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극단 그래도, “우리 함께하는 거죠?”
장애인 극단 그래도, “우리 함께하는 거죠?”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4.12.10 14: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담(Adam)공연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상생의 삶 제안

“가만히 있어, 흑흑.. 가만히 있어야 사람들이랑 함께 할 수 있단 말이야.”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터졌다. 이름은 아담(Adam). 아담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발달장애를 가졌다. 말도 할 수 없었고,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청년이었다.

그렇게 미국 라르쉬 공동체에서 생활하던 고도의 발달장애를 가진 아담이라는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공연이 시작됐다.

연극 아카데미 형식으로 시작한 장애인 극단

장애인 삶의 어제 오늘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극단 그래도의 여섯 번째 공연이 있는 9일 남구 문예회관을 찾았다. 며칠사이 옷깃을 여미게 되는 강추위가 계속됐지만 공연이 있었던 이날만큼은 바람은 불어도 따뜻한 햇볕이 얼굴을 내밀었다.

공연장 입구에서 장애인 극단 그래도의 기획을 맡고 있는 김모세 간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공연 기획부터 사업구성, 진행까지 모든 것을 총괄해서 맡고 있었다.

극단 그래도는 지난 2010년 (사)실로암사람들에서 지내던 이들이 아카데미 형식으로 진행하다 극단이 되었다. 그래도의 단원들은 비장애인도 있지만, 대부분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합심으로 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김모세 간사 역시 장애를 갖고 있지만 공연을 준비하고, 기획하는 열정만큼은 뜨거웠다. 김모세 간사의 안내 덕분에 ‘Adam’ 공연 리허설 현장을 관람할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의 배우 총 9명중 2명을 제외한 7명은 모두 장애를 갖고 있는 단원들이었다. 그중 5명은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이동할 수 있었지만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무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공연에 필요한 무대세트, 소품, 조명 등은 비장애인들이 들어다주고, 신속히 옮겨주며 공연을 준비해갔다. 단원들은 극중 동선을 체크하며 분주하게 움직이며, 최진영 연출가의 지시에 따라 암전 시 부딪힐 위험을 방지하는 안전한 동선을 체크했다.

장애 연극인들, 전동 휠체어 타며 무대 가득 채워

그렇게 리허설을 시작하기까지 꼼꼼히 점검하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리허설이 시작되고 무대 위에 오를 단원들은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지난 8월부터 준비해온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떨리고 설레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Adam 공연은 장애를 가진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가슴 아픈 과정을 담은 내용으로 1막을 선보였다. 장애를 가진 아담은 “장애인 교육프로그램을 찾아 보셔야겠습니다”라는 학교측의 거부로 비장애인들과 어울려 함께 학교교육을 받지 못하게 된다.

또한 불성실하게 장애인을 진찰하는 의사 탓에 아담의 부모들은 다시 한 번 아픈 가슴을 부여잡는다. 그렇게 아담은 라르쉬 공동체에서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

라르쉬 공동체의 뉴하우스를 배경으로 장애를 가진 극단 그래도 단원들이 등장한다. 뉴하스를 방문한 높은 양반은 연말연시 연례행사처럼 또다시 사진을 찍기 위해 손 악수와 선물을 들고 찾아온다.

실제로 우리사회에서 연말에 장애인단체를 찾는 정치인들, 유명인사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었다.

이곳에서 생활하며 장애를 갖고, 아담의 친구가 되어준 마리(설순미), 앤(최명숙), 로이(정향기), 존(김대근), 루시(조희정)는 연말연시 찾아오는 높은 양반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노래로 털어놓는다.

연말연시, 사진 찍기 위해 찾는 사람들 비판

“또 다시 사진 찍기 위해 오셨네, 너무 괴로워. 선물주기 이제는 그만하세요. 우리에게 마음 없이 오지 말아줘요~ 우리에게 필요한건 사랑과 배려죠” 실제로 장애를 갖고 있는 단원들이 무대 위에서 던지는 대사 한마디, 한 단어 마다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장애를 가진 친구들은 몸이 불편한 아담과 마지막까지 함께한다. 아담을 통해 비장애인과 장애인들이 때론 친구, 때론 스승, 때론 위로자가 되어 함께 어울리며 지내는 상생의 삶에 대한 따뜻한 메시지를 던진다.

단원 중 비장애인이며, 극중 진 역할을 맡은 김민선씨는 “지난 8월부터 시작해서 1주일에 1~2번씩모이고, 공연날짜에 다가올수록 본격적으로 2~3번은 모여 주말에도 쉬지 않고 연습해왔다”며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배우들은 전동휠체어를 타야 이동할 수 있었는데 장애인 콜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탓에 모두가 모이기 위해서는 2~3시간은 기다려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말했다.

전동 휠체어를 타며 앤 역할을 맡은 최명숙 씨에게 떨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니요. 그동안 문화예술회관이나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도 몇 번 공연을 선보였어요. 오히려 긴장되는 것은 단원들이 언어 장애가 있다 보니 대사 타이밍을 잘 맞춰 갈 수 있을지 모습을 지켜보다보니 긴장하는 순간이 많아졌어요”라며 관객들에게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이고자 하는 노련미를 보였다.

이번 공연에 주인공 역할을 맡은 아담 역의 김미숙 씨는 “그동안 장애인들은 문화를 만들고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지 못했지만, 장애인 극단을 통해 우리도 할 수 있다 보여주고 싶었다”며 “주변 환경에 묻어가는 게 아니라 실제 장애를 가진 단원들이 배우로써 역할과 대사를 맡아 문화 창조자로서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개그콘서트 콩트형식으로 시작했던 장애인극단 그래도는 5차례 창작극과 이번에 선보이는 여섯 번째 공연을 통해 장애연극인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역량을 강화하며 건강한 사회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다.

한편 장애인 극단 그래도는 연극에 관심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연령에 구분 없이 단원을 모집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