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행역시(倒行逆施)에 이어 지록위마(指鹿爲馬)
도행역시(倒行逆施)에 이어 지록위마(指鹿爲馬)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4.12.22 1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록위마,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속이다
구사회 교수, 정부가 사건본질 호도하고 있다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선정됐다.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7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1명(27.8%)이 지록위마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지록위마는 사마천의 사기(史記) 중에서 ‘진시황본기’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환관 조고가 어린 황제에게 사슴을 말이라고 고한데서 유래됐다. 따라서 ‘진실과 거짓을 제멋대로 조작한다’ 또는 ‘권력을 이용해 잘못된 것을 옳다고 주장한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지록위마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곽복선 경성대 교수(중국통상학과)는 “2014년은 수많은 사슴들이 말로 바뀐 한 해였다”며 “온갖 거짓이 진실인양 우리사회를 강타했다. 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말의 진짜 모습은 볼 수 없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구사회 선문대 교수(국어국문학과)도 “세월호 참사, 정윤회의 국정 개입 사건 등을 보면 정부가 사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록위마의 뒤를 이은 건 삭족적리(削足適履)였다. 남기탁 강원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한해 동안 선거용 공약, 전시행정 등을 위해 동원된 많은 정책이 합리성을 무시하고 억지로 꿰맞추는 방식으로 시행됐다”라며 이유를 밝혔다. 삭족적리는 발을 깎아 신발에 맞춘다는 데서 유래했다. 삭족적리를 선택한 박태성 부산외대 교수(러시아 중앙아시아학부)는 “원칙 부재의 우리 사회를 가장 잘 반영했다”라고 평가했다.

지통재심(至痛在心)과 참불인도(慘不忍睹)가 그 뒤를 이었다. 지통재심은 ‘지극한 아픔에 마음이 있다’는 뜻으로, 효종이 청에 패전해 당한 수모를 씻지 못해 표현한 말이다. 이를 추천한 곽신환 숭실대 교수(철학과)는 “세월호 사건이 우리의 마음에 지극한 아픔으로 남아 있다”며 “정치 지도자들이 지녀야할 마음이자 자세다”고 밝혔다. 많은 교수들이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기리는 이유로 지통재심을 선택했다.

참불인도는 당나라 시인 이화의 ‘상심참목(傷心慘目), 유여시야(有如是也)’를 줄인 말로, ‘세상에 이런 참혹한 일은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추천한 김언종 고려대 교수(한문학과)는 “세월호 사고처럼 충격적인 일은 없었다. 이를 늘 기억하고 나라를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 인하대 교수(국어교육과)도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윤리적 각성과 사회시스템의 올바른 정비가 필요하다”면서 이를 추천했다.

지난 해 대한민국을 표현한 사자성어로 도행역시(倒行逆施)가 선정됐었다.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으로 춘추 시대의 오자서가 그의 친구에게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부득이하게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고 말한 데에서 유래됐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대한민국이 정치적으로 퇴행되고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도행역시에 이어 지록위마까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만 나오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