2%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호남선 KTX의 실제 운행시간은 1시간46분으로 서울-동대구의 1시간 50여분과 별 차이가 없다”며 “철도건설비용을 철도 이용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며 분기역 변경으로 늘어난 요금 만큼은 정부에서 부담하는 것이 지난 50년간 경제·사회적으로 희생당해 왔던 호남에 대한 예의다”고 주장했다.

광주시의원, 비싼 요금 개선 촉구

광주시의회 의원들 역시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실망과 우려의 의사를 표했다.
의원들은 “코레일 측의 변명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경부선의 경우 신경주와 울산을 경유해 부산으로 가는 운행 노선의 변경으로 늘어난 거리 만큼에 대하여 최근까지 운행요금에서 4,000원을 할인해 준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부선에 비해 비싸게 책정된 요금을 개선하고, 분기역 변경으로 늘어난 요금은 정부에서 부담하여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러한 요구사항 관철을 위해 요금인하 건의문을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국토교통부와 국회에 송부할 계획이며, 3월23일 전남·전북도의회와 공동으로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을 항의방문하여 촉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전남도지사도 17일 KTX 호남선 시승식에 참석해 “KTX 호남선은 상대적으로 요금이 비싸고 증편도 시급하다”며 “정부차원의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경부선이 신경주역을 경유하면서 결과적으로 흑자를 낸 것을 고려해 호남선도 나주와 무안공항을 경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빨대효과, 광주상권 위축 지역개발 후퇴 우려

이러한 호남고속철 요금과 운행시간의 반발에 더해 빨대효과(Straw Effects)라는 부작용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빨대효과란, 고속철도의 도입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도시의 쇼핑구매력이 대도시에 흡수되어 작은 도시의 상권이 위축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KTX가 경제활동의 수도권집중화를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KTX의 효율성, 안전성, 환경성이 부각되면서 이제는 대표적인 대중교통수단이 됐지만 KTX의 이런 기여에도 불구하고 아직 지역개발효과에 대해서는 우려가 될 수밖에 없다.

광주시는 ktx 개통으로 방문객이 늘 것으로 보고 광주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역 주변 환경정비, 교통체계 개선을 추진하고 방문객 관광서비스 확대에 중점을 둔다는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윤장현 시장은 호남선 개통을 통해 내국인 및 중국인 관광객들의 유입을 기대하고 있지만, 반대로 빠져나가는 인구도 많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