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9]존폐 기로 선 광주역, 새로운 대안 찾아야
[KTX9]존폐 기로 선 광주역, 새로운 대안 찾아야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5.02.25 22: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부 정치권, "저속철 KTX라도 들어서길" 이율배반적
정부, 지자체 광주역 활용 발상 전환으로 나아가야

호남선 KTX 개통을 앞두고 서대전역 경유 문제가 지역간 갈등의 불씨가 되었다. 일단 서대전역 경유는 없던 일로 했다. 그러나 운행횟수가 서대전역 경유 때보다 줄어들어 명분은 찾았지만 실리는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정치권과 지역주민들이 KTX의 광주역 진입과  서대전역 경유 KTX의 문제를 또다시 주장하고 나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들은 서대전역을 경유해 익산역까지 운행하는 KTX를 광주역까지 연장 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지역이기주의 불씨를 당기고 있는 게 아니냐라는 지적이다.

지역이기주의로 다시 끄집어낸 저속철 KTX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광주 북구갑), 이개호(담양·함평·영광·장성), 최규성(김제·완주), 박병석(대전 서구갑), 박범계(대전 서구을), 이상민(대전 유성) 등 6명은 지난 16일 KTX광주역 연장운행을 요청하는 건의문을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서대전역을 경유하는 KTX가 익산까지만 운행함으로써 호남권과 대전·충남권의 단절을 초래하고, 이용객들의 환승불편이 우려된다”며 “광주역을 비롯해 김제·장성역 운행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면 지역경제에도 엄청난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재신 시의원(KTX 광주역 진입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최후의 수단으로 익산까지 운행하는 KTX를 광주역까지 연장운행해 달라는 입장이지만, 기본적으로 광주역으로 KTX가 들어와야 한다"며 "이미 1도시 1거점역에 대해서는 서울, 부산, 대전 등을 보아도 무너진지 오래전이며, 초창기에는 하남 분기점에 신설을 해달라고 건의 했었다"고 말했다.

또 반 의원은 "근본적으로 광주역 문제는 국토부에 있다"며 "광주시가 광주역 문제를 들고 선 순간 예산부분에 있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역사 문제를 거론할 수 없고, 주변 활성화에 대한 이야기들만 나오고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6일 오는 4월 개통 예정인 호남고속철도 KTX를 서대전역을 경유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용산∼공주~익산~정읍~광주송정~목포 KTX운행 횟수는 1일 44회에서 48회(주말 기준)로 4회 늘려 신설 호남고속철도를 운행키로 했다. 용산∼공주~익산~전주~여수로 운행되는 전라선은 18회에서 20회로 총 2회 늘렸다.

대신 서대전·계룡·논산의 이용객을 위해 용산∼서대전을 지나 익산까지 운행하는 KTX를 1일 18회 별도 운행키로 했다. 그러나 익산까지만 운행하게 될 서대전역 경유편을 다시 광주역까지 연장운행해달라고 건의해 그렇게 반대하던 ‘저속철’을 부활하는 듯 한 모양새가 되는 게 아니냐라는 여론이 불고 있다.

이미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주변 상권이 죽어 향후 역세권 쇠락에 따른 광주역 폐쇄만을 막기 위해 정치권이 ‘저속철’ 운행이라도 끄나풀을 잡고 있다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침체된 광주역세권, 활성화시킬 방안 찾아야

이 와중에 광주시는 대전과 함께 호남 KTX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고 밝혀 정치권의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윤장현 시장은 권선택 대전시장을 지난 17일 만나 “서대전과 호남의 연계가 끊어진 것은 양 지역의 교류를 위해 반드시 제고돼야 할 일이다”며 “호남선 KTX본선의 기능을 약화시키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서대전과 호남권의 KTX연계에 공동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상권이 죽은 광주역 주변은 재부활의 희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다른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KTX광주역 진입이 이루어지더라도 상권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광주역은 지난 1922년 7월 1일 대인동에서 출발했다. 1968년 7월 25일 현 위치인 북구 중흥동으로 이전했다. 부지면적은 198,031㎡으로 2015년 02월 기준 KTX 20편, 새마을 6편, 무궁화 16편이 운행 중이다.

광주역은 1970년대 중흥동 시대를 열고, 전성기를 맞이했지만 항공기와 자동차 이용객 증가, 교통수단 발달로 인해 기차를 이용하는 이용객이 크게 줄어들었다.  광주역 주변 공동화 현상으로 인해 상권마저 침체를 빚었다.

더욱이 광주역 주변은 상권 활성화를 부추길만한 지리적 요소를 갖추지 못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다. 주변 건물이 상업시설보다는 대부분 대형 사무용 빌딩이 많고 광주역 정면이 6차로 방사형의 도로망 체계로 인해 사람들의 도보 통행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파리 오르세역미술관 같은 대안 필요해

이런 상황에 처한 광주역은 다른 대안을 찾는게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굳이 KTX 광주역 진입이라는 비효율적인 방안보다는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향후 역으로서 역할보다는 도시재생 차원에서 커다란 광주역 부지를 새롭게 활용하는 편이 낫다는 제안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흥동에 거주하고 있는 정동철씨는 “광주역은 이미 예전의 모습과는 다르다”며 “기차가 많이 다니지 않고, 이용객 수가 타 역보다 현저히 떨어진다면, 면적만 커다랗게 차지하고 있는 광주역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게 잘사는 북구를 위해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사례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는 많이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곳으로는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미술관이다.

파리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는 오르세 미술관은 1804년 회계 감사원과 프랑스 최고 행정 재판소였다. 1871년에 큰 화재가 있은 후, 도심 속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가 1900년에 이르러 오르세 기차역과 호텔로 재생되었다. 

화려한 모습으로 변신한 오르세 역은 도심의 네트워크이자 여행객들의 파티•행사 장소로 다양하게 이용됐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로 기차는 점차 몸집이 커졌고 기차를 운행할 수 없게 됐다. 1939년 기차역이 운행을 중단하고 1973년 호텔마저 문을 닫았다.

그래서 오르세 역은 영화 촬영장소 등으로 이용되다가 미술관으로 다시 한번 변신을 거듭한다. 폐쇄 상태였던 오르세역을 미술관으로 개조하자고 제안한 이는 프랑스 정부 소속 박물관국이었다. 공무원의 문화예술 센스가 돋보인 장면이다.

1979년 이탈리 건축가인 아울렌티의 의해 개조 공사가 시작되어 1986년 12월 1일 오늘날의 오르세미술관이 탄생되어 프랑스 3대 미술관의 하나가 되었다.

푸른길 공원, 연장선 ‘광주역’까지 이어져야

김정희 지역문화교류재단 운영위원장은 "광주역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근시안적인 광주역진입 문제에 매달릴 게 아니라 다른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다른 관점에서 상권공동화를 막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확장의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광주 도심을 관통했던 폐선 부지의 활용 방안으로 시민들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서 녹색띠로 연결하는 푸른길 공원이 탄생했다. 그러나 푸른길은 광주역에서 끊긴 상태다. 

지난해 푸른길 심층취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현재 푸른길은 효천역 방향으로 남아있는 유보공간에 대한 완성보다 광주역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조동범 전남대 교수는 “푸른길의 완성이 남아있는 유보공간의 완성이 아니다”며 “사실 효천역 부분보다 푸른길의 시작점인 광주역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역 끝자락에 남아있는 폐선부지는 또다른 공원 가능성이 있어 잘 활용한다면 현재 푸른길의 접근성이 높아져 외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찾기 쉽고, 더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주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고 있는 푸른길과 연계하고 광주역 청사 등을 박물관이나 미술관, 문화센터, 수영장 등 다른 방안을 함께 고민해본다면 분명 대답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역에 KTX 진입만을 주장하기보다는 존폐 기로에 놓여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전에 하루빨리 활용방안 수립 및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