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31) 김영대 한새봉두레 사무국장
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31) 김영대 한새봉두레 사무국장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03.04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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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 확보위한 생태통로 만들었으면
광주지역 생물다양성에 관한 자료 확보 필요
자연생태요소 가미된 개발 패러다임 바꿔야
더불어 사는 광주, 참여하는 자치도시를 지향하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시민의 소리>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100명의 시민에게 릴레이로 ‘시민의 소리’를 듣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광주의 발전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과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본다. /편집자 주

북구 일곡동은 이제 대단위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는 ‘도시’다.
아파트가 높이 올라가고, 도로가 깔리고, 아스팔트와 시멘트가 덮이면서 일곡동이 가지고 내려오던 10개가 넘는 샘들과 소들이 여물을 뜯던 여물봉에 대한 이야기는 희미해졌다.
남은 곳은 한새봉 자락에 붙어있는 작은 논뿐이었다. 할아버지 혼자 힘들게 농사를 이어왔지만 이제 힘에 부쳤다. 동네 주민들은 할아버지를 도와 벼농사를 지을 사람들을 모았다. 그러자 개구리, 도롱뇽, 우렁이, 물방개, 원앙 등이 이곳에 하나 둘 모습을 보였다.
한새봉두레는 지역주민들이 모여 지역의 생태환경을 지키며 공동체 정신이 살아있는 생태마을을 꿈꾸는 주민 모임입니다.
이번 100명과의 대화 서른한 번째 순서는 김영대 한새봉두레 사무국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만약 광주광역시장이 된다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싶나요?
-지방정부에서의 자치를 이야기한다고 하면 마을이라는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장님도 마을 공동체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따라서 광주 안에서 다양한 마을들이 자치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조건들이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저희 한새봉두레는 일곡동이라는 공간에서 생물다양성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큰 틀에서 광주 전체의 생물다양성을 봤을 때도 마을의 앞산과 뒷산의 역할이 상당히 큽니다.

먼저 광주의 생물다양성의 보고는 무등산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런 광주의 생물다양성이 건강하게 지켜지려면 산줄기들이 서로 연결이 돼야 하거든요. 하지만 지도를 보더라도 도로 등으로 인해 끊겨져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산과 산의 연결지점들이 동물들이 이동하는 통로가 돼야합니다. 이것이 단절됐을 때 그 공간은 고립이 되는 것입니다.

생물다양성을 이야기 할 때 그 안에 유전적 다양성도 포함돼 있어요. 유전적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동물은 질병에 취약해지게 됩니다. 그러면 최악의 경우 멸종 위기까지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인간들 사이에서 동성동본을 피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무등산과 주변 산들의 연결지점, 통로들이 연결됐을 때 광주지역 생물의 다양성과 건강성이 확보는 것이죠.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인지도는 굉장히 낮은 상황입니다. UN에서 생물다양성 협약이 있었고 우리나라는 1994년에 공식가입을 했습니다. 그것을 근간으로 생물다양성과 관련한 법률이 만들어지기도 했어요. 이 법률을 통해서 생물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보고서들도 제시가 됐습니다.

그 중 첫 번째 목표가 늦어도 2020년까지 생물다양성에 대한 고민을 사회전반에 걸쳐 주류화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시민들이 생물다양성의 가치와 지속가능한 보존 및 이용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또한 2020년이 되면 공원을 포함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물들에 일몰제가 적용됩니다. 일몰제가 적용됐을 때 사유재산권이 행사되면 자연생태적인 측면들이 파괴될 가능성이 큽니다. 생물다양성 연구와 증진을 위해 행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근간들이 법률적으로 마련돼 있는데, 아직 인식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북구 일곡동 한새봉 자락에 붙어있는 작은 논 '개구리논'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함께 벼농사를 짓는다.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이 무척 크지만, 아직 광주에선 그 부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말이네요.
-맞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국가에서도 생물다양성 보존의 실천을 위한 계획이 나왔어요. 광주가 이런 것들에 더 신경을 쓰고, 이후 100년 200년 후 미래 세대들을 위해서 준비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훌륭한 도시’라는 것은 그 도시가 생물다양성을 얼마나 품고 있느냐라는 기준으로 판단될 것입니다. 광주가 훌륭한 도시를 꿈꾼다고 한다면 도시계획 안에서 생물다양성에 관한 논의도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얼마나 준비되고 있을까요.

2013년에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녹색도시의 건강성 평가지표 개발 및 적용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어요. 이 연구 자료를 보면 생물다양성이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시가지 내 자생생물다양성이랄지 시에 의해 실행되는 생물다양성 관련 프로젝트 수 같은 23개 지표로 7대 광역시를 평가한 것이죠. 하지만 광주뿐만 아니라 7개 광역시 모두 0점인 지표들이 많습니다. 관련 자료 부족으로 아예 평가가 불가능한 지표들이 많다는 것이죠.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실제 국제기준 목표치 달성도가 19~40점 정도로 평균 이하라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광주는 7위, 즉 꼴등입니다.

이런 평가지표들을 통해서 우리가 도시 생물다양성을 어떻게 살려낼 지 계획해야 하는데 그런 기관이 없어요. 그나마 최근 진행 중인 한새봉도시농업생태공원을 통해 이러한 지표들을 평가해보고 자료를 축적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길을 하나 내더라도 동물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생태통로를 만들어주는 등의 노력이 필요해요.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도시계획이 이뤄져야 합니다.

▲'개구리논'에 사람들이 모이자 농약이 필요 없어 졌다. 그러자 개구리, 물방개 등이 나타났고,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생태학습 놀이터로 이어졌다.
▲일곡동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일곡동은 생태적 관점에서 현재 어떤가요?
-일곡동에는 예전에 샘들이 많았어요. 말시암, 구시시암, 조개시암, 도깨비시암 등 10개가 넘게 있었죠. 마을이라는 형태가 구성됐다는 것은 물을 공동으로 쓸 수 있는 샘이 있었다는 것이다. 도시라는 계획안에서 그런 것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에요.

생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개발이라는 형태들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런 문제들이 계속해서 생길 겁니다. 인식이 적었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또한 무작정 건물을 지어 올리고 자연적으로 흘러 내려왔던 물들은 상하수도를 통해서 전달되는 것이 도시의 개념이잖아요.

전체적인 큰 패러다임 속에서 이런 형태들이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편하겠지만,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것들이 후손들에겐 어려운 상황들을 맞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선 돈 없이 살기는 매우 힘이 듭니다. 돈이 없다고 어렵게 되는 과정들이 결국 생태환경적인 요소들이 파괴됐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샘들이 살아있어서 그 물을 아무나 자유롭게 떠먹을 수 있다면 우리는 수도세를 내지 않고도 물을 구할 수 있겠죠.
물만 놓고 봤을 때 그런 것이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미래엔 이런 자연생태적인 요소들이 살아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광주시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광주시민으로서의 시장이 아니라 인류로서의 시장의 관점에서 시정을 놓고 봐야지요. 앞으로 100년 200년을 준비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곡동은 도시화되는 과정에서 1996년부터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어요. 이전에는 도시에 있는 쓰레기들이 버려지던 쓰레기장이 있었죠. 지금의 광주 외곽지역으로 나가면 쓰레기장이 형성돼있는 것과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폭력적인 것이죠.

도시를 위해서, 혹은 공장지역을 위해서 소수의 힘없는 사람들이 무차별적으로 희생당해야 했습니다. 또한 아파트가 올라가고 도로가 깔리면서 동물들의 이동경로가 막혀 고립될 수 있는 위기를 맞기도 했습니다.

광주시가 커지면 커질수록 바깥에 있는 약한 공간들, 약자들은 일곡동이 예전에 쓰레기장이었던 것처럼 그렇게 희생될 수밖에 없다고 봐요. 당장 광주시가 부자가 되기 위한 것보다는 인류애적인 측면에서 시민을 위한 정책들을 뽑아내야 합니다.

생태적인 감수성을 가지고서 앞으로의 100년 200년을 준비할 수 있는 시장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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