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 홍보보다는 교류로...
전통문화 홍보보다는 교류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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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제헌절 하루 동안 광주에 사는 캐나다, 네팔, 인도, 파키스탄, 호주, 베트남, 미국 등 '다국적' 외국인과 한국인 자원봉사단이 전통문화체험을 함께 하며 '교류'했다.

(사)광주국제교류센터가 북구청의 지원을 받아 마련한 외국인 전통문화체험에 참가하기 위해 외국인들과 한국인 자원봉사단이 함께 제헌절 아침 관광버스에 오른 것.
시내를 벗어난 버스는 이내 사적141호로 등록되어 있는 충효동 도요지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체험단은 무등산 분청사기 전시실에 들어갔다. 한국인 자원봉사단원이 유창한 영어솜씨를 뽐내며 고려말 상감청자와 조선초 분청사기에 대해 외국인들에게 열심히 설명했다.

광주국제교류센터 외국인 광주문화체험

전시실을 나온 이들은 광주시지정기념물1호 환벽당과 사적304호 소쇄원에도 들러 이 지역 전통문화재를 돌아보았다. 외국인들과 한국인 자원봉사단들은 소쇄원에서 끼리끼리 모여 살갗을 사르르 간지르는 산바람을 쐐며 담소를 나눴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이재의 광주국제교류센터 이사는 "이런 게 바로 광주를 변화시키는 힘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힘'은 "외부와 문화적인 접촉을 통해 열린 사회로 나아가고 이를 계기로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경쟁력"이다. 사실 광주를 아는 외국인은 드물다. 그러나 이 이사는 한가지 소중한 체험을 들려준다. 우리 나라가 IMF구제금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광주에서 학원강사를 하다 미국으로 돌아간 한 외국인이 자기가 사는 텍사스 주를 돌며 '한국을 돕자'는 운동을 펼쳤다는 기사가 현지 신문에 실렸다는 것이다.

광주국제교류센터가 하는 일은 단지 외국인에게 우리 문화를 알리고 그들을 돕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베푸는'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외국인들로부터 '얻어내기도' 한다. 이것이 교류센터 간사 김수아씨(26)가 힘주어 말하는 진짜 '교류'의 의미다. 이날 문화답사에 함께 한 자원봉사단이 안내담당 2, 3명에 그치지 않고 12명이나 참가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베푸는 것만 아니라 얻어내기도 한다

그들은 외국인들을 위한 안내나 통역만 하러 온 것이 아니라 함께 '교류'하러 왔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행사에 참가하는 외국인들도 공짜를 기대하면 안된다. 김수아씨는 외국인들에게도 꼬박꼬박 참가비를 걷는다. 그래야 어느 정도 책임 있게 행사에 참가할 수 있기 때문. 김수아씨는 평소에도 한국인 자원봉사단을 꾸릴 때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고 외국인들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배려한다.

'교류'를 위한 노력은 외국인들도 못지 않다. 답사 내내 자원봉사단의 설명을 열심히 받아 적고 안내판 내용까지 그대로 종이에 옮기는 이가 있었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그는 미국인 학원강사 존 그린씨. 그가 '받아쓰기'를 그토록 열심히 하는 까닭은 "한국문화를 피상적으로 보지 않고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한국문화는 굉장히 독특하고 훌륭한데 외국인들이 잘 모르고 있어 내가 직접 알려주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교류'의 참뜻이 배어나고 있었다.

한국문화 피상적인 이해보다 정확한 인식을

이날 문화체험은 북구청이 광주에 사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처음 시도한 일이었다. 북구청은 이미 광주에 사는 외국인 7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으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외국인교류사업을 꾸준히 펼칠 계획이다. 오는 28일 전통공예문화학교 체험과 8월중 평촌도예방 도자기 체험 등이 잡혀 있다. 또 앞으로 대학 영어회화 동아리와 공무원 등을 중심으로 자원봉사단을 더욱 늘릴 계획도 있다.

/조원종 기자는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재학중인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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