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에 펼쳐지는 6070시절의 회한들
@[국제시장]에 펼쳐지는 6070시절의 회한들
  • 김영주
  • 승인 2015.01.08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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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오월 광주의 깊은 상처에 울분과 우울을 견디기 힘든 시절에, 우연히 사직공원의 높다란 전망대에 올라서서 광주 시가지를 내려다보았다. “60시절과 70시절, 광주는 하나도 변한 게 없구나!” ‘서글픈 광주’를 한탄했다. 난 사직공원을 가운데에 두고 양림동 쪽에서 30년을 살고 백운동 쪽에서 30년을 살면서, 이제 환갑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 광주 시가지의 풍경이 80시절 노래방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그 뒤를 따라 핸드폰과 자동차와 함께 그야말로 격변에 격변을 거듭해 갔다. 아직도 그 때 그 시절 광주 시가지의 골목골목들 풍경과 풍물들이 눈앞에 빠삭하게 밟혀오지만, 지금은 그 어느 구석을 찾아보아도 그 때 그 시절의 모습을 찾기 어렵다. 그렇게 잃어버린 풍경들을 쉽게 찾을 수 없어서인지, 요즘엔 그 초라했지만 정겨웠던 광주의 모습이 너무나 그립다. 그 그리움에 60시절과 70시절의 풍물을 만나면 맘이 울컥해지고 때론 눈물이 핑 돈다. 그 슬픈 페이소스를 달래려고, ‘영상실록50년’이나 교육방송의 ‘일요 한국영화 특선'을 틈틈이 찾는다.



[국제시장], 예고편에서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로 들려오던 ‘바람찬 흥남부두’ 그리고 ‘파독광부와 파독간호사’이나 ‘베트남 전쟁과 중동건설’을 소재로, 그 때 그 시절들의 풍물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그 잠깐 잠깐 스쳐지나가는 풍물들에 저절로 홀려들었다. 그 풍물들이 80시절부터 화악 바뀌어 버렸기 때문에, 90시절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은 이 영화에 별로 흥취하지 못할 게다. 단지 할머니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그 상처들의 흉터자국을 어쩌다 우연히 만난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그 흉터자국에 서려있는 몇몇 회상과 푸념에 인간적인 동정심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1945년 해방둥이 세대이다. 한겨레 토요신문에 해방둥이 두 사람의 인생이 세 면에 걸쳐서 펼쳐졌다. 60세대인 우리는 그나마 자기 개인의 꿈을 키울 틈새가 있었다. 그러나 1920년 세대부터 1945년 해방둥이 세대까지는, 오로지 ‘자기와 가족의 생존’ 밖에 없었다. 우리 집도 그랬다. 이 영화 주인공보다도 훨씬 더 못한 생활수준이었지만, 작은 누나가 그나마 조금 똘똘해서 입에 겨우 풀칠이라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이 영화에 서너 번을 울먹였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보았다 찾아보았다 금순아 어데로 가고 길을 잃고 헤매이느냐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이후 나 홀로 왔다.” 그리고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생달만 외로웠다.

<예고편>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VideoView.do?movieId=76872&videoId=46304&t__nil_VideoList=thumbnail

이 영화가 ‘박정희 독재’를 미화한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윤제균 감독은 “어려웠던 그 시절 당신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평생을 살아온 아버지를 바라보며 늘 죄송한 마음이었다. 그 고마움을 전하고자 만든 영화다.”고 답하며 정치적인 해석을 불편해 했다. 그러나 그 어떤 작품이든 그 작가의 관점과 강조점이 있기 마련이고, 그걸 정치적으로 왈가왈부하는 건 나쁜 게 아니다. “길가에 돌맹이도, 인간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정치적이다.”며, 난 인간 세상의 모든 게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 보수가 항상 좋은 게 아니라 나쁘기도 하며, 진보가 항상 나쁜 게 아니라 좋기도 하며, 그 좋은 점과 나쁜 점이 항상 함께 어우러져 있다. 그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을 어떤 관점으로 어떻게 잘 그려내는가가 중요하고, 그걸 잘 그려낸다는 게 아주 어렵다. 가령 이 영화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과 부부싸움을 하다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장면을, 어떤 관점으로 해석할 것인지에 관해 논쟁이 있을 수 있다. 그 옳고 그름 또는 좋고 나쁨은, 하루아침에 몇몇의 사람으로 결정나는 게 아니다. 그러니 그런 논쟁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더 좋다. 그 논쟁의 수준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준에 달려있다.
 


그의 작품은 예술성이 깊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현실 생활을 생생하게 잘 포착해서 그려내기 때문에 영화에 아기자기한 재미가 많다. 이 영화도 그의 그런 재능이 없었다면 아마 ‘아버지 세대의 고지식한 훈계’를 반복하는 잔소리에 그치고 말았을 게다. 1000만 관객을 이끌어낼 만한 영화라고 하기엔 딱하지만, 40대 이상의 사람들에게 자기 인생을 되돌아보며 힐링하는 영화이고, 세대 간에 패인 골짜기를 메울 의미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영화는 ‘박정희 시대’의 어둠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 때 그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들이 오로지 생존만을 향한 눈물겨운 피와 땀을 주로 강조하고 있기에, 그게 ‘박정희 독재’를 미화하는 걸로 보인다. 그러나 ‘남진과 나훈아’ 이야기로, ‘박정희 독재’가 낳은 최대의 악폐인 ‘전라도 차별’에 조금이라도 반성하는 낌새가 있어서 그나마 고마웠다. 그의 작품을 되돌아보면,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낭만자객] [1번가의 기적] [해운대]에서, [1번가의 기적]은 진보냄새가 조금 나지만 나머진 오락영화이다. 오락영화라고 하더라도 허접하지 않고 생활의 현장감이 생생하고 아기자기한 맛을 잘 우려낸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도 마침내 1000만 관객을 넘어서게 되었으리라. * 대중재미 B+(내 재미 A0), * 영화기술 B+, * 감독의 관점 : 보수파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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