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핀 꽃송이 지키는 사회 연대망 필요해
못다 핀 꽃송이 지키는 사회 연대망 필요해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01.08 0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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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청소년 자살 위험률 전국 평균 비해 높아
청소년이 받는 스트레스 해소할 수 있는 노력해야
통합적이고 전문적인 지역사회 협력체계망 구축 필요

▲위 사진은 본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지난 9월 코리안드림을 꿈꾸었던 25살의 고려인이 광주에 들어온 지 5개월만에 투신 자살했다. 이에 앞서 7월에는 수능을 앞둔 여고생이 수능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더욱이 3월에 중학생이 부모의 장애와 어려운 가정 환경을 고민하다 역시 자살하는 등 이무렵 한달여 사이에 4명의 중고생이 잇따라 자살해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렇게 자살하는 청소년들 대부분은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과 학교 폭력, 왕따, 학업 스트레스  등과 함께 가정의 어려움 등이 겹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있다.

지난해 4월 자살한 중학생에 대한 수사를 벌여온 남부경찰서는 해당 학교와 1학년 때 담임 교사에게 과태료를 부과했는데 이는 이 학생이 일부 학생의 성추행으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었고 학교 측이 그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위반된다는 것이었다.

꽃다운 청춘에 이르지도 못한 청소년이 자살한 이후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들만이 가지는 고민 무게 느껴야

누군가 ‘자살할 용기로 세상을 산다면 반드시 성공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도 물론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할 정도로 견디기 힘든 사정이 이 어린 친구들에게 있었다는 것은 분명 슬픈 일이다.

우리나라는 불명예스럽게도 OECD국가 중 압도적인 자살률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37분에 1명꼴로 자살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접한 적이 있다. 이 문제는 꼭 성인에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청소년들에게도 그들만의 다양하고 심각한 고민이 있다. 결국 이 무게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006년부터 2012년 7월까지 청소년 자살에 대한 원인을 분석한 결과가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가정불화(35.4%)’였다. 뒤를 이어 ‘비관 및 우울(16.9%)’, ‘폭력 및 집단 괴롭힘(15%)’, ‘성적비관(11.6%)’, ‘신체결함 및 질병(2.6%)’ 순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원인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감 때문에 극단적인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광주는 청소년 자살 위험률이 전국 평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매년 실시하는 ‘제10차(2014년)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 통계’를 살펴봤다. 이번 조사는 전국 799개 학교, 7만2,060명의 학생이 조사에 응했다. 광주에서는 31개 학교, 3,07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청소년 자살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스트레스 인지율, 우울감 경험률, 자살 생각률, 자살 계획률에 대해 전국 평균과 광주를 비교했다. 결과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다.

광주, 청소년 정신건강 위험도 높아

먼저 2014년도 전국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37%였고, 광주는 그보다 1.9%p 높은 38.9%였다. 우울감 경험률은 전국 평균 26.7%, 광주 26.8%였다.
또한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전국 13.1%, 광주는 14.3%의 학생이 그렇다고 답했다. 자살을 실행하기 위해 계획을 세워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전국 4.4%, 광주 5.2%의 학생이 그렇다고 작성했다.

청소년 건강행태온라인조사가 처음 시행된 2005년부터 지금까지 광주는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부분에 있어 위험도가 거의 대부분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체계적인 원인 분석을 통한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시나 교육청, 학교 내에서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김택호 조선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 자살이 발생하는 원인을 살펴본 다음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학교나 교육청 당국에서는 청소년들이 학교현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심각성을 알아보고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가 제안한 대안으로는 유연하게 아이들을 받아줄 수 있는 대안교육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과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고민이 생겼을 때 혼자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들어, 마음 맞는 친구나 선생님과의 관계를 통해 위기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학교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족붕괴가 이뤄지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가정 내 환경이 청소년 자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때문에 학교 안에서의 생활만 볼 것이 아니라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세심한 관심을 가지고, 상담교사와의 협조를 통해 우울증에 빠지지 않고 자살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사회 중심 전문적 협력체계 갖춰야

한편 지난 2013년 2월에 광주발전연구원의 김기곤 박사는 ‘청소년 자살 예방 및 대처를 위한 지역사회 협력 체계 구축 방안’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김 박사는 “청소년들의 자살 예방 및 대처는 건강한 지역공동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구조적인 틀에서 협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개인, 학부모, 학교, 시민사회, 전문기관, 지방정부 등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예방 및 대처 활동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김 박사가 제안한 협력적 네트워크 구축 방안으로 먼저, 광주지역 청소년 우울감과 자살률 감소, 청소년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 개선, 예방 및 대처, 사후 관리 등에 이르는 통합적이고 전문적인 지역사회 협력체계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또한 특정 기관 중심의 예방책보다는 가정, 학교, 지역사회,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연계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지역사회 청소년통합지원체계(CYS-Net)와 청소년 자살 방지 NGO 등의 설립을 통한 청소년 생명존중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김 박사는 앞으로 청소년 자살은 국가주도형 정신건강 증진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건강도시 기반 구축 측면에서 지역사회 차원의 예방 및 대처사업을 발굴해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광주는 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아직 청소년 자살 문제와 관련해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이 많다는 점은 맞다. 하지만 전혀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다.
윤진상 광주자살예방센터장(전남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마음 아픈 아이들은 아프다고 말도 못하고, 그 고통을 홀로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다”며 “아이들이 가진 문제를 보려하지 않고 단지 문제아라고 단정지어버린다”고 아이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현 실태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어른들은 아이들의 문제가 드러나는 순간 어떤 벌칙을 줄지를 먼저 생각한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마음껏 아프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세상으로부터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때 비로소 자신의 꿈을 찾아 살아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아이들과의 소통이 청소년 자살을 예방하는데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광주자살예방센터, "벼랑에서 끌어올린다"

이승현 광주자살예방센터 사례관리팀원에 따르면, 이곳은 자살예방과 관련해 ‘구급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자살 위험군인 학생이나, 자살을 시도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병원치료 연계를 중점적으로, 위급한 상황을 넘기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 다음 Wee클래스(학교 단위에 설치되어 학교폭력, 학생 자살 등 위기 학생에 대한 진단 및 대처 임무 수행)나 Wee센터, 정신건강센터 등에서 후속관리에 들어간다.

한 가지 실례를 간단하게 재구성해봤다.
"○○년 말경, 어린 남학생 한 명이 비틀비틀 아파트 옥상 위로 올라간다. 어떻게 구해서 마셨는지, 술 냄새가 풍긴다. 이 학생은 중학교 3학년이다. 집에서는 엄마와의 갈등이 극에 달해있고, 학교에 대한 불만도 무척 크다. 아파트 옥상 꼭대기로 올라갔지만, 막상 뛰어내리기엔 너무 겁이 났다. 결국 스스로 119에 신고해 구조대원을 통해 구출됐다. 응급실로 후송됐고, 이 때문에 학교에서도 이 사실을 알게 됐다. 학교는 자살예방센터에 이 학생을 인계해 치료를 부탁했다. 상담을 통해 친밀감이 높아졌지만, 이 아이의 마음에 난 상처는 쉽게 아물기 힘들었다. 결국 또 한 번 연탄불을 피워 자살을 시도하려는 준비를 하기도 했다.
병원에 입원해 한 달간 집중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통해 엄마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생겼고, 퇴원 이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자살 위험군 학생들을 벼랑에서 끌어올리는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예방하지 못하고 아직 피지도 못한 꽃송이들이 꺾어지는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저려온다.
학생, 가정, 학교, 교육청, 시 당국이 협력해 불미스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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