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공동체,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
마을 공동체,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4.12.31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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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의원,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 여건 마련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아이 교육 초점 맞춰야

갈수록 개인화 되어가는 세상 속에서 ‘공유’와 ‘공동체’라는 단어가 지니는 의미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민족의 정서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전국적으로 마을 만들기 사업이라는 바람이 불었다. 주로 마을의 노후한 시설을 보수하거나, 마을 곳곳에 벽화를 그려 넣기도 하고, 공공미술적 성격을 가진 예술품을 설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급하게 분 바람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단순히 1회성 사업에 그치거나, 마을 주민들의 참여가 없는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보수를 하지 않아 녹슨 그네와 그 옆에 떨어져 있는 담배 꽁초들, 그리고 지워졌거나 흔적만 남은 벽화를 조명했다.

광주시는 윤장현 시장이 취임하면서 단순히 시설을 개보수하는 등 1회성 사업이 진행됐던 종래의 마을 만들기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했다. 그래서 20여개 부서가 각기 다른 사업을 담당했던 칸막이 행정을 벗어나, 참여혁신단이 각 실·국의 모든 사업들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지난 16일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위원회’에서 제출한 바 있다.

이날 마을 만들기 사업 담당 주무관은 “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이웃 간 관계를 개선해 마을공동체를 돈독히 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었다.

▲김태진 서구의회 의원
이러한 ‘마을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기초의원이 있어 서구의회를 찾았다.

김태진(무소속) 서구의회 의원은 강아지똥 장난감 도서관 관장, 꿈꾸는 자작나무 가족카페 협동조합 운영위원장, 동천마을 휴먼시아3단지 도서관 운영위원장 등 마을공동체를 지향하는 3곳의 공유공간을 이끌고 있다.

의원실에 들어갔을 때도 김 의원은 바쁘게 뭔가를 하고 있었다. 연말이라서 정리해야 할 서류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심지어 대화 중에도 수차례 전화벨이 울렸다. 자리에 앉아 이 도서관 및 카페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주변 모든 것 소중하다고 느끼는 아이

먼저 강아지똥 장난감 도서관은 2010년에 개관했다. 김 의원은 “쉽게 말해서 장난감을 대여해주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장난감 구입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아이들 마음읽기’나 ‘엄마들 취미모임’등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회원제로 운영되며, 1년에 4만원이라는 최소한의 가입비를 내면 아이들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빌려갈 수 있다. 하지만 어째서 많은 이들이 ‘더럽다’고 생각하는 ‘똥’이라는 단어를 도서관의 이름에 가져다 붙였을까? 라는 의문점이 생긴다.
이는 ‘강아지똥’이라는 동화책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동화의 내용을 아주 간략하게 줄이자면, 강아지똥은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쓸모없다고 비웃자 무척 슬펐다. 하지만 땅 속에 스며들어 영양분을 제공해 예쁜 민들레로 다시 태어났다. 즉, 우리의 아이들이 주변에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소중하다고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주민들이 지은 이름이다.

꿈꾸는 자작나무 가족카페는 교육문화카페를 지향한다. 마을기업으로 오픈했으며 마을행사가 있을 경우 카페를 통째로 대여해준다. 가족들이 모이면 층간소음 등 몇 가지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가족모임이나 마을행사가 있을 경우 저렴하게 대여할 수 있다. 카페에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 외에도 교육실, 책방, 다락방 등이 있다.
자작나무는 피톤치드를 발생하는 건강나무 또는 웰빙나무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래서 ‘꿈꾸는 자작나무’는 아이들이 건강한 꿈을 꾸며 컸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천동 휴먼시아3단지 작은 도서관은 ‘Do-it(두잇) 공동체’라는 이름이 있다.
동천동에는 원래 도서관으로 쓰이던 건물이 있었다. 공간은 시설 면에서 좋았지만, 도서관으로서 활성화는 되지 않았다. 결국 체육시설로 그 용도가 변경됐다. 그래서 동천동 주민들은 ‘이제 제대로 해보자!’며 ‘할 수 있다’는 의미인 Do-it 공동체를 만들고, 새롭게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다. 아파트 관리동 2층에 놀고 있는 아주 비좁은 공간을 활용했으며, 지난 3월 ‘마을 아이디어 컨퍼런스’ 사업에 선정돼 천만 원을 지원받아 개관했다.

한 아이 키우는데 하나의 마을 필요해

세 곳 모두 지향하는 슬로건은 같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하나의 마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운영이 지역 주민이면서 자원봉사자인 주부들이 주체가 돼서 진행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004년 ‘사랑의 몰래산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극단화되고 있긴 하지만, 남에게 베풀 줄 아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지역주민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며 “공동체를 어떻게 끄집어 낼 것인가가 중요하며, 마을활동가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그리고 “시에서 진행하는 마을 공동체 사업은 일회성·휘발성인 경우가 많다”며 “행사만 하고 끝날 것이 아니라 지원비가 종자돈이 돼서 지속가능한 사업, 사람을 키우는 사업의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자신이 맡고 있는 마을 공동체 사업에 대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경쟁보다는 협력과 배려의 정신을 아이들이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눈앞의 단순한 ‘이익’보다는 ‘협동’, ‘연대’, ‘나누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볼 줄 아는 눈을 회원들이 갖추고 실천할 수 있는 선순환이 이뤄졌으면 한다”며 “이런 공동체가 씨앗이 돼서 아파트의 빈 공간 등을 활용한 마을의 공유공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덧붙여 “스스로 운영될 수 있는 자립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며 “풀뿌리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후원모임을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강아지똥 장난감 도서관에는 천개가 넘는 장난감과 책이 함께 어울려 있었다.
주민들 편하게 이용하는 문화 쉼터 희망

대화를 마치고, 김 의원이 이끌고 있는 3곳을 둘러보기 위해 동천동을 찾았다.
먼저 강아지똥 장난감 도서관을 찾았다. 천개가 넘는 장난감들이 진열돼 있었고, 한 쪽에는 책방이 위치하고 있다. 화요일 이른 오후라서 그런지 도서관을 찾는 사람은 없었다.

유미정 자원봉사자는 “단순히 장난감을 빌려주고 ‘땡’이 아니라 마을아이들을 더불어 같이 키우자는 의도가 있다”며 “자원봉사 하는 선생님들이 더 전문적인 역량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고 밝혔다. 덧붙여 평일엔 사람이 별로 없고 주말에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꿈꾸는 자작나무 가족카페는 카페공간 외에도 다락방, 교육실, 책방이 운영되고 있다.
꿈꾸는 자작나무 가족카페는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있지만, 이 밖에 책을 읽을 수 있는 책방,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다락방,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는 교육실이 함께 모여 있다.
냅킨, 리본, 펠트 만들기 등을 담당하는 자원봉사자 배복희 주부는 “오전에는 주로 엄마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재능기부로 진행되기 때문에 수강료는 없고 재료비만 별도로 받는다”며 “‘역사야 놀자’나 ‘우쿨렐레’ 등 아이들 수업도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요즘엔 ‘미술로 보는 마음알기’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라고 한다. 그림그리기를 통해서 심리치료를 받는 것이다. 부부사이에 갈등을 겪고 있거나,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배복희 주부는 “주민들이 편안히 왔다 가시는 쉼터, 문화와 함께 하는 주민들의 쉼터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동천마을 휴먼시아3단지 도서관에서 5~10세를 대상으로 하는 수학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동천마을 휴먼시아3단지 도서관의 Do-it공동체를 찾았다.
처음 이곳을 들어섰을 때, 정말 작은 규모의 공간을 보고 당황했다. 하지만 한쪽 테이블에선 5명의 아이가 앉아 수학수업을 받고 있었고, 또 다른 탁자에선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수학을 가르치고 있던 김혜옥 자원봉사자는 “사진 찍는다고 하니까 아이들이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한다. 더 찍으셔야 될 것 같다”고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윤혜란 자원봉사자는 “엄마들은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보다, 리본공예 등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배우는 수업을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수요일은 광주에서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체험학습을 진행하는데 주민들의 반응이 뜨겁다”며 “다른 도서관에서 벤치마킹하러 오는데 우리의 열악한 환경을 보고 자신감을 얻고 가더라”고 말했다.

김태진 의원은 “아이들이 나중에 실력 있는 사람이 되더라도 자신의 부나 재능을 ‘무엇을 위해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어렸을 때부터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대한) 교육해야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나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아이와 엄마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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