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 시·도지사 맞어?"
"당신들 시·도지사 맞어?"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임있는 시·도지사는 어딜가야 만날 수 있나.

도청이전을 둘러싸고 한 방송사 대담에서 시도통합에 합의한 고재유 광주시장과 허경만 전남지사가 서로 책임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합의는 기존입장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토대로 면밀한 실무검토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대담과정에서 나온 돌출적인 발언이란 점에서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에서 각각 재선과 3선을 노리고 있는 고 시장과 허 지사가 도청이전 반대여론을 의식한 명분쌓기와 표계산에만 분주한 결과라고 혹평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고 시장과 허 지사는 18일 오후 KBC진단 프로그램에 출연해 도청이전 중단을 전제로 한 시도통합의 원칙적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다음날 곧바로 각자 해명기자회견을 통해 서로 상대의 입장이 변했다며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태도를 보여주지 않았다.

먼저 허 지사는 19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철저하게 공을 고재유 시장에게 떠넘겼다.

허 지사는 이날 "기존 입장과 바뀐 것은 없다"고 전제한 뒤 "예전부터 고재유 시장이 도청이전을 하지 않을 경우 통합에 응하겠다고 했는데, 나는 통합이 안되니까 이전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고 시장이 그러면 통합을 추진해보자고 해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허지사는 "신도청 공사 착공식이 있는 10월이전까지 광주시에 통합을 위한 마지막 기회를 준 것으로 4개월동안 시의회 의결 등 통합절차를 밟으면 그 정도는 기다려 줄 수 있다"며 "광주시가 시의회와 함께 통합절차를 밟아주면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통합은 어려운 것 아니냐"며 통합의 책임을 광주시에 돌렸다.

방송사 대담서 '원칙적 합의'
다음날 기자회견선 공 떠넘기기
시도의회 "무책임...선거용


허 지사는 이어 "광주시가 찬성하는 결의를 해주면 정치생명을 걸고라도 통합을 추진하겠다"면서도 "과연 광주시가 보통시로 격하되고 시민의 정서가 이를 받아들일 것인지 그리고 구의회가 없어지고 구청장은 임명제로 전환할 것인데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그들이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며 현실적으로 시도통합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하는 등 역시 모든 것이 광주시의 책임이라고 몰아부쳤다.

허지사는 광주시가 통합 결정을 하기 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짐짓 여유까지 보였다.

이에대해 고재유 시장은 19일 오후 역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고 시장은 시도통합의 책임을 시의회와 시민들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줬다.
고 시장은 이날 "도청이전이 유보되면 통합을 논의한다는 것과 도청의 광주존치가 충족되면 시도통합을 찬성한다는 전제조건을 허경만 지사가 수용했기 때문에 신의에 따라 통합추진의사를 밝힌 것"이라면서도 "시의회의 의결과 그 전에 시민의견조사 결과 등에 따라 통합이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이다.

따라서 고 시장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은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고 시장은 "시의회에서 의결하기에 앞서 주민의견조사를 의뢰해오면 토론회와 여론조사를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때 광주시가 보통시로 강등되므로 인해 입게되는 각종 손해를 시민들이 감수할 수 있는지도 함께 조사해 그 결과에 따를 것"이라고 밝힌 것.

고 시장은 그러나 "주민투표법은 법적근거가 없어 안된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며 "시도통합은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일본의 지정시와 같은 특례조항을 신설해 예산상의 불이익 등이 없도록 노력하겠지만 이는 국회의원들 몫"이라며 역시 책임을 떠넘겼다.

그럼 공을 이어받은 광주시의회의 입장은 뭘까.

광주시의회 오 주 의장은 시·도지사의 행태에 대해 무책임하다며 혹평했다. 오 의장은 "개인적으로 도청이전은 반대한다"면서도 "시·도지사가 아무런 절차도 밟지 않고 특히 광주시의 경우 보통시로 강등될 경우 5천억원의 국고지원을 받을 수 없는 점 등에 대한 해결방법도 없이 그같이 결정한 것은 무책임하며 내년 선거용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한 것.

오 의장은 이어 "광주시가 정식적으로 건의해오면 시도통합 반대결의를 철회할 것인지를 의장단 회의를 통해 논의하겠지만 그전에 주민투표를 통해야 한다"고 말해 고 시장의 인식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을 드러냈다. 오 의장은 특히 "현행법에 시도통합과 관련해서는 의회는 의견만 제시할 수 있는데도 고재유 시장이 공을 의회에 떠넘긴 것은 무책임하다"고 질타했다.

물론 우여곡절 끝에 광주시가 의회의 의결 등을 거쳐 시도통합을 결의하더라도 전남도의회와 전남도민이 이에 동의해야하는 산이 또 하나 남아있다. 하지만 전남도의회가 벌써부터 허 지사의 입장에 정면반박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차봉근 전남도의회 의장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도민의 대의기구인 의회가 이전을 확정하고 새 청사 착공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도지사가 자의적으로 이전을 재론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며 도청 이전반대 및 시도통합을 일축하고 나선 것.

한편 이번 사태의 계기를 마련한 통추위(전남도청이전반대와 광주전남통합추진위원회)는 즉각적으로 성명을 내고 신속한 후속조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하며 시·도지사를 압박하고 나섰다.

통추위 임택 사무처장(광주동구의회 운영위원장)은 이에대해 "고시장과 허지사가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또다른 명분쌓기용 정치적 제스처에 그친다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혀 또다른 불씨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