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재주꾼6. 그린비
우리동네 재주꾼6. 그린비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5.03.03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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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나를 찾아 떠난 여행

“직장생활, 도시생활이 팍팍하고, 딱딱하다 보니 음악으로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죠.”

저녁 8시가 되자 북구 오치동에 자리한 연습실에 하나둘씩 건장한 사나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퇴근 시간을 넘겨 영락없이 직장인으로 보이는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이들이다. 그들은 비좁은 지하 연습실을 가득 메웠다.

매주 월요일은 그린비 밴드의 연습날이다. 그린비는 30~40대 남성 구성원만으로 모인 직장인 밴드다. 별다른 일이 없는 한 퇴근 시간 이후 각자 본업을 마무리 하고 이곳에 모여 연습을 해오고 있다. 퇴근 이후에 또다른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퇴근 시간 이후 시간 쪼개 연습 몰두

그린비라는 그룹명으로 뭉쳐 활동한 지 3여년이 훌쩍 넘었다. 이들은 퇴근시간이 지난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모였다. 직장생활도 힘들텐데 지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린비의 구성원은 보컬, 베이스, 드럼, 키보드, 기타 등 모두 6명이다. 이들 중 20년 넘게 기타를 잡아왔던 이, 대학교 시절 스쿨밴드로 활동하다 군악대 생활까지 하게 된 이, 통기타를 배워왔던 이 등 현재 하는 일은 ‘음악’과 관련성이 없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음악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못해 시간을 쪼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이어오고 있다.

꿀을 열심히 나르는 꿀벌이라는 의미로 ‘그린비(greenbee)’라는 밴드명을 지었다 한다. 이들은 항상 열심히 음악을 하자는 의미로 그룹명을 짓게 됐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음악을 했던 사람들인 터라 한 다리 걸러 서로 알고 지냈던 이들이 모여 그린비를 결성했다.

그룹에서 기타를 치고 있는 김현석씨는 “합주를 하는 과정 자체가 즐겁고 생활에 만족도가 있다”며 “각자의 직장 생활에 바쁘지만 자신이 음악을 하고 싶은 열정이 강하다면 누구든지 환영이다”고 말했다.

평소 애니메이션 제작, 만화를 그리고 있는 김형석씨는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우연히 홍보 벽보를 보고 발을 넣게 됐는데 ‘늪’처럼 계속 빠져들게 됐다”며 “그린비는 락앤롤, 헤비메탈 등 다양하게 각자의 개성을 살려서 돌아가면서 다채로운 음악을 하고, 어느 한 장르에만 치우쳐 있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악으로 먹고 살기 어려운 현실

그린비는 창립멤버들이 십시일반 모아 마련한 연습실에서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공연을 위한 장비와 콘솔, 각종앰프, 스피커, 신디 등이 마련되어 있다. 작지만 남부럽지 않은 연습실을 가지고 있어 바쁘고 지친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린비에서 드럼을 맡고 있는 오동석씨는 “대학 시절부터 동아리 활동으로 계속 음악생활을 하다가 군악대까지 활동을 하고, 군제대 이후 재즈아카데미를 다니며, 라이브카페, 실용음악, 드럼레슨 등을 해왔다"면서 "30세까지 하다 보니, 광주에서 음악을 직업으로 갖기 어려울만큼 수입이 넉넉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하고, 현실에 타협하게 됐다”며 “지금은 음악이 직업이 되지는 않았지만, 계속 하지 않으면 나 자신을 잃어버린 듯한 생각이 들어 시간을 쪼개 취미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직 교사로 지내며 그린비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유민섭씨도 “밴드는 통기타 음악과 다르게 밴드 악기가 채워줄 수 있는 부분들이 참 많아 매력적이다”며 “조용하던 분위기에서 밴드 음악으로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에너지는 흥분되고 전율이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직장생활로 하루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음악으로 풀고 쉴 수 있는 공간에서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어 했던 일을 하며 삶의 만족도를 높여가고 있다.

진짜 하고 싶던 일 찾아 삶의 만족도 높여

그룹에서 베이스기타를 맡고, 가장 왕고참인 서정열씨는 “각자의 악기를 연주를 하며 서로가 호흡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을 알게 된다”며 “밴드를 하다보면 서로간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사회생활도 어느 정도 해왔던 직장인들이 모이다 보니 더 ‘쫀뜩쫀뜩’한 음악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약회사를 다니며 키보드를 치는 이우진씨는 “그린비가 오래동안 활동을 했으면 하는 게 첫 번째 바람이다”며 “개인적으로는 음반을 내고 싶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린비가 광주에서 알아주는 팀으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그린비는 모두 직장인들로 이루어졌다. 비록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린비는 진정하고 싶었던 음악을 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정기공연을 통해 아름다운 뮤지션의 길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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