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22) 기원주 농업인
100명과의 대화-광주를 말한다(22) 기원주 농업인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4.12.24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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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역 농업협동조합의 정책 살펴야
생산·소비자 간 직거래 판로 확보 필요
시장, 바쁘게 움직여 직접 현장 둘러봐야
더불어 사는 광주, 참여하는 자치도시를 지향하기 위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무엇일까? <시민의 소리>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100명의 시민에게 릴레이로 ‘시민의 소리’를 듣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광주의 발전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민들과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본다. /편집자 주

기원주 씨를 만나기 위해 광산구 임곡동으로 향했다. 원래 임곡동이 어딘지도 몰랐었다. 지난 주 이남옥 선생님(100명과의 대화 21번째)과의 인터뷰 때문에 네비게이션을 찍어보고 같은 광주 안에서 23Km나 떨어져 있다는 것에 놀랐었다.
기원주 씨를 만나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마을회관 겸 경로당으로 쓰이고 있는 건물로 이동했다. 방바닥은 찼지만, 경로당의 할머니들이 떡국을 먼저 먹고 이야기를 나누라며 권하는 정은 따뜻했다.
기원주 씨는 40년 이상 농민으로 살아온 토종 농업인이다. 이제 어지간한 농작물은 모두 재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 의장으로서 2009년에 정부의 쌀값 보장과 농협의 저가미 방출에 항의하며 단식농성을 하다 쓰러져 응급실로 후송된 적도 있다.
100명과의 대화 스물두 번째 순서는 한 사람의 광주시민이자 농민으로서 기원주 씨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찾아오기 굉장히 힘든 것 같아요. 불편하거나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점이 있나요?
저는 광주 광산구 임곡동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40년 이상 농업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원래 광산구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이었어요. 하지만 하남산단이나 평동산단 등 산업시설들이 들어서면서 농촌이 자꾸 소외되고, 정책적으로 모든 부분에서 미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에 윤장현 시장이 시민들을 중심으로 각 분과별 위원들을 선발해 시정을 펼친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농업이 광산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농업을 특화해서 정책을 낼 수 있는 분과위원회가 없어요.

일부 정치하는 사람들이 자신은 농민의 자식이고, 농업을 항상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은 하지만 막상 자리에 들어가면 모든 부분에서 농업이 밀리고 제외되는 형국이에요. 그러다보니까 농촌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부분에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이쪽 임곡동 쪽은 광산구 내에서도 가장 낙후된 곳 중 하나입니다. 교육이나 문화, 복지 면에서 혜택을 받을 여건이 되지 않는 것이죠. 먼저 이곳으로 들어오는 길이 너무 좁습니다.

광주광역시 어느 동을 봐도 들어오는 진입로가 이렇게 좁은 곳이 없어요. 사고도 자주 나고요. 모든 지역의 관문이 무척 중요하고, 일단 교통이 발달돼야 그 지역에 발전이 오는 것인데 교통이 너무 미비한 것 같습니다.

송정동이나 산단에 직장 있는 사람들이 이쪽에 집값도 싸고 살기도 좋아서 오고 싶어 해도 교통이 열악해 오기 힘들어 하더라고요. 저녁이 되면 암흑세계가 되는 등 이런저런 사각지대라고 봐야 해요.

곳곳에 사각지대를 살펴보면서 행정할 수 있는 시장이 돼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무실에 앉아 밑에서 결정지어져 올라오는 보고서에 결재만 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시정을 펼쳐줬으면 하는 것이죠.

박근혜 대통령이 축산에 강한 나라들과 거의 전도사처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어요. 따라서 농촌지역이 피해 받고, 어려워진 것은 전국적인 문제입니다.
하지만 지자체라는 것은 어쨌든 지역을 책임져야 할 역할이 있는 것이잖아요. 그러나 광주시는 농업을 구제할 수 있는 아무런 준비가 돼있지 않아요. 시에서는 ‘이것은 중앙정부가 할 일이지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라는 멘트를 하는 등 방관자적 자세로 임할 때가 많습니다.

농촌에 산다고 세금을 내지 않거나, 특별대우를 받는다거나, 꼭 해야 할 의무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농촌입장에서 보면 시와 구의 행정이 서로 따로 논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농업은 앞으로 대세가 흙도 살리고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목적으로 친환경으로 가야한다고 외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러면 일단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겠죠.

그리고 나서 친환경 농산물이 생산됐을 때 일반 비료를 사용해 나온 농산물과 가격 차이가 나야 하고, 판로도 어느 정도 보장돼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서 지자체는 전혀 준비가 돼있지 않습니다. 광주에 로컬푸드매장이 몇 군데 있는데, 있다는 것 자체도 아예 모르고 있다가 얼마 전에 알게 됐어요.

▲농민의 입장에서 다양한 문제점들을 지적해주셨는데, 이에 대한 방안이 있을까요?
광주농협이 로컬푸드매장을 만들었으면 농민조합원들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운영에도 관여해야 하고, 결정권도 있어야 합니다. 실질적인 운영의 기능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죠.

또한 광주에는 농업협동조합 14개, 축산협동조합 1개, 원예협동조합 1개 등이 있습니다.
각기 협동조합들이 사업계획을 짤 것이고, 어떤 사업을 하고, 어떻게 판로를 확보할 것이라는 내용의 계획들이 있을 것인데, 시장이 14개 조합에서 어떤 농업정책을 하는지 봐야 합니다.

또한 시장이라는 자리는 전체 시정을 돌보는 직책이기 때문에 각 구청과 농업기술센터 등의 연구조직들을 모아 계획서를 보고 농민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농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하겠죠. 당연히 생산한 농식품을 모두 판매할 수 있는 판로를 개척해주는 것입니다.

로컬푸드매장이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생산된 것을 바로 매장에 전시해 소비자들이 바로바로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시에서 만들어 주는 것이죠. 그러면 유통단계를 2~3단계 줄일 수 있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Win-Win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스럽게 생산자 조직과 소비자 조직이 직접 만나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줬으면 좋겠어요.

시에서 정책을 추진할 때 특별한 사항이 발생되면 T/F팀을 구성하잖아요. 시장이 최고사령탑으로서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줬으면 해요.

현장에서 진솔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생산자를 발굴하고, 실무기획팀을 만들어 매달 1회만이라도 시장이 직접 현장을 둘러보면 시정을 운영함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광주광역시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장이 시정을 펼칠 때 아랫사람들의 보고만 믿을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는 본인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때문에 굉장히 많이, 그리고 바쁘게 움직여야 합니다.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끼면서, 공부도 열심히 해야 아랫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습니다.
시민들의 불편사항을 듣고 개선사항을 지시했어도, 반드시 이 지시사항이 이뤄지는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지 실질적인 점검을 반드시 해야 해요.

또한 시장 임기가 4년인데, 정책을 펴는데 있어서 다음 선거의 표를 의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표로 연결되는 정책이 아닌, 광주시가 서로 상생하며 살 수 있는 좋은 정책을 펼쳐주길 희망합니다.
임기가 끝나고 나서도 시민들이 반기는 시장이 된다면 스스로도 많은 보람이 있을 것 같거든요. 저 멀리 보일 때 달려가서 “커피 한 잔 합시다”, “막걸리 한 잔 합시다”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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