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도 광주에 문화 콘텐츠를 담을 수 있는 거대한 규모의 전당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4년부터 국책사업으로 시작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핵심시설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과연 지역문화예술계에 어떠한 영향력을 끼칠까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창간 14주년을 맞이한 <시민의소리>는 연극, 노래, 미술 각 분야의 문화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들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문화로 ‘밥’먹고 사는 광주 되길
장현우 담양국제예술창작촌 총괄감독
▲현재 광주지역 문화현장에서 어떠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90년대 문화예술회관의 야외무대에 열린 공연을 기획했었습니다. 그리고 매년마다 문화전시 기획을 해왔습니다. 북경창작센터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했고, 모 아파트 1층의 공간을 미술복합공간으로 꾸리기는 등 아이디어는 잘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국제적인 문화행사를 하고 있는 광주는 미술 분야가 특별하게 특화되어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미술시장은 예술가와 화랑간의 연결구조에 문제점이 있어왔습니다. 바로 불공정 판매 등 덤핑판매로 유통구조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 중 광주가 특히 민감하고 심합니다. 이러한 미술유통구조를 건전하게 만들고, 새로운 미술시장을 구축해 새로운 해외자본이 투입될 만할 인프라를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광주시에 바라는 문화정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광주는 정말로 ‘문화’로 밥을 먹는 도시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하나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광주는 미술로 특화되어야 하는데 광주시 문화정책 수립단계에서나 아문단 측에는 미술과 관련해서 진정한 전문가가 없는 것 같습니다.
70~80년대 현대미술의 1번지는 소호거리였다면 80년이 넘어서 영국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2000년에 들어서 미술시장의 자본은 중국 베이징으로 집중되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의 미술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현재 서서히 자본이 빠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아직까지 미개척 시장인데 왜 현대미술의 1번지가 될 수 없을까요. 한국에서도 비엔날레 등으로 미술이 특화되어 있는 광주에 왜 자본을 끌어들이지 못할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이 지역에는 대규모 작업장에서 30명 이상의 작가들이 입주해 작업을 할 수 있는 집단 예술촌이 없기 때문입니다. 미술시장에 해외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선 광주에 예술창작촌을 만들어야 합니다.
▲오는 9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을 앞뒀다. 앞으로 전당 개관 이후 지역 문화예술계의 동향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바라보시는지요.
-이번 아시아문화개발원 사태를 지켜보면서 오는 9월 개관이 제대로 치르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개관 행사계획도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현재 개관 이후 수익성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기초적인 콘텐츠도 없다고 봅니다. 더군다나 지역 인력에 대한 문제점도 아직도 크게 남아있습니다. 아문단이 지역문화계와 소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번 개발원 사태에서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전당이 개관을 하더라도 그동안 지역문화계와 소통의 부재에 따른 후유증이 예상되고, 우려되는 점입니다.
24시간 버스킹 가능한 세이프존 필요
▲현재 광주지역 문화현장에서 어떠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저희는 쉽게 노래를 하는 인디밴드입니다. 길거리 공연을 통해 지역에서 활동을 하면서 대중들과 ‘노래’로 소통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고 봅니다. 버스킹을 하면 아는 사람들이 오는 것이 아니라 그냥 거리에 지나가는 평범한 시민들이 공연을 봐주시기 때문에 저희는 시민들과 ‘연결고리’라고 할 수 있죠.
현재 우물안 개구리는 장소에 국한되지 않고 곳곳에서 7년째 활동 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른 밴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풍부한 공연 경력으로 크고 작은 행사로 무대에 섰던 경험이 많은 점입니다.
저희의 타 지역에서 공연을 하면 보시는 분들도 ‘아~ 광주의 느낌이난다’라고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다른 지역에 가서 공연을 해도 우리 지역적인 느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자랑입니다.
▲광주시에 바라는 문화정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시에서 주최하는 큰 행사들에서 캐스팅은 메이저만 부르는 것 같습니다. 큰 행사나 좋은 기회가 있으면 늘 인디음악 쪽은 배제하고 가는 것 같습니다. 결국 그런 좋은 기회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이러한 것을 건의하는 자리도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공모를 통해 공연팀을 모집하는 것도 국악이나 클래식음악 쪽으로는 섭외를 잘 하지만 인디장르는 관심을 갖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혜택을 받고 있는 이들만 정보를 알고, 어느 정도 주목받고 성장한 사람들을 뽑아 시가 기획하는 행사에서 이들을 데리고 편안한 방법으로 좋은 성과물을 내고자 하는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인디밴드 이쪽은 관심 있게 자세하게 들여다보지 않고 있습니다. 광주에서는 버스킹을 하더라도 시끄럽다고 하면서 쫓아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홍대처럼 공연이 활성화된 광주가 되려면 시에서 세이프존이나 안전지대를 만들어 주고 앞으로 문화전당도 개관을 하는데 넓은 전당 공원부지에 24시간 버스킹존을 꾸리게 되면 늘 공연이 넘치는 지역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랫동안 전당이 완공되기를 지켜보면서 개관이 되면 분명히 지역이 좋아질 것 같습니다. 특히 그동안 광주에는 공연을 할 큼지막한 무대가 없었는데 월드뮤직페스티벌도 이곳에서 하면서 신나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러나 과연 지역 예술인들이 얼마나 이곳에서 공연을 할 수 있게 될 것인가 의문이 듭니다. 시설도 광주만이 쓰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또 다시 기득권 싸움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당을 대관하는 절차에 있어 투명하고 공정성 있게 해야 하는데 어쨌든 어마어마한 자본을 투입해 만들어낸 전당이기 때문에 매년 수익을 내야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막무가내로 자리와 기회를 주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1년에 하루 정도는 1달에 하루 정도는 문화전당에서 지역 뮤지션만 공연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져야 된다고 봅니다. 문화기획자들은 소식통이 빠르기 때문에 매한가지 늘 하시던 분들이 계속 기회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음악’은 대중들이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에 밴드 공연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젊은 예술인으로 세대교체 되어야
극단 연병 김용호 대표
▲현재 광주지역 문화현장에서 어떠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극단을 꾸리면서 누구나 좋아하는 로맨틱코미디를 도맡아서 연극 연출하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광주뿐만 아니라 다 그렇겠지만 시민들은 다양한 장르의 연극을 접할 수 있는 기회들이 없었던 것을 지켜봐왔습니다.
보통 대중들은 로맨틱코미디를 보는 것이 연극을 보는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젊으니까 대중성을 배제하더라도 예술성 있는 작품을 누군가는 찾지 않을까 싶어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조금이라도 변화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게 몇 명의 관객의 인식이 조금이라도 바뀐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라는 생각이 들것 같습니다. 솔직히 처음 시작하기 전에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연출을 하기에 너무 어린 나이라고들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인데 안하는 것들이 보였습니다.
▲광주시에 바라는 문화정책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솔직히 광주에 기대감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광주에는 비엔날레, 아시아문화전당 등 대규모의 기반들이 있는데 과연 광주 지역 예술인들이 얼마나 채용될까 생각도 듭니다. 광주에 있는 지역 예술 인재를 활용해야하는데 지역 인재는 쓰려고 하지 않고, 유명한 사람을 외부에서 데리고 와 이미지를 알리는데 치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극 분야에서는 관객들은 티켓 값이 저렴했으면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창작자 입장에서는 티켓 값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고, 광주에서는 만석이 되는 것이 더욱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여전히 광주는 원로 예술인들이 장악하고 있어서 젊은 예술인들은 커나갈 수 없는 환경에 있습니다. 그래서 젊은 예술인들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경력이 짧다는 이유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서울로 가버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오는 9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을 앞뒀다. 앞으로 전당 개관 이후 지역 문화예술계의 동향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바라보시는지요.
-일단 문화전당이 광주 것이 아니고 나라에서 관리하는 것부터 우선 부끄러운 일이라고 봅니다. 문화수도라고 하지만 거대한 전당을 감당할만할 거대한 문화조직이 광주에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우선 예술극장이 생겼다는 자체로는 공연계에서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러나 대규모 극장의 규모에 걸맞은 작품들과 수준 높은 팀들로 채워 넣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과연 광주 지역 예술인들에게 얼마나 기회가 갈까 생각이 듭니다. 과연 얼마나 광주 지역의 연극인들이 그 무대를 사용할 수 있을까 염려됩니다.
예술 감독을 시작해서 스탭진을 꾸리는데 서울 인력들을 데리고 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당은 내노라하는 작품성 있는 공연을 할 것인데 차라리 문화시설은 대기업들이 관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문화시설을 공문원들이 관리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