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이 곧 국가가 아니라 국민이 곧 국가다
짐이 곧 국가가 아니라 국민이 곧 국가다
  • 김영집(지역미래연구원 원장)
  • 승인 2014.12.18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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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 곧 국가다’ 태양왕이라고 불렸던 프랑스 루이14세의 말이다. 그는 절대 권력을 휘둘렀고 화려한 궁정생활을 했으나 당시 서민의 삶은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76세로 죽을 때 루이14세는 ‘내가 밟은 길을 따르지 말라. 인민의 고통을 덜어 주라. 내가 행하지 못한 모든 일을 해 주기 바란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잘못을 알긴 알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루이 14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프랑스 국민들은 '오랫동안 기다리고 기다려 온 해방을 주신 하나님 앞에 감사하며 크게 기뻐하였다'고 역사가는 기록하고 있다.

79년 박정희대통령이 김재규가 쏜 총을 맞고 궁정에서 20년 장기독재의 막을 내렸을 때 우리 국민들은 어떠했을까? 루이 14세만큼은 아니더라도 국민들은 그리 슬퍼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 역사를 모르는 것일까? 알면서도 권력이란 그런 것일까? 박근혜대통령의 국정은 국정을 이끄는 수반으로서 대통령을 연상시키기보다 절대 권력 속에 감추어진 채 화려하거나 이상한 궁정생활을 하는 여왕을 떠오르게 한다. 여왕중에서도 지혜로운 선덕여왕 같은 품위로서가 아니라 진성여왕 같이 말이다.

‘삼국사기’는 진성여왕은 여기에 쓰기도 민망할 정도로 사사롭고 문란한 궁정생활을 했고, 총신(寵臣)들이 제멋대로 권력을 휘두르고, 뇌물이 판을 쳐 나라의 기강이 무너졌다고 썼다.

도대체 무엇이 원인일까? 그 근원에는 ‘짐이 곧 국가’다는 오만한 생각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혁명은 그런 오만한 왕정을 끝냈고 국민이 곧 국가다는 국민국가시대를 끌어냈다. 프랑스혁명 225년 이후 우리나라 국헌 역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이 주인이다’다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이다.

그러나 쇠고기 수입자유화 파동으로 촛불시위를 유발하게 했고, 이른바 사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라는 사자방으로 국가예산 100조를 말아먹은 이명박시대에 국민은 없었다. 이어 박근혜시대에 국민은 더 보이지 않는다.

최대참사로 기록되는 세월호사건에 대해 박근혜정부는 철면피하게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 최근 세월호 특별법에 의해 진상조사특위 위원을 구성하는데 가관이다.

새누리당 추천위원 5인을 살펴보면, 조대현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 전문위원, 고영주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MBC의 ‘전원구조’ 오보를 옹호하고 정부 책임론을 부정하는 발언을 한 사람, 더구나 차기환 변호사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는 일베 게시물 등을 퍼 나른 사람, 석동현 변호사와 황전원 위원장은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했던 사람들이다.

낯짝도 유분수지 어떻게 이런 사람들을 진상조사특위 위원으로 추천할 수 있을까! 세월호 유가족은 물론 진실규명을 바라는 국민들을 아예 깔아뭉개는 짓 아니고 뭘까? 뭘 상상해도 그 이상을 보여 준다.

청와대 정윤회 문건 파동의 진실도 뒤덮일 것이 뻔하다. 그러나 국민들은 세월호사건처럼 그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데도 진실을 간파하고 있다. 그 진실의 핵심은 지금 우리는 국민이 주인인 세상에서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짐이 곧 국가’인 전세계적으로 가장 우세스러운 국가에서 살아가는 부끄러움이다.

지금은 주권재민의 시대라는 것을 위정자들이 명심하기 바란다. 주인인 국민을 더 이상 피곤하게 하지 말라.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 순자(荀子)는 말한다. ‘군주는 배고 국민은 배를 띄워주는 물인데,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배를 뒤엎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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