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가사문화권 식영정을 찾아서
담양, 가사문화권 식영정을 찾아서
  • 신문식 시민기자
  • 승인 2014.12.17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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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 한국 정자문화원장을 만나다
문화재에 사람 살아야 보존되는데, 걱정
옛 건물 쓰임,용도,크기 등에 따라 120가지로 분류

▲ 이동호 한국 정자문화진흥원장.
눈발이 휘날리고 바람도 불었다. 겨울의 가사문화권은 쓸쓸하기만 한다. 가끔 오가는 차량의 굉음은 심신을 이완하기 위해서 가사문화권을 걷는 초행 길손에게는 위협의 대상이었다.

쓸쓸한 식영정. 여느 때 같으면 오늘처럼 눈 내리는 겨울에 남녀 쌍쌍이 팔을 끼고 걷는 연인들도 있을 법한 정경인데 미끄러지는 차량의 소음으로 길손마저 비켜서게 한다.

여기저기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아보지만, 사전 지식이 없이 왔으니 감회에 젖어볼 겨를도 없다. 눈 익은 아궁이와 굴뚝이 정겹기만하다. 어린 시절 농촌에서 살 적에 산에서 나무 짐 짊어지고 쌓아서 구들장 뜨근뜨근하게 달구며 살던 그 시절이 생각이 났다.

식영정 아궁이에는 불을 지핀 뜨거운 불기운이 재로 남아 있었다. 누가 사는 것일까? 아니면 문화재인 만큼 겨울에는 건축물 관리상 불을 지피는 것일까? 생각했는데 방문이 열렸다.

개량한복 차림의 50대 초반의 남자였다. 눈에서 기운이 번쩍거렸다. 차분한 정겨운 말씨에 도사일까 생각을 해봤다. 이동호 ‘한국 정자문화진흥원장’이라고 명함을 주었다.

이동호 원장은 “어서 오십시오. 추운 겨울날 이런 문화재를 찾아주시는 것만으로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합니다” 하면서 방으로 들어오라고 앞장섰다. 방에는 찻잔과 노트북, 책과 이불만이 있었다. 이불은 방의 열기가 식지 않기 위해서 방바닥에 깔아 놓았다.

이 원장은 이불을 밀치며 “이리 오셔서 몸을 녹이십시오”라고 하면서 뜨거운 전통 차를 내왔다. 방 안의 공기는 훈훈했고 방바닥은 매우 따뜻했다.

방이 참 따뜻합니다. 땔감은 어떻게 구입하십니까? 물었더니, 이 원장은 “어제 산에서 고사목을 모터 톱으로 베어서 쟁여놓았습니다. 겨울을 대비해서 준비해야지요”라고 웃으며 매우 즐거운 표정으로 말을 했다. 신선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미소에 평화만 있을 뿐이요, 문화재를 보호해야 한다는 일념뿐인 것 같았다.

여기서 산 지가 얼마나 되었는가를 물었다. 그는 “한 30여 년 됩니다. 이 좋은 문화재를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선현들의 유산인 건축물을 보존 관리 복원해야 합니다. 있는 문화재는 유지 보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 없어진 문화재를 복원해야 합니다. 그래야 유지 보존되고 문화도 살고 나라가 삽니다”라고 말했다.

다시 식영정에서만 살았는가 하고 물었다. 그는 “다른 문화재 건물들도 살려야지요. 모두 다 보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문화재를 살리기 위해서 교대로 사는 것 같았다. 마음 편하게 말하면서 서운한 감정이 있는 것 같았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조금이라도 지원해 주나요? 요즘 문화재 보호를 위해서 정부나 지자체의 목소리가 크던데요? 라는 질문에 이 원장은 “그분들이 이런 문화재에 관심을 가져줘야 하는데 관심과 너무 동떨어져 있습니다. 건축물은 사람이 살아야 건물도 살고 문화도 살고 나라도 삽니다. 이런 말을 아무리 해봐도 소용이 없습니다"라고 서운한 감정을 나타냈다. 

또한 "사람이 살면서 불을 때고 기운을 교환해야 습기가 제거됩니다. 그래야 건물이 보존되는데 걱정입니다. 우리나라 궁궐이고 문화재고 사람이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문화재 보존유지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얼마 안 가서 문화재 무너지는 소리가 날까 걱정입니다. 있는 문화재 보존을 위해서 지원을 해야 하는데 걱정입니다”라고 문화재 보존에 대해 우려했다.

▲ 식영정
우리나라 건축물 중에서 전(殿)이나 대(臺) 원(遠. 園林) 정(亭). 루(樓)가 있다. 어떻게 구분하는 것일까 궁금했다. 그 구분에 대해 물었다. 이 원장은 “참 잘 물었습니다. 누가 이런 명칭에 대해서 물어보는 사람도, 알려고 하는 사람도, 아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이 기회에 말씀드리지요”라고 입을 열었다.

이 원장은 “우리 조상님들은 건물의 쓰임 용도. 크기. 위치에 따라서 120가지로 분류했는데 저는 20가지를 연구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쉽게 접하는 대웅전의 전(殿.) 청와대의 대(臺). 소쇄원의 원(園.) 식영정의 정(亭). 명옥헌의 헌(軒). 죽림재의 재(齋). 제월당의 당(堂). 각(閣). 루(樓)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대성전(大成殿)이나 대웅전(大雄殿) 궁전(宮殿)과 같이 전(殿)자가 붙은 건물은 신적요소(神的 要素)가 있는 건물이나, 신적으로 모시는 인물이 있는 곳입니다. 임금은 그 시절에 신적인 존재였으며, 부처님이나 공자님도 불교나 유교에서 신적인 존재입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위치에 전(殿)자가 붙어 있는 건물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차를 한잔씩 권하면서 “식영정(息影亭)처럼 정(亭)은 정(情)이 많은 휴식공간입니다. 몸을 녹이기 위해서 차를 많이 드십시오”라고 말하며 차를 따라주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이 원장은 “찾아오셔서 고맙습니다. 눈보라치는 날에 문화재를 찾아주시니 많은 정을 드려야지요. 식영정은 정이 많은 곳입니다”라고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이 원장은 청와대. 경포대. 을밀대 등의 대(臺)는 ‘기다리면서 맞이하는 공간’입니다”라며 “따라서 청와대(靑瓦臺)는 엄격히 말하면 대통령 집무실이 아니라, 외국 사절들을 맞이하는 공간입니다. 을밀대는 옛날에 비행기가 없을 때 배로 오는 중국 사신을 맞이하는 건물로 송도의 초입에 있었습니다. 을밀대에서 기다렸다가 맞이하고 부벽루로 갑니다. 부벽루는 연회장입니다. 그래서 누(樓)는 규모가 넓고 튼튼한 건물이지요. 누(樓)에는 춤과 음악과 무희들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소쇄원(瀟灑園)이나 비원 등에 대해서 이 원장은 “원. 소쇄원. 비원. 중국의 이화원. 보길도 윤선도의 원림 등이 있습니다. 이 원(園)이나 원림(園林)은 규모가 크고 그것을 이루는 여러 요소가 있습니다. 건축적 요소. 전통 조경기법 요소. 돌로서 이루는 석물요소. 물로 이루어지는 수공요소. 유불선 신앙적 요소가 있는 곳입니다. 원(園)은 학문이 있고 역사가 있고 인물이 있는 종합 학술복합문화공간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소쇄원’에 대해서 말을 이어 갔다.

이 원장은 “소쇄원은 문헌에 보면 12개의 정사가 있는 곳입니다. 지금의 소쇄원은 원래의 1/8밖에 안 됩니다. 소쇄원은 그 지역이 지네봉. 옥정봉. 뒷산 정상까지입니다. 원래 모습을 복원하면 장관이 될 것입니다. 소쇄원을 복원하라, 아는 사람이 있을 때 복원하라고 30년을 외쳤습니다. 복원만 한다면 ‘종합학술복합문화공간’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계속해서 “당(堂)은 환벽당. 제월당과 같은 건물의 이름은 사람이 사는 거처하는 공간이고, 각(閣)은 학문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모여서 세미나장과 같은 곳으로 학문이 낮은 사람들은 참여할 수가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동호 원장으로부터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동안에 여러 차례 전화가 와서 미안한 마음 때문에 더 들을 수가 없었다. 다음에 정자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듣기로 하고 방을 나왔다.

밖에는 여전히 눈보라가 몰아치는데 아궁이의 장작불 기운은 식어만 간다. 자신을 희생하며 문화재 보존과 유지, 후세에 전승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이 원장과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가사문화권 충효동의 문화는 길이 빛날 것이다.

가사문화권은 우리나라의 특별한 곳으로 길이 보존하고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차체가 특별관리와 노력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파손되면 복원한다고 수억의 혈세를 낭비하지 말고 성할 때 관리하는 미풍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화라는 꽃은 경제라는 화분이 있어야 제 모습을 찾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 부용당과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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