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23) 박소영 싱어송라이터
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23) 박소영 싱어송라이터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4.12.30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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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음악하며 버티는 것은 힘든 일
음악과 음식이 함께하는 관광프로그램 필요
예술인 작업여건에 관심 가져주었으면
더불어 사는 광주, 참여하는 자치도시를 지향하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시민의 소리>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100명의 시민에게 릴레이로 ‘시민의 소리’를 듣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광주의 발전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과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본다. /편집자 주

1년이란 시간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갈수록 짧아진다는 기분이 든다. 한 살 두 살 먹어갈수록 시간 가는 속도가 시속 1Km, 2Km 늘어난다는 말이 정말인가 싶기도 하다. 2015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2014년의 끝자락에 박소영 싱어송라이터를 만났다.
그녀는 광주지역의 예술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현재, 자신을 포함한 음악인들이 엎고 가는 어려운 상황들을 언급했다.
또한 광주 음악 예술의 발전을 위해 지원이 필요하며, 전남권의 음식과 음악을 융합한 새로운 관광 패키지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말했다.
이번 100명과의 대화 스물세 번째 순서는 박소영 싱어송라이터의 이야기다.

   
 
▲음악을 하는 예술인으로서 만약 광주광역시장이 된다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싶나요?
-광주에 살면서 제가 고등학생 때 같이 음악 하던 대학생 오빠들이 모두 서울로 올라갔어요. 그 당시에는 음악학원도 많이 없었고 광주에서 음악으로 돈벌이를 하기 무척 힘든 상황이었으니까요. 서울에 가면 왠지 음악으로 돈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광주에서 서울로 일하러 간다는 것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그런데 결국 오빠들이 다 음악활동도 잘 안됐고, 광주로 내려왔는데 음악을 아예 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방과 후 교사랄지 학원교사 등 음악과 관련된 직업을 가질 순 있지만, 그것도 예술활동을 하면서 수입을 버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하기 위해 다른 일을 하는 것이잖아요.

특히 지방에서 버틴다는 것은 무척 힘든 상황입니다. 광주에도 올드뮤직페스티벌이나 사직창작페스티벌 같은 무대들이 생겼지만, 아직도 많이 열악한 것은 사실입니다.
때문에 광주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해요. 꼭 돈을 주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술인들이 자립하기 위한 공간이나 공연 등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연습실과 같은 공간이나, 녹음할 수 있는 기술을 알려주는 등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우선이고, 나아가 예술인들끼리 모여서 문화도시 광주를 위한 의견들이 오갈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줬으면 좋겠어요.

▲광주지역 예술인들의 상황이 열악하고, 따라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가요?
-제가 알기로 미술 쪽은 대인시장 프로그램 등 그나마 레지던시 사업이 활성화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음악 쪽은 작업실을 레지던시 공간으로 내주는 곳이 전혀 없어요. 따라서 일부 음악 하는 친구들은 부산으로 가더라고요. 솔직히 작업실만 제공해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광주가 문화의 도시라고 하는데, 미술 뿐 아니라 음악도 문화의 한 요소잖아요.

최근에 전시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를 보면, 음악과 미술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어요. 음악과 미술이 같이 공동으로 참여해 예술활동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저도 영상작업에 참여했던 적이 있어요. 따라서 광주에서도 음악과 미술을 융합한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계속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엔 ‘뮤지션유니온’이나 ‘자립음악생산조합’ 등 음악인들의 협동조합이 있습니다. 음악 산업의 법·제도적 장치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하거나, 음악인들의 복지 증진을 위한 일들을 합니다. 하지만 광주에는 음악 하는 인구 자체도 적고, 다들 빠듯하게 살다보니 아직 이런 조직들이 없어요. 꼭 이런 조직이 없더라도 시에서 연습공간을 제공한다던지, 녹음하는 기술을 알려주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곧 있으면 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을 하잖아요. 광주의 지역문화 발전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는데, 이곳에서 지역 음악인들을 초대해 상설공연의 장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참 좋겠죠. 저는 제가 근무하고 있는 대안학교 ‘오름’ 옥상에서 1년에 두 번 공연을 해요. 공연할 곳이 많지 않고, 카페에는 장비가 충분하지 않으니까요.

광주의 음악인들은 점점 직장인 밴드가 될 수밖에 없고, 자기 음악을 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어요. 음악을 하기 힘든 환경에 처해있고, 때문에 다른 일을 하면서 음악도 하다 보니 몸은 지쳐가고, 몸이 지치니 공연할 곳을 찾아다니기에도 힘에 부치는 것입니다. 삼박자가 다 맞지 않아 악순환 되는 겁니다.
최근 광주출신 인디밴드 팀들이 앨범을 많이 냈어요. 하지만 모두 자체 제작이에요. 멤버들끼리 직장을 다녀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만든 것이죠. 음악인들에 대한 복지가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마음이 아파요.

자기 혼자 음악을 하면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연습을 꾸준히 해도 누군가에게 공연을 보여주거나 자극이 없으면 힘든 것이죠. 미술가가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면서 희열을 느끼듯이, 음악인들은 자기의 음악을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큰 자극이 됩니다. 문화전당에 상시적으로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면 광주지역 음악인들에게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는 힘이 돼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렇다면 광주의 음악 예술 발전을 위해 생각해 온 대안이 있나요?
-아까도 말했듯이 광주는 예술 하기 힘든 상황이에요. 광주를 문화예술중심도시라고 하지만, 실제적으로 문화예술인들에게 지원되는 것이 많이 부족한 형국입니다. 무조건 돈을 주며 도와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예술인들이 자립할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작업 공간을 제공하거나 레지던시 사업,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진행해 광주를 문화로 살리기 위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또한 전남에 산다고 하면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가장 먼저 떠올려요. 공연만 보러 광주에 오기는 힘드니까, 순천이나 담양 등 전남지역 여행을 함께 하는 거예요.
‘무등산 풍경소리’는 무등산에서 공연을 해요. 광주하면 무등산이잖아요. 무등산에서 공연을 보고, 보리밥 정식을 먹는 것이죠.
이처럼 음악과 음식이 함께하는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하자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패키지를 만들어 볼까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결국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는데, 시에서 주관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전남의 가장 큰 장점은 잘 유지된 자연환경과 맛있는 음식이잖아요. 광주에서 공연을 보고, 담양에서 대통밥을 먹고, 1박을 하는 여행이 잘 짜진다면 굉장히 신날 것이에요.
공연장에 사람들이 오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전남권을 통합해 음식, 공연, 숙박을 패키지로 만들어서 광주로 사람들이 공연을 보러 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면 좋겠어요.

▲시장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즘 젊은 사람들은 대학 진학이나 취업에 있어 많이 불안해하고 있어요. 특히 예술 쪽에 관심이 많다면 더 그렇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가 힘들다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전에 제가 음악을 가르쳤던 한 학생이 “선생님. 아버지가 졸업하면 공장에 취업하라고 하세요. 음악해서 제가 먹고 살 수 있을까요? 힘들지 않을까요?”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힘들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니까 행복하지만 아직도 불안한 마음이 있다. 하지만 다른 여러 가지 일을 해봤지만 마찬가지로 힘들더라. 사실 돈을 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내가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버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아예 하지 않고 돈만 버는 것 보다는 지금이 훨씬 좋고, 그래도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일로 수입도 된다. 그래서 행복하다”고 대답하면서, 음악을 계속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라고 했어요.

대다수의 사람들이 불안한 마음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아요. 조그만 공간이나 여건이 만들어 진다면 충분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에요. 예술인들이 작업할 수 있게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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