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관광길, '사람'으로 뚫자.
막힌 관광길, '사람'으로 뚫자.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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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광주·전남관광길 어떻게 뚫어야 하나. 2002년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지역의 관광사업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숙박시설이며 음식문제며 어느것 하나 제대로 손님을 맞을 준비가 안됐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비젼과 줄기가 없이 일희일비하는 관광정책과 마인드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비근한 예로 최근 개통한 광주-상하이간 직항로가 자주 오르내린다. 개통됐을 때는 중국 관광객들이 금방이라도 떼로 몰려들것 처럼 환영하더니, 상하이에서 출발해 광주에 도착한 첫 비행기에 30여명밖에 타고 있지 않았을 때는 온통 비관과 탄식만 흘러 나왔다.

논밭에 버려진 채 귀찮은 돌 정도로 취급받던 고인돌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때야 비로소 관광상품이 되는 현실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

문화관광전문가들은 지역 관광정책과 마인드의 일대 패러다임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시각은 우리 지역의 관광자원이 '눈으로 봐서는 볼 것이 없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자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보는 관광'에서 '느끼는 관광'으로

이 지적은 많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적어도 겉으로는 남도의 문화유적이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빼어난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돈을 쏟아부어 하드웨어적 관광시설만 확충할 일도 아닌 것은 분명하다. 정 반대로 우리의 문화관광상품이 갖고 있는 내재적 가치를 끄집어내 알리는 소프트웨어적 개발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어느새부터 힘을 얻고 있다. 바로 '눈으로 보는 관광'에서 '마음으로 보는 관광'으로의 전환이다.

지난 3, 4일 전남도립 담양대학에서는 여지껏 보지 못했던 색다른 개념의 '문화유산해설사'가 배출됐다. 넓은 의미로는 이른바 '문화관광해설가'들이다. 광주 20명, 전남 26명 등 모두 46명의 이들 해설사는 지난 4월부터 담양대학에 마련된 3개월코스의 무료양성과정을 이수했다. 이들은 8월부터 무등산 증심사, 영암 왕인유적지, 진도 영등제현장, 강진 청자도요지, 담양가사문화권, 목포갓바위권 문화유적지, 진도운림산방 등 20여군데 문화관광지에 배치된다.

"문화를 읽어줘요"-문화유산해설가 떴다

문화관광부가 올해부터 실시한 문화유산해설사 양성정책에 따라 배출된 이들이 하는 일은 주말과 휴일, 관광성수기때 해당 문화관광지에서 내·외국 관광객들을 안내하며, 문화유적 등에 서린 역사 등 깊이있는 해설을 서비스하는 자원봉사 도우미역. 문화관광계에서는 이들이 문화유적과 역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갖춰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우리문화를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품질관광' 전문인력으로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문화해설사의 양성은 하드웨어적 겉모습 만들기에만 치중했던 관광정책의 전환점이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큰 기대를 낳고 있다. '보는 관광'에서 '느끼는 관광'으로의 전환도 사람, 즉 준비된 인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문화해설사 양성 교육을 담당한 전남도립담양대 박창규교수는 "지금까지 국내여행이란게 택시나 버스운전기사가 가이드역할까지 도맡거나, 여행사 가이드라도 인솔, 여정관리만 잘 했지 문화관광지에 대한 깊이있는 해설이나 안내는 못해왔던게 사실이다"며 "관광정책을 문화관광정책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도 있다"고 평가했다.

박교수가 이같은 기대를 같는 까닭은 현재의 관광정책만으로는 우리지역의 문화관광자원이 경쟁력에서 떨어진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볼거리가 풍성한 천혜의 자연자원도, 왕조가 번성했던 부여나 경주처럼 대규모 문화유산이 밀집된 지역도 아니라는 점. 따라서 전라도 문화관광자원 안에 내재된 의미와 가치를 일반인에게 와닿게 하는 데에 문화관광정책의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정원이 궁궐로 보였다"

박교수의 주장은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김태홍 민주당의원(광주북을)은 자신의 문화관광체험을 이렇게 털어놓은 바 있다. "담양 소쇄원을 갔다. 아무리 봐도 단순하고 작은 규모의 정원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선배인 대학교수가 둘러보며 이런 저런 설명을 하는 순간, 거대한 궁궐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같은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법하다. 18일 소쇄원에서 만난 여대생 강소연씨(21·광주교육대 3)는 "4번째 왔는데 그냥 무심히 지나치다 돌아갔다. 그런데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나니 어느것 하나 무심히 지나칠 수 없게 됐다"고 소쇄원에 대한 설명을 들은 소감을 말했다. 강씨는 이날 친구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섰다가 최근 방학을 맞아 소쇄원 자원봉사 안내자로 나선 나희준씨(25·광주대 관광 3)의 안내를 받았다.

그러나 현재의 문화유산해설사 양성제도는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이들을 활용할 후속대책이 별로 없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번 해설사양성은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으로 나서 자기 고장의 문화관광자원을 알리는 자원봉사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는 의미있는 시도로 평가되고 있는게 사실. 전남의 경우 이번 과정에 참여한 해설사는 관광안내소 근무자 10명 이외에 어학강사 6명, 주부 4명, 자영업 4명, 교수 2명 등으로 고학력에 모두 지역주민들이다.
그러나 특별한 유인책을 주지 않는 한 '자원봉사'만으로 이들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끌어내기란 쉽지 않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활용방안, 후속대책 급하다"

자치단체의 마인드도 문제. 문화관광해설가 제도는 민간에서 시작된 운동으로 정부가 이를 일시적으로 제도화한 것이다. 첫 운동은 수원 화성안내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화성 해설가 양성교육을 실시하고, 지난해 담양대학 문화관광정보센터가 가사문화해설가를 양성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에 문화관광부가 자금을 지원하며 이 제도를 도입했지만, 내년까지 전국적으로 모두 1천명을 양성한 뒤 종료된다. 물론 이후 활용방안이나 후속대책은 현재까지 없는 상태로, 해당 지자체가 식비나 교통비차원에서 이들에세 실비를 제공하는 수준이다. 실제 전남도 등이 양성한 '명예 관광가이드'도 후속대책 등이 없어 유명무실해졌다고 박교수는 지적하고있다.

"분야별/유적지별 전문인력 양성해야"

분야별로 더욱 심화된 전문성 교육도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고필 동강대겸임교수는 "아무리 좋은 사람을 뽑아도 후속대책이 없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게 될 것"이라며 "특정문화재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습득한현지 안내원제도를 도입해야 하고, 적어도 국가지정문화재에는 이들을 상주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홍진 교수(광주보건전문대)는 "통역가이드도 문화관광해설가 이상의 전문가이드가 돼야 한다"며 "가사문화권, 사찰, 해남 도자기 식으로 각 장소에 전문 가이드가 있어야 한다"고 이같은 지적에 동의했다.

실제 문화관광해설가가 전문화될 경우 해설가 그 자신이 관광자원으로서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사실이 현실로 입증되는 사례는 많다. 서산마애삼존불의 경우 지역주민이 자원봉사 명해설가로 나서, 더욱 유명해진 것은 단적인 예다.

안종수 교수(호남대) 역시 최근 문화관광해설가가 양성된데 대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며 "광주시 관광5개년 계획 수립에 참여하다 보니 예전에도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은데 실제는 후속조치가 없고, 계획만 있었지 실행은 없더라"며 "문화예술과 관광을 접목시키려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등 인재를 같이 키우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고 즐기는데 익숙한 관광행태도 변해야"

전남도도 이같은 시각에는 공감하고 있다. 주동식 전남도 문화환경국장은 "문화유산은 아는만큼 보이는 게 사실인데, 지금까지 우리는 발굴하는데만 정신이 없었지 정작 의미를 깨치는데는 소홀했다. 돌 하나에 의미부여 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가"라고 자문했다.

다만,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할지라도 사람들이 찾지 않으면 묻히기 때문에 정책도 정책이지만 보고 즐기는데에만 익숙한 관광행태도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주국장은 "해설사는 주말과 일요일에 상주시키고, 평일에는 시·군 등을 통해 요청시에만 파견할 계획이다"며 "일단 운영을 해 본 뒤 반응이 좋으면 인력도 확충하고 확대시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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