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는 힘이 세다
단체는 힘이 세다
  • 문틈 시인/시민기자
  • 승인 2015.03.1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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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상식을 기초로 해서 제정된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을 갖가지 분야의 현실을 조율하도록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한데 꼭 그렇지만도 않는 것 같다. 유치원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빈발하자 유치원에 CCTV를 달자는 여론이 비등했다.
즉각 국회가 법제정을 서두르는가 싶더니 탕, 탕, 의사봉을 두드려 법 제정을 부결시키고 말았다. 어리둥절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유치원 관련 단체라든가 뭐라든가 하여튼 그런 것이 있는데 그쪽의 압력에 손을 들고 만 것이다.

상식으로 보건대 유치원에 당연히 CCTV를 설치하는 것이 맞다. 사실 유치원 스스로 CCTV를 설치한 곳도 있다. CCTV 설치를 의무화한다면 말썽 많은 아동학대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 귀엽고 이쁜 우리의 ‘강아지’들을 맡겨놓았더니 뭐 김치를 잘 안먹는다고 사정없이 때리지를 않나, 대체 이런 데에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는 없을 것이다.
아이들의 부모 대신 CCTV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아 주면 좋을 텐데 법 제정을 왜 부결시키고 말았을까. 단체의 압력. 즉, CCTV를 설치하자고 법만 만들어 봐라. 학부형들한테 누구누구 의원을 낙선시켜야 한다고 악성 댓글을 달듯이 입방아를 찧어 떨어뜨리고 말테다. 그럴까봐, 그럴 것이 두려워서, 천하의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몸을 사리고 법제정을 안해버렸다.

찬성, 반대로 쫙 나뉘어서 의사 결정을 한 것도 아니고 기권표가 무지 많았다. 수상쩍은 결과다. 이쯤 되면 단체가 얼마나 힘이 센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른바 시민단체라는 것. 이익단체들이 1만여 개도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중에는 이번에 주한 미국대사를 살해하려고 칼을 휘두른 ‘민화협’ 회원(?) 김 모씨처럼 회원이 9명인 (그는 ‘우리마당’이라는 단체의 대표라고 한다) 단체도 있다.
가끔 무슨 시위가 열릴 때 보면 참가 단체가 몇 백개라고 언론에 나와 있지만 이 중엔 회원이 몇 명뿐이거나 혼자인 단체가 수두룩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사실이라면 우스운 일이다. 유치원 단체는 이번에 알게 되었지만 그 힘이 바다를 놀라게 하는 고래보다 더 센 듯하다. 국회가 꼼짝 못할 정도로 힘이 대단하다.

놀랐다! 법을 만들어 법치주의로 나라를 다스리는 민주국가에서 어떤 단체의 보이지 않는 압력에 굴복하여 아동 학대를 근절하는 장치를 하자는 법을 제정하지 못하다니. 이 단체의 힘은 진짜 알아주어야겠다.
생각해보면 CCTV를 다네 못다네 하는 그런 자잘한 것까지 법으로 만드는 것이 딴은 우습기도 하다. 유치원 선생님들께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우리의 아이들을 사랑으로 잘 보살펴 주시면 될 것을, 한쪽에선 유치원 선생님의 자격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보나마나 그것도 법 제정이 어려울 것이다. 그 단체가 오케이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유치원 선생님들이 하도 많으니 그 중 한두 명쯤이 아동학대를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뭐, 유치원 선생님들이라고 해서 초중고 선생님들과 다른 사람들은 아니지 않는가. 그렇게 생각하면 CCTV를 초중고등학교의 모든 교실, 대학 강의실에도 설치해야 한다는 말이 나옴직하다.

논리로 따지면 그렇다. 하나 아직 말도 잘 못하고 선생님이 일일이 보살펴주어야 하는 그 눈동자가 해맑은 아이들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유치원 선생님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CCTV를 설치하는 것이 맞는 것 같기도 한데….
국회의원 배지를 지키려고 아이들을 지키지 않는 꼴이 되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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